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와 한국인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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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와 한국인의 자격
  • 김길남
  • 승인 2008.08.2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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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민족연구재단 이사장
세계어로 확산된 영어공부를 힘들게 해야 하는 한국인 학생은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고생 안해도 되는데 어쩌다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태여 났는가?’를 반문하는 학생도 있다고 한다.

한국인의 자격이라 하면, “그것도 무슨 자격이냐”라고 말할 사람이 많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한국에서 한국인의 부모로 태어난 사람들에게는 아주 이상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태어날 때부터 저절로 한국인이 된 사람들이 아닌 다른 인종이나 국민들 가운데 한국인이 되기 위해 일정한 법률적 요건이나 사회적 조건을 가추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산업화 이후 언제부터인가 ‘코리안 드림’을 꿈꾸면서 한국으로 몰려온 수십만에 달하는 외국인노동자들 가운데 한국국적을 취득하고 한국인이 되려면 한국어, 한국역사를 공부하고 한국에 대해 많이 배워야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은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과 한국어 구사능력이다.

언어는 의사소통의 기능만 가진 것이 아니라, 그 민족의 역사 문화 가치관 그리고 ‘얼’이 담겨있다. 민족을 소멸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 고유 언어를 말살하는 법이다.

만주지역에 그 많던 소수민족들이 모두 없어진 것은 그들의 언어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만주어가 없어지면서 만주족문화가 없어지고, 아이누어가 흐려지면서 아이누혼도 흐려졌다.

그래서 일본 식민지 말기에는 일본이 소위 ‘내선일체’를 위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흩이기 위하여 조선어 말살정책을 최우선순위로 세워서 집행했다.

민족 집단 이해의 기본은 언어다음으로 역사 예술 풍속 문화 순으로 정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한국국적을 가지고 미국 영주권을 가진 사람이나, 미국 시민권을 가진 사람이나 모두가 코리안 헤리티지의 계승 기준은 한국어 구사 능력과 이해 능력에 기준을 둘 수밖에 없다. 한국말에는 한국의 얼이 있고 한국의 혼이 있기 때문이다.

지구상에 각기 다른 인종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9천여개나 된다고 한다. 9천가지 언어 중 에 문자로 표현할 수 있는 언어는 불과 1천8백여 종류의 문자밖에 없으니 문자가 없는 언어 사람이 쓰는 말 가운데 글로 표기하지 못하는 언어가 2/3에 달한다고 한다. 한글의 과학성과 효율성은 여러 부분에서 입증되고 있다.

최근에 독립을 쟁취한 동티모르에서 한글을 도입하고자 우리나라 실무자와 교섭이 있었다. 그 것 뿐인가 유네스코에서 문맹 퇴치에 공헌한 개인이나 단체에 주는 상의 이름이 ‘세종대왕상’이다. 한글 세계화 선언의 결실은 미국에서 착실하게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문자가 없는 9천가지 언어는 제외하고라도 문자가 있는 1천8백가지 언어 중에 서양어로는 영어, 독어, 불어, 동양어로는 일본어, 중국어 다음에 한국어가 미국 SAT 2에 정규외국어 과목으로 채택 돼 실시되고 있다는 것은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인류학자인 이광규 재외동포재단 전 이사장은 “한국어의 미국 SAT2의 정규 외국어로 채택된 것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이후 가장 위대한 발전”이라 평하고 있다. 현대사에서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냉전체제가 무너진 지금 유일 초강대국으로 세계를 움직이는 자리에 미국이 서있지 않는가?

문자란 사람이 내는 소리를 표기하는 것을 말하는데 언어학자들의 통계를 보면 사람이 말로 표현하는 소리를 8천가지를 표기 할 수 있는 문자는 한글 뿐이라 한다.

세계 공용어처럼 사용되는 영어가 2천가지, 15억의 인구가 쓰는 중국어가 4백가지, 일본어가 3백가지의 소리를 문자로 표기 할 수 있다고 한다.

다른 나라 문자의 기원이 우리 한글처럼 확실하게 스스로 제정된 문자가 드물다. 한글의 우수성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21세기를 ‘Information Technology 시대’라고 한다. 인류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지구촌시대를 인터넷이 개척하고 있다. 컴퓨터 데이터 입력에 한글보다 우수한 문자가 없다고 한다.

몇 년 전 얘기지만 Darlene Lee 아세안 위원장이 발표한 동남아 주요국가 인터넷 접속 가구가 “대만이 0.8%, 홍콩이 8.6%, 싱가폴이 5.4%, 한국이 48%로 한국의 인터넷은 젊고 또 역동적이어서 그 전망이 가장 밝다”고 말했다. 한국의 4천8백만 인구 중에 노인과 어린이를 제외하고 모두가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9개의 문자판을 보지도 않고 한글 메시지를 찍어내는 한국의 젊은이들의 손놀림을 보면 신기에 가깝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값진 한글을 문화유산으로 물려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근세사의 선각자 주시경 선생은 민족과 언어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말은 나라를 이루는 것인데 말이 오르면 나라가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린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