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와 젓가락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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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와 젓가락질
  • 한상대
  • 승인 2008.06.25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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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대(본지 편집위원, 명지대 교수)
"젓가락질은 의학적으로 60여 개의 근육과 30여 개의 관절을 동시에 사용하게 돼 두뇌 개발에 좋고 치매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의학전문가의 얘기다.

“두뇌수술, 심장수술은 한국의사가 제일 잘한다” 뉴욕대학병원의 유명한 심장외과 의사인 김 교수는 나에게 그 비밀을 “젓가락질”이라고 웃으며 말한다. 동양인은 어려서부터 젓가락질을 배우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얇은 쇠 젓가락을 쓰기 때문에 한국인 손의 예민한 근육이 잘 발달된 결과라고 들었다. 우리나라가 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휩쓰는 이유도 젓가락질과 무관하지 않다고 한다.

서양과학자들은‘난자 핵’을 빼내는데 1시간이 걸리는데, 우리 과학자들은 10분만에 가능한 이유는 뭘까?

호주에서 만 20년을 살다가 귀국한 나에게 귀국후 문화충격 중 하나가 신세대 젓가락질이다. 같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내가 가르친 호주의 노랑머리 파란 눈의 제자들은 젓가락질을 올바로 하는데, 같은 또래의 내 한국제자들이 우선 보기에도 민망한 젓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제대로 하는 학생이 열명 중 한 명 찾기가 힘들다. 같이 식사하던 호주학생이 나에게 “왜 한국학생은 젓가락질을 저렇게 하느냐?”(Why do they manage chopsticks like that?)고 질문 할 때, 나는 대답이 막혔다. 한국문화의 일부분으로 젓가락질, 절하는 법 등을 나에게 애써 배운 그들로서는 의아할 수 밖에.

나는 귀국한 후 우리의 대표음식이고 건강식인 김치를 안 먹고, 젓가락질을 못 하는 신세대가 많은 것을 보고 우리의 좋은 전통문화가 사라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우려를 했다. 오히려 해외에서 낳고 자란 동포 2세들이 한국의 신세대 보다 젓가락질을 더 잘한다.

나는 우리의 미풍양속인 젓가락질은 마땅히 배우고, 실천되어야 한다고 본다. 일차적 책임은 기성세대인 부모들에게 있다고 본다. 입시준비 등으로 그런데 신경을 못 썼다는 궁색한 변명은 안 통한다.

‘문화는 새 것의 장점을 배우고 옛 것의 좋은 부분은 간직할 때’ 제대로 발전한다. 일본은 1984년 8월 4일을 `젓가락절'로 지정 올바른 젓가락질 보급을 하고 있다. 중국도 `베이징 올림픽의 시작은 올바른 젓가락 사용으로부터'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올바른 젓가락문화를 만드는 사람들’대표인 대림대 김필대 교수가 11월 11일 `뻬뻬로 데이'를 `젓가락의 날'로 지정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손이 부지런하면 오래 산다" "손재간이 있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옛말이 있다. “너 뉘 집 앤데 젓가락질도 못하느냐?”고 꾸짖던 옛 어른들을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 전체가 젓가락질을 올바로 못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분위기로 바뀌면, 해결이 안 될까?

내가 내 주변 학생들에게 권했더니 며칠 만에 젓가락질을 배우는 학생이 몇 명 나왔다. “한 일주일 노력하니까 할 수 있어요”한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젓가락질 올바로 사용하기” 운동을 벌여야 한다. 젓가락질 못하는 젊은 사람은 아예 사위나 며느리로 받질 말자. 그래서‘손재간이 좋은 민족’의 전통을 이어가자.

“민족이란 자연발생적 혈연공동체이다. 언어, 문화, 역사, 생활양식, 심리적 습관, 행동양식을 공유하는 인간집단으로 공속적 감정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