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문화공동체 기반, 요하문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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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문화공동체 기반, 요하문명에서
  • 우실하
  • 승인 2008.09.26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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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북공정은 ‘대중화주의 건설’ 국가전략

우실하 교수의 특강 -‘동북공정 너머 요하문명론’

한동안 중국의 ‘동북공정’이 우리 고구려를 중국역사에 편입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라고 해서 매스컴에서 떠들썩하더니 없었던 듯 다시 관심 밖으로 밀려나버렸다. 그리고 다시 ‘백두산공정’이 대두되면서 동북공정에 대한 열기가 높아졌다. 과연 동북공정의 실체는 무엇인가?

중국의 역사관련 공정들은 오래 전부터 준비돼 왔고 지금 현재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장차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고 앞으로 우리 역사에 해일처럼 밀어닥칠 것인지, 정부나 학계 일각에서나마 대비하여 연구하고 있는지 일반에게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에 지난 5일 열린 ‘제94차 희망포럼 정책토론’에서 발제 강연한 우실하 교수의 ’『동북공정 너머 요하문명론(遼河文明論)』을 통해 동북공정의 배경과 실체에 대한 동포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중국의 주요 신석기문화 지역


●  통일적다민족국가론과 중화주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역사관련 공정들은 단순한 역사공정들이 아니라 21세기를 맞이하면서 ‘통일적다민족국가론’을 바탕으로 ‘대 중화주의’를 건설하기 위한 국가 전략의 일부분이다.

이 통일적다민족국가론은 단순한 중화인민공화국의 강역, 민족, 역사에 대한 ‘이론적인 논의’에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중국은 이 통일적다민족국가론을 바탕으로 한 ‘요하문명론’을 제기하면서 1)중화문명의 시발지를 요하 유역(한반도 서북방 만주지역)으로 옮기고 있고 2)요하 일대는 신화시절부터 황제족의 영역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요하 일대를 중화문명의 시발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에는 백두산문화의 주체가 한(漢)족이라고 주장하는 ‘장백산(백두산)문화론’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또다시 한국에서 동북공정에 대한 비판이 일기 시작했으나 실은 동북공정은 깃털에 불과하고 몸통은 따로 있다.

●  중화문명 시발지의 변화 - 황하유역  장강유역 요하유역

대개 세계 4대 문명으로 ‘이집트문명’, ‘메소포타미아문명’, ‘인더스문명’, ‘황하문명’을 든다. 중국 황하 중류의 농경 신석기문화인 ‘앙소문화(기원전 4500~?)’를 토대로 한 문명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황하문명’이다. 이제까지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라고 여겼던 황하문명을 ‘중화문명의 기원지’로 여겨왔다.

그런데, 1973년 장강(양자강) 하류에서 ‘앙소문화’보다 약 1천년 정도 앞서는 ‘하모도문화(기원전 5000~?)’가 발굴됐다. 이를 계기로 중국은 중화문명의 기원지를 황하 유역과 장강 유역으로 2원화하는 논리를 만들었고, 그 중에서도 ‘중화문명의 서광’은 장강유역 ‘하모도문화’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고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요하’ 일대에서 ‘하모도문화’보다 앞선 신석기 유적들이 대량으로 발굴되기 시작했는데, 요하 일대의 신석기문화는 황하나 장강 지역보다도 빠르고 앞선 것이었다.

예로부터 한족들은 만리장성을 ‘북방한계선’으로 야만인이라고 여겨온 북방민족들과는 분명한 경계를 두었었다. 그런 야만의 땅에서 특히 기원전 3,500년까지 올라가고 대규모 적석총·제단·여신묘가 확인돼 ‘초기 국가단계’에 진입했다고 보이는 ‘홍산문화(紅山文化) 우하량 유적지’가 발견된 것은 중국으로서 충격이었다.

이에 중국은, ‘황하문명’보다 이르고 발달된 ‘요하문명’을 중화문명 발상지의 하나로 재정립하기 위한 작업으로 하상주단대공정, 중화문명탐원공정, 동북공정 등 역사관련 공정들을 착수했다. 이 공정들은 중국이 21세기 ‘대 중화주의 건설’을 위해 오래 전부터 준비해온 국가적 전략의 일부이다.

●  통일적다민족국가론과 요하문명론의 결합

중국에서 벌이고 있는 역사관련 공정들은 기본적으로 통일적다민족국가론(統一的多民族國家論)에 바탕을 두고 있다.

통일적다민족국가론은, 현재의 중국 국경 안에 있는 모든 민족(56개 민족)은 신화시절부터 ‘중화민족(中華民族)’이고 그들의 역사는 ‘중국사’라는 입장이다.

