재외국민 투표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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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 투표권 문제
  • 최영호
  • 승인 2008.10.2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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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 칼럼니스트, 영산대학교 교수
가을에 들어 해외동포 관련한 행사가 많아졌다.

작년에 이어 재외동포재단이 주관하는 ‘세계한인정치인포럼’이 9월 29일 개최되었으며 외교통상부가 주최하는 행사로 ‘재외동포정책 세미나’를 비롯하여 10월 1일부터 7일까지 각종 기념 이벤트가 서울에서 펼쳐졌다. 특히 외교통상부는 10월 2일 국내외 1,000여명의 인사들을 초청한 가운데 제2회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을 열었다. 10월말에는 예년과 같이 부산에서 한상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그런데 올해 해외동포 행사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문제는 재외국민의 투표권 행사 문제다. 며칠전에 열린 포럼과 세미나에서 공통적으로 재외국민의 참정권이 강조되었으며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에서도 한승수 국무총리가 치사를 통해 “재외국민의 법제화에 최대한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10월 1일부터 4일까지 열린 세계한인회장 대회에서도 재일동포를 비롯한 재외국민의 본국 참정권의 조속한 실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발표되었다.

정부는 10월 7일 국무회의에서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재외국민들에게까지 주민투표권을 인정하는 ‘주민투표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앞으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고 심의 의결을 거치게 되면 빠르면 올해 연말부터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 내용의 골자는 주민투표권자의 연령을 종전 20세에서 19세로 낮추는 것과 국내에 거소신고를 하고 장기 거주하는 해외 영주권자, 상사주재원 등 재외국민에게도 투표권을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주민투표 제도는 국정 선거나 지방 선거와는 달리 지방자치단체의 통폐합이나 구역 변경,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 유치와 같은 지역의 중대한 현안 문제에 관하여 해당 지역 주민들의 찬반 의견을 묻는 투표 제도다. 정부는 2008년 8월 현재 국내 거소신고를 한 재외국민이 총 62,000명 가량 되는 것으로 파악했다.

나아가 재외국민의 국정선거 투표권 부여 문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국회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작년 6월 헌법재판소가 현행 선거법이 투표권 부여에 있어서 주민등록을 필요 요건으로 함으로써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올 연말까지 선거법을 개정하도록 판시한 바 있다.

이에 선관위는 지난 10월 6일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하고 이번 정기국회 중 늦어도 10월 말까지 개정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여야당은 재외국민의 투표권을 허용해야 한다는 방향에 대해서는 모두 찬성하고 있지만 투표 시기와 범위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우선 여당 한나라당은 재외국민 투표권 부여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재외국민 투표를 보장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을 의원 입법 형태로 발의한 데 이어 토론회 등을 열어 의견 수렴에 나섰다. 또한 재외국민 투표권 부여 문제와 국회 개혁 등 정치적 현안을 논의할 정치개혁 특위 구성을 민주당에 제안해 놓은 상태다.

반면에 민주당은 재외국민 투표권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올해 말까지 선거법을 개정해야 하는 만큼 선관위의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구체적 논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보다 더 중요한 정치개혁 문제로서 지방행정 체제개혁을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한나라당을 압박하고 있다.

또한 재외국민 투표 시기와 범위에 대해, 한나라당은 2012년 국회의원 선거부터 재외국민들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재외국민의 대다수가 보수 성향의 유권자일 것으로 보는 민주당은 가능한 충분한 준비를 거친 후 실시할 것과 해외 영주권자는 투표권자 범위에서 제외시킬 것을 희망하고 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국내 국민들 다수의 정서를 고려하여 해외 영주권자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오늘 10월 9일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영주권을 가진 재외국민도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밝힌 것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어떠한 형태로든 선거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것은 확실시 되고 있다. 뒤늦게나마 참정권의 사각지대에 있던 재외국민들이 국민의 기본권을 향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재외국민 통계로는 외국의 영주권 보유자가 약 145만 명, 해외 일시 거류자가 약 155만 명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영호 영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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