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다문화사회,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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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다문화사회, 어디까지 왔나?
  • 신상록
  • 승인 2008.07.0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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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상록(다문화가정지원센터 소장, 본지 편집위원)
한국 사회는 다문화 시대를 준비하기에 분주하다. 불과 두 달 사이에 한국다문화학회와, 다문화교육학회가 창립되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최초로 서울교대에 다문화학과가 개설되었다. 또한 한국 사회학회도 내년 봄 다문화사회학과 개설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특히 법무부는 지난 5월 관학협력을 통한 다문화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전국주요도시 20곳에 ABT(Active Brain Tower) 대학지정을 마치고, 다문화 정책연구, 다문화강사 및 지도자 양성 등을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성격은 약간 다르지만, 7월에는 경기도 고양시 장황동에 경기도와 고양시 지원으로 IOM즉 이민정책연구원이 들어설 계획이다.

한국은 20005년 현재 120만 다문화인이 살고 있고, 그들을 돕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이 개설되어 있다. 2007년 10월 법무부 조사에 의하면, 전국 245개 기관에서 1014개 한국 사회 적응을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국은 과거 60년대와 70년대처럼 미군과 한국여성의 결혼을 터브시했던 시절과 180%도 달라졌다. 이렇게 된데는 매스컴의 영향과 농촌 총각들의 당면한 결혼문제, 그리고 부족한 산업인력의 확충이라는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작년 말 유엔 인권위원회는 한국이 이민국가임을 강조하면서 더 이상 단일민족이나 순혈국가라는 주장을 지양 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또 여성정책연구원의 김이선 연구원은 ‘한국인의 이민자에 대한 수용성 이중구조’ 라는 주제의 논문을 통해 '한국인은 외국인에 대해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살고 있는 이민여성의 경우, 차가운 차별의 벽을 겪어보지 않은 이들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결혼이민자들은 한국인들로부터 외국인에 대한 혐오감정(제노포비아)이나 취업면접 거부, 비인격적 대우를 심하게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출신 결혼이민자로 11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 여성은 지역주민센터에 갔다가 공무원으로부터 ‘일본으로 가지 왜 여기에 사느냐’는 핀잔을 들었고 한다.

"한국남편은 3개월 전 병으로 죽고, 시어머니를 모시고 어린삼남매를 키우고 어렵게 살고 있는데, 어디로 가느냐"고 따지고 싶었으나 "여긴, 일본이 아니니까"라며 꾹 참았다고 하였다.

이런 애기를 들으면, 한국인은 필요 때문에 할 수 없이 이민자를 인정하고, 받아주는 것이지 속마음은 전혀 아니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결혼이민자들 중에는 대학출신자들이 많이 있다. 이들 가운데는 일자리를 찾아서 온 이들도 있고, 가족을 돕기 위해 결혼이민을 택한 이들도 많다. 그런데 한국에서 받는 비인격적 대우는 한국을 살고 싶지 않은 나라로 만들고 있다.

최근 캄보디아 정부는 자국의 여성들이 한국, 일본, 대만 등으로의 결혼을 허가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자국의 여성들이 당하는 비인격적 처우에 대한 항의 조치이지만, 한국의 입장에서는 부끄러운 일이다. 물론 한국인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결혼 이주여성들 가운데는 한국배우자로부터 사랑과 인정을 받는 등 열심히 살고 있는 이들도 많이 있다.

필자가 느끼는 한국사회의 다문화인들에 대한 전체적인 분위기는 초기 이민사회에 나타나는‘관용’단계에서 진전된 비차별법제화로 발전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한 이유는 이민자들이 한국인들의 비우호적 태도와 인권침해에 대하여‘우리도 인간이다’, ‘우리도 정당한 대우를 해 달라’는 요구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5일 한국외대에서‘사회통합이수제프로그램’실시에 대한 공청회가 있었다. 법무부는 1안과 2안을 만들어 제시했는데, 1안은 귀화 신청시 필기시험의 부활을 전제로 이수제교육을 받은 자는 필기시험을 면제해주는 등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준다는 것이다. 2안은 기존처럼 시험 없이 결혼2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국적취득을 하게 해주며, 만약 이수제를 받으면 결혼 2년 경과에 상관없이 국적부여 기간을 단축해주는 등 여러 인센티브를 준다는 골자이다.

만약 해외에서 어렵게 국적을 취득한 동포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면 어떤 대답이 나올지 금금하다. 이날 공청회에 나타난 민의는 사회통합이수제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였지만 실시시기와 구체적인 방법에 관해서는 의견의 차이가 있었다.

이수제를 찬성하는 결혼 이민자들은 한국에 살아야 하고, 자녀와 남편과 대화해야 하고, 직장을 다녀야 하기 때문에 국가에서 실시하는 이수제교육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하는 이민자들은 한국 사회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들은 사회통합이수제를 받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면서 '한국사회가 먼저 변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일반국민의 입장은 어떠할까? 지난 6월 15일부터 25일까지 전국 성인남여 1,000명에게 전화면접조사를 했는데, 84.3%가 이수제를 찬성하였다.(리서치월드) 한국은 지금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는 과정에 있으며, 어떻게 하면 다문화 사회통합을 잘 이루어 갈 것인가에 대하여 뜨거운 쟁론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