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1.5세들, 남미서 미국으로 재이주
상태바
한인1.5세들, 남미서 미국으로 재이주
  • 이석호 기자
  • 승인 2008.09.26 13: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4차 세계한국학대회서 한인 1.5세대의 새 이주 경향 소개

▲ 사진은 제4차 한국학 대회에서 채드워커 연세대 교수가 ‘겨울연가’대사를 바탕으로 한·일 한자어를 분석했다.

‘세계와 소통하는 한국학’을 주제로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워커힐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회 세계한국학대회’에서 다수의 재외동포 관련 논문이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특히 까롤리나 메라 부에노스 아리레스대학 교수는 미주 대륙에서 재이주(re-emigration)를 하는 한인 1.5세들의 ‘디아스포라’를 분석해 참가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까롤리나 교수는 “한인 1세대와 함께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민을 간 차세대들이 남미에서 북미로 이주하는 모습은 기존 1세대의 디아스포라와 완연히 구분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면서 활발하게 미국 뉴욕, LA와 캐나다로 새롭게 이주하고 있는 한인 1.5세대들의 모습을 소개했다.

카롤리나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남미의 한인 1.5세대들은 전문직 직업을 통해 이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또한 중소도시보다 대도시로 이주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 아르헨티나에서 한 한인은 “아르헨티나에서 30년을 산 30세 이상 한인여인은 모두 미국으로 간다”고 소개할 정도로 한인 1.5세대들의 이주사는 새로운 사회상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조사를 통해 카롤리나 교수는 “한인 1.5세대들은 민족적 동질감을 위해 새로운 정착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직업과 보다 나은 성공을 보장하는 곳으로의 이주를 결정하고 있다”면서, “차세대들이 미주대륙에서 자유롭게 이주를 할 수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미국이 남미문화를 폭넓게 받아들이고 있어 문화적 이질감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차세대들은 어려서부터 부모로부터 교육받은 한국문화와 남미문화의 이중문화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미국으로 이주하는 것에 상대적으로 높은 적응력을 갖고 있는 것이 큰 영향을 줬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실례로 “아르헨티나에서 집에서는 한국문화에, 밖에서는 아르헨티나 문화가 함께 있는 긴장감이 미국생활에 적응하도록 도와줬다”는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또한 이메일, 전화 등을 통해 가족들과 친구들의 지원을 충분히 받고 있는 것도 새로운 지역으로 이주하는 데 도움을 받고 있는 것과 차세대들이 남미의 지나친 범죄율, 정치적 불안, 폭력 등을 이유로 이주를 펼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까를리나 교수는 특히 “한인 1.5세대들은 1세대와 달리 생존의 문제로 이주를 하는 것이 아니며, 민족적 생활권과 연대에 지나치게 얽매여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차세대들은 같은 공간에서 같은 민족의 문화적 동질성을 찾기보다, 미국에서 같은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알게 된 친구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교감하고, 지역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 또한 까롤리나 교수는 남미에서 섬유를 생산했던 1세대의 역할을 이어받아 유통, 판매 비즈니스로 확대해서 새로운 직업군을 구하고 있는 모습을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차세대들 역시 한국인 디아스포라가 자신의 정체성과 자아를 찾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들은 새로운 정착지와 자신의 근원을 합쳐 새로운 자아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까롤리나 교수는 “결론적으로 한국 1.5세대의 재이주는 정체성과 언어, 음식, 결혼, 전통 등은 지키지만 새로운 나라에서 교육이나 직업적으로 통합되어 있는 두 문화 속에서 자란 집단 이주과정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올 한국학대회에서는 외국인(재외동포)을 위한 한국어교육 세션에서 재외동포 교육 방안이 집중 논의되기도 했다.

이중 송향근 부산외국어대 교수는 ‘한국어의 세계화와 한국어 교원 수급방안’이라는 주제에서 “재외동포에 대한 한국어교육을 위해 한국어교사 자격증제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정 부분 요건을 갖춰야 재외동포 및 국내 다문화교육을 할 수 있는 교사자격증제도가 오히려 ‘한국어 세계화’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한국어 교육 능력 검정 시험 제도를 완화해 한국어 교육을 담당할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을 보유 평가할 수 있는 시험이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상당한 수준의 한국어교육 관련 지식과 수행 능력을 요구하고 있는 현행 한국어교육 능력 검정 시험을 완화하는 한국어 지도사 자격증제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현행 300시간의 한국어 교육 경력자들이 이수해야 하는 교과과목도 50~60시간으로 줄이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김석기 연변과학기술대학 교수는 ‘중국에서 한국어교육 및 연구 현황’이란 주제발표에서 중국 정규학교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은 2002년도 2천300여명에서 2005년도에 6천여명으로 증가했고, 한국어교육과 관련된 논문도 2000년 36편에서 2007년 52편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국어 교육 연구가 대부분 한국어 교육 내용과 한국어 교수 학습에 치중되고 있을 뿐, 한국어 능력평가나 웹기반 컴퓨터에 대한 연구는 그다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한편 세계 20여개국 150여명 한국학 전문가들이 한국학 연구성과 교류를 위해 여는 한국학대회는 2년마다 열린 지 올해로 네 번째로 역사, 문화, 정치 등 14개 지정분과로 나눠 130여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