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함께 웃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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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함께 웃는 날이 오기를
  • 문민
  • 승인 2008.07.23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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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민(본지 칼럼니스트, 귀한동포연합총회 부회장)
사람은 너무 기뻐도 울고 슬퍼도 울고, 화나도 울고 아파도 운다.

지난 주말 영화 <크로싱>을 보는데 극장 내 여기저기서 쿨적쿨적 흐느끼는 소리가 상영 내내 이어졌다. 왜 <크로싱>은 그토록 많은 관객을 울렸을까? 영화제목 ‘크로싱’의 사전적 의미는 ‘교차’ 혹은 ‘엇갈림’이라는 뜻이다.

횡단보도에서 사람들이 서로 스쳐지나는 장면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하겠지만 실제로 영화에서는 횡단보도 대신 가족상봉을 위해 북한을 탈출한 후 중국, 몽골 등 지역을 찾아 헤매다가 길도 없는 몽골의 어는 사막에서 처참하게 죽는 주인공 준이와 아내와 아들을 모두 잃은 준이 아빠의 모습만 자꾸 떠오른다.

월요일 아침, 출근하여 직원들끼리 첫인사가 “주말에 <크로싱> 보셨어요?”이다. 한 동료직원은 "영화를 보고 난 후에 가슴이 답답하여 어쩔 바를 모르겠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또 다른 동료직원은 영화를 보고 나서 북한 사람도 우리와 똑같이 ‘가족사랑’이 있다는 것에 놀랐으며, 영화보기 전까지만 하여도 북한사람들은 오직 ‘수령님’에 대한 사랑만 있는 줄 알았다고 한다.

영화 <크로싱> 공식 홈페이지에 방문해보니 “그렇게 어려운 형제가 있음에도 혼자서 잘 먹고 잘 산 것 같아 너무 부끄럽다”, “북한에 대해 너무 몰랐다”, “너무 슬펐다”, “배고픈 북한 어린이에게 너무 미안하다” 등등 자성하고 회개하는 글들로 커뮤니티 공간을 메웠다.

오늘 점심식사 메뉴에는 <크로싱>이 추가 되었다. 옆에 앉은 동료직원은 내가 중국에 왔다는 것을 의식해서인지는 몰라도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 “중국동포들이 없으면 <크로싱>도 없었을 거예요.

중국동포들의 도움이 없이는 북한 사람들이 탈북은 거의 불가능하잖아요” 나는 기다렸다는 듯 평소에 늘 가슴속에 간직했던 말로 대답했다. “그렇죠. 그뿐만 아니지요. 중국에서는 이미 남북통일이 이루어졌는데, 유독 한반도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은 거죠. 저의 가족만 봐도 엄마는 북한 출신, 아빠는 남한 출신이거든요. 나는‘통일아’인 셈이지요.”

실제로 남북한 통일에 가장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중국동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극장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중국동포들은 일찍부터 어려운 북한 동포들을 도와주고 있었다. 비록 영화 <크로싱>에서는 중국동포가 돈 받고 탈북자를 도와주는 일개 브로커로 묘사되었지만 말이다.

작년 봄 중국 하얼빈에 출장 갔을 때 중국 측의 안내로 북한식당에 간적이 있다. 식당이라고 해서 그냥 식사만 하는 곳이 아니었다. 식당 종업원 역시 단순히 서빙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음식을 나르기도 하고, 공연도 하고, 한국에서 온 손님들과 함께 환한 웃음을 짓고 사진도 찍고. 그때 찍은 사진을 꺼내 볼 때마다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린다.

그렇다. <크로싱>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지만 북한의 전부는 아니다. 그 곳에도 희(喜), 로(怒), 애(哀), 락(樂)이 있다. <크로싱>은 북한의 어렵고 슬픈 일면을 한국인과 공유했다는데서 의미가 깊다. 앞으로 그들과 함께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또 즐겁고 흥겨운 영화를 함께 보면서 크게 웃을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