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UCLA 교내식당의 한국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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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UCLA 교내식당의 한국 음식
  • 김준희(국제문화산업교류재단)
  • 승인 2008.07.1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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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9월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대학교(UCLA)에서도 한식을 맛 볼 수 있게 된다.

이번 가을 학기부터 하루 약 2만 명의 학생이 이용하는 대학교 내 식당 4곳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한국 음식이 메뉴에 오를 예정이다.

지난 달 초 실시했던 한식 시연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이 한식 메뉴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우선 선보이게 될 한식 요리는 불고기, 갈비, 비빔밥, 김치 등이 될 것이며, 이렇게 되면 미국 대학 중에서는 UCLA가 최초로 한식 메뉴를 제공하는 것이 된다.

요즘 이른바 ‘잘 나가는 뉴요커’들 사이에서는 동양 음식을 먹는 것이 하나의 유행처럼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한다.

헐리웃 스타 로버트 드니로는 최근 LA에 ‘노부’라는 일식집을 개업했으며, 이곳은 몇 일전부터 예약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성업 중이다. 헐리웃 스타들이 가장 많이 들른다는 비벌리힐스의 ‘스파고’라는 음식점도 주 메뉴는 아시안 퓨전 푸드이다.

이러한 아시안 푸드 열풍 속에 일본, 중국, 태국 등은 각기 독특한 색깔을 선보이며, 미국의 대중화된 음식 중의 하나로 단단히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중이다. 고급화 전략을 내세운 일본 음식, 편하고 저렴하게 여럿이 모여 먹을 수 있는 중국 음식, 특이하고 독특한 타이 음식 등 어느덧 아시안 푸드의 위상은 상당히 튼실해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아시안 푸드 열풍 속에서도 유독 한국 음식만은 열외이다. 조리 과정의 복잡함과 식재료의 독특한 냄새 등이 한식의 세계화를 가로막고 있는 요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안이한 답변이다.

몇몇 일식당이나, 타이 음식점, 심지어 중국 식당과 하와이 음식점 등에서까지도 이미 여러 한국 음식들이 마치 그들 전통의 음식인 양 팔리고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가 있다. 특히 일부 일식당에서는 한국식으로 조리한 갈비나 불고기를 일본 음식처럼 팔고 있는데, 이러한 한국식 메뉴들은 굉장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당연히 소비자들도 일본 식당에서 파는 음식은 모두 일본 전통음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한국인으로서는 정말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결국 음식도 먼저 대중화시키는 쪽이 주인인 것이다. 그 방면에서는 일본이 가장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있는데, 하마터면 김치도 ‘기무치’라는 일본 이름을 달고 국적 변경을 할 뻔한 일도 있지 않았는가.

지금이라도 한식의 세계화에 좀 더 신경 써야할 것이다. 일본은 스시를 팔면서 문화도 함께 팔고 있다. 스시에서 파급되는 일본 문화의 바람은 가히 놀라울 정도이다. 우리도 부러워만 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조직적으로 한식을 세계화시키면서 우리의 문화를 거기에 고명처럼 예쁘게 얹어서 팔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한국 음식점들의 위생 관념 개선, 조리법의 규격화, 그리고 한국 음식을 헐리웃 영화의 소재나 배경으로 계속 제공해주는 노력 등이 필요할 것이다. 줄리엣 로버츠나 톰 행크스가 서툰 젓가락질로 스시를 먹는 장면은 영화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것을 가야금 소리가 들리는 한식집에서 불고기를 먹는 장면으로 바꿀 수는 없을까. 일본은 바로 이런 작업을 조직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그 결과 이제 일식은 미국에서도 가장 고급 음식으로 자리매김을 했고, 일식집에서 묻어나오는 일본 문화가 자연스럽게 미국인들의 생활에 스며들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노력은 우리가 반드시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명문 UCLA 대학생들은 앞으로 미국 사회를 책임질 재목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으니, 이 기회를 잘 활용하여 그들을 한국 음식 마니아로 길들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준희, 국제문화산업교류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