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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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유감
  • 조남철
  • 승인 2008.08.2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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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남철(한국방송통신대 교수, 본지 편집위원장)
지난 한 주는 광복과 올림픽이 겹쳐 매우 분주한 나날들이었다.

광복이냐, 건국이냐의 논란으로 적지 않은 이들이 목소리를 높였고, 역시 우리 사회는 열정적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기도 했다. 물론 이 자리에서 광복과 건국의 문제를 다시 논의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런 논의들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가진 이런 저런 갈등들이 겉으로 드러나고 또 그 논의의 과정 속에서 우리는 ‘광복’과 ‘건국’의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됐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광복절 날, 청주시민회관에서는 조선족 유학생 임영 씨는 남다른 의미의 광복절을 맞았다. 이날 열린 건국 60주년 기념식에서 할아버지 임민호 선생을 대신해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기 때문이다.

임민호 선생은 일제시대 중국 옌볜(延邊)지역에서 만세운동에 동참하고 독립자금을 마련하다 체포돼 옥고를 치른 항일투사로, 후에 옌볜대학을 설립하고 초대 부총장으로 중국내 조선 민족 교육의 기틀을 마련한 분이기도 하다. 후에 문화혁명의 열기에 희생당한 불운한 선각자였던 것이다.

같은 날, 한 일간지에 다소 선정적(?)인 제목의 글이 실렸다. 그 글의 제목은, ‘조선족은 어디 응원할까?’이다. 이미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조선족 동포들이 한국과 중국 중 어디를 응원할 것인지에 대한 사소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기사이다.

중국의 조선족 동포 중 한국 문화에 익숙한 60세 이상은 한국을 응원하지만 그 이하로 내려갈수록 중국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세대가 내려올수록 점점 중국을 응원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조선족 정모(여·24) 씨는 “조선족은 국적으로 보나 문화적으로 보나 중국인으로 봐야 한다”며 “할아버지 세대까지는 몰라도 아버지 세대부터는 중국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그 기사는 결론으로, ‘세대마다 다르지만 중국을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다’가 답이 될 듯하다고 적고 있다.

어느 동포문제 세미나에서 발표를 마친 조선족 학자에게 다른 지역에서 온 어느 동포는 ‘당신들은 한국과 중국이 국제대회 결승에서 맞붙었다면 어디를 응원하겠냐’고 묻기도 했다.

그때 그 조선족 학자의 대답이 아주 현명했다. ‘그것은 시집과 친정집을 놓고 어디가 좋으냐고 묻는 것과 똑같다. 중국이라는 집안으로 시집간 우리가 그 시집에서 인정받고 잘 살아야 친정식구들도 마음이 편안하지 않겠느냐? 우리를 그렇게보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렇다. 중국이든, 미국이든, 일본이든, 러시아든, 해외의 모든 동포들은 모두 그곳에 시집간 우리의 귀여운 딸들이다. 누구는 시집이 잘살아 넉넉하게 시집생활을 하기도 했고, 누구는 까다롭고 우리와 다른 문화를 가진 시집식구들 덕분에 마음도 몸도 지치고 상했으며 끼니 걱정까지 하며 근근히 살아오기도 했다.

그러나 시집이 잘살든 못살든 그들에게는 한국이라는 든든한 친정집이 있다. 언제라도 따뜻하게 안아줄 친정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시집 식구들의 야박한 대접과 견디기 어려운 시집살이도 다 참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하물며 예전에 형편없이 가난했던 친정집이 지금은 세계 10위권에 드는 경제력까지 갖췄다니 그들의 어깨가 왜 으쓱하지 않겠는가.

이제, ‘엄마가 좋으니? 아빠가 좋으니?’와 같은 어린 아이를 괴롭히는 질문을 재외동포들에게 던질 때는 지났다.

우리와 핏줄을 같이 하고 문화적 배경도 같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다른 나라에 사는 동포들을 우리 민족의 일원으로, 21세기 한민족 시대의 귀중한 자산으로 인정하고 그들을 함께 안고 가는 동포정책이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