이 ‘통일적다민족국가론’과 ‘요하문명론’이 결합되면서 1)중화문명의 시작을 요하문명에서 발원했다고 보고 2)요하 일대의 모든 고대 민족들은 신화적인 한족의 시조 황제족의 후예로 보기 시작했으며 3) 요하문명의 꽃인 홍산문화의 주도세력이 황제의 후예인 고양씨 전욱과 고신씨 제곡이라고 주장하며 4)요하 일대의 모든 고대 민족의 역사를 모두 중국사로 편입하는 논리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만일 통일적다민족국가론과 요하문명론에 바탕을 둔 이런 논리가 중국의 의도대로 확정된다면 1)동북 만주 일대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던 모든 고대 한국인의 선조들은 황제의 후손이 되는 것이고 2)상고시대의 모든 한국사는 중국사의 일부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 홍산문화시대(BC4100-2900)의 대표적 유물인 곡옥은 악세서리 역할을 너머 목에 걸어 신분을 나타내는 표식으로 쓰이며 일종의 부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  요하문명은 황화문명과는 이질적인 문명이다

요서와 요동을 포함한 만주지역은 중원과는 전혀 다른 문명권이었다.

‘요서·요동을 포함한 만주일대 → 한반도 → 일본’으로 이어지는 문화권은 신석기 4대 문화권을 대표하는 1)거석문화권 2)채도문화권 3)빗살무늬(즐문)토기문화권 4)세석기문화권이 모두 수용되고 융합되는 세계적으로 유일한 지역이다. 채도문화권만을 수용한 중원지역과는 처음부터 이질적인 문명권이었다.

‘요하문명’ 혹은 ‘동북아문명’은 중원의 황화문명이나 장강하류의 하모도문명과는 분명하게 구별되고, 이들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문명단계에 들어선다. 특히 만주지역과 한반도는 ‘신석기시대의 4대 문화권’이 모두 전래·전파돼 혼합되는 아주 특별한 지역이다.

이것은 만주지역의 토착문화 위에 신석기시대 4대 문화권이 전래·전파돼 만주지역과 한반도일대에서 결합되고 새로운 문화를 낳았다는 것을 드러내 준다.

또 중원문명과 만주·한반도일대의 문명은 신석기시대 이래 이질적인 문화를 바탕으로 교류되었음을 나타내주는 것이다. 북방 유목민족들은 광대한 초원을 동서로 넘나들며 동·서 문화를 교류시켰고, 그 동쪽 끝에 만주지역과 한반도가 있었던 것이다.

특히 요하와 만주일대 유적에서 발견되는 1)일반적인 적석총과 피라미드형 적석총 2)빗살무늬 토기 3)치(雉)를 갖춘 석성, 4)비파형 동검 등은 중원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한반도로 이어지는 것들이다.

이것은 요하문명의 주도세력들은 중원을 주도한 세력과는 다른 집단이며, 그 주맥은 요서-요동-한반도-일본으로 이어지는 북방계통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동북아 문화공동체를 위하여

나는 요하문명과 홍산문화의 발견은 동북아 모든 국가의 전통사학계에도 이에 못지않은 새로운 충격이 ‘가해질 것’이고 또 ‘가해져야 한다’고 본다.

서구문명이 한계에 이르자 서구인들은 ‘그리스·로마문명’의 전통에서 ‘고대로부터의 빛’을 발견했고 이를 ‘르네상스’를 통해 새롭게 재구성 해냈다. 르네상스를 통해 새로운 피를 수혈 받아 승승장구하던 서구문명은 또 다시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나는 20세기 문명의 한계를 넘어설 ‘고대로부터의 빛’은 동방에서 시작되기를 바란다. 이것이 내가 이야기하는 ‘동방 르네상스’다. 한·중·일·몽골이 함께 열어갈 ‘동방 르네상스’를 꿈꾸며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21세기 동북아 문화공동체를 위해서는 ‘어디까지는 우리 땅’이라는 식의 역사관을 넘어서 흐름과 교류의 과정으로 보는 ‘흐름과 교류의 역사관’과 ‘열린 민족주의’를 한·중·일·몽골이 공유해야 한다. 특히 상고사의 경우에는 더하다.

둘째, 수천년전 요하문명이 탄생할 때에는 중국도 한국도 없었다. 요하문명은 동북아 모든 국가들의 ‘공통의 시원문명’인 것이다. 요하문명 혹은 동북아문명을 동북아시아 모든 국가들의 ‘공통의 시원문명’으로 삼고, 이를 공동으로 연구해 21세기를 위한 ‘동북아 문화공동체’의 근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셋째, 한·중·일·몽골의 학자들이 연대하여 동북아 고대문화에서 새로운 희망의 빛을 찾고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문화철학을 가꾸어가야 하며, 이런 문화철학을 바탕으로 ‘동방르네상스’를 준비해 가야 한다. 한·중·일·몽골·러시아를 잇는 동북아문화공동체의 기반은 바로 요하문명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요하문명을 바탕으로 21세기 동북아 문화공동체의 초석을 놓을 임무가 동북아 지식인들에게 주어져 있다. 21세기 동북아의 새로운 상생의 문화를 가꾸어가는 것은 동북아 지식인들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이자 짐이기도 한 것이다.    

우실하(禹實夏) 약력
. <동북공정 너머 요하문명론> 저자
. 연세대 사회학과 석사, 박사
. 동양사회사상, 문화이론한국, 문화이론, 한국문화사
. 중화인민공화국 요녕대학교 한국학과 교수 역임
. 현재 한국항공대학교 인문자연학부 교수
. 이메일: woosilha@k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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