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 비자면제프로그램, 또다른 비자심사제도에 불과
상태바
[기고] 미 비자면제프로그램, 또다른 비자심사제도에 불과
  • 조백기
  • 승인 2008.07.17 13:4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월 25일, 앞으로 한달이면 도입한지 3년도 채 되지 않는 현재의 사진전사식 여권을 또다시 엄청난 국가예산을 낭비해 가면서 새로운 여권인 전자여권을 전면적으로 도입·시행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여러분이 미국을 방문할 의사나 이유가 없음에도 단지 몇몇 사람의 편리함을 위해 지문정보가 포함된 전자여권을 만들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유럽이나 아시아 등 다른 나라를 방문하고자 하는 여러분들에게는 전혀 필요없는 여권을 말인니다.

정부는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 가입으로 연간 1천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와 국민 편익의 효과가 있음을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주장하는 경제적 효과는 장밋빛 환상에 불과할 뿐더러, 9.11테러 이후 미국의 출입국심사는 점점 더 강화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국민 편익의 효과 또한 우리를 속이기 위한 기만에 불과한 것입니다.

현재 미국을 방문하는 모든 외국인들은 입국심사 과정에서 사진촬영과 기존의 두 손가락에서 열 손가락 지문채취로 강화되고 있어, 입국심사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이 평균 45분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리고 방문 전에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여 간단한 신상정보를 입력한 후 입국 가능여부를 실시간으로 판정받는 ‘전자여행허가제’ 또한 개인정보 보호에 필요한 제도적 장치마련이 미흡한 상황에서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 가입조건에 맞춰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여행자가 양국의 안보, 법집행, 이민관련 국익에 위협이 되는지 여부를 미리 파악하기 위해 여행자 정보를 상호적으로 공유하는 ‘여행자 정보 공유’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 또한 개개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정부에 의해 제3국인 미국에 자신의 개인정보가 사전동의 절차없이 일방적으로 넘겨져서 수집·관리되는 것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조건을 갖추고 한국이 비자프로그램에 가입한다고 하더라도, 무비자 입국을 위해서는 반드시 6개월 이상 유효한 여권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비자면제프로그램이 시행되기 전에 비자가 거절된 기록이 없거나 비자가 거절기록이 있다면 그 후에 다시 비자를 받았어야 하고, 미국의 이민 또는 비이민법 위반 사실, 불법체류 기록, 미국 내에서의 범죄 기록, 한국에서의 범죄 기록, 기타 위험한 질병 등 입국 시 미국의 위생, 안전,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이 없어야 비로소 비자면제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최종적으로 ‘전자여행허가제’를 통해 입국이 거부된 사람들은 또다시 기존의 비자심사를 거쳐야 되는 더 한층 엄격하고 강화된 ‘이중의 출입국심사제도’라 하겠습니다.

이처럼,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은 한미공조관계 강호, 경제적 효과, 국민편익 증진 등의 허상으로 국민을 우롱하며 인권의 가치를 내팽개치고 있는 ‘인권 포기 프로그램’(Human Rights Waiver Program)에 불과한 것입니다.

따라서, 몇몇 사람의 ‘위장된 편리’를 위해 나머지 모든 사람의 인권침해라는 막대한 기회비용을 치르고자 하는 정부정책의 부당함에 대해 질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울러, 아무런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하고, 정부와 기업이 내세우는 편리함에 점점 무디어져만 가는 우리 자신들에 대한 질책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조금은 불편하고 귀찮더라도 정부와 기업의 이익을 넘어 우리의 인권을 지키고자 이제라도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 첫걸음이 바로 ‘전자여권 반대! 자유를 위한 재발급 직접행동’에 동참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 기다리겠습니다.

------------------
조백기(천주교 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