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출신 청년연주가들, '유쾌한 에너지' 발산
상태바
동포출신 청년연주가들, '유쾌한 에너지' 발산
  • 최선미 기자
  • 승인 2008.06.12 16: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 최고' 수준 실내악팀 '디토(Ditto)' 15일부터 총 10회 전국투어

▲ 재외동포 연주가로 구성된 실내악 프로젝트 팀 '디토(Ditto)'가 오는 15일 전국투어를 시작한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젊은 재외동포 연주가들로 구성된 실내악 프로젝트 팀 ‘디토(ditto)'가 오는 28일 예술의 전당 공연을 포함해 15일부터 총 10회의 전국투어를 시작한다.

이번 공연의 모토는 '즐거운 클래식 음악의 발견'으로, ‘디토’라는 팀명에 담긴‘공감’이라는 의미와도 맥락이 닿는다. ‘디베르티멘토(divertimento)’의 줄임 말인 디토(ditto)는 클래식 작품 중 기분 전환을 위한 ‘밝은 음악’을 지칭한다.

그에 따라 연주회 내용도 명랑하고 생동감 넘치는 슈베르트의 피아노 오중주 '숭어'를 중심으로 이뤄지며, 관객과의 소통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멤버 각각에게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을 정도로 빼어난 청년 연주가들의 모임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유쾌한 에너지는 공연장의 관객들을 충분히 사로잡을 것으로 보이며, 중국계인 다쑨 창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계 연주가라는 점도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기여할 것이라 예상된다.

서울에서 출생했으나 10세 때 러시아로 이주해 모스크바 국립음악원을 졸업한 피아니스트 임동혁, 한국전쟁 당시 미국으로 입양된 비혼모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줄리어드 음악원의 아티스트 이플로마 프로그램에 입학한 최초의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수필가 피천득 선생의 장녀 피서영(보스턴대 물리학과 교수) 씨의 아들로 하버드를 졸업한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재키, 줄리어드 및 예일 음대를 졸업한 재미동포 첼리스트 패트릭 지,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출생해 하버드 및 클리블랜드 인스티튜트를 졸업한 바이올리니스트 자니 리, 그리고 하얼빈 출신의 베이시스트 다쑨 창.

이들 동포 청년 연주가들을 보다 가까이 살펴보면, 구성원들의 다채로운 배경 이면에 있는 한인이자 동양인이라는 정체성은 그들이 어떻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디토를 결성하게 됐는지 추측할 수 있도록 해 준다.

피아니스트 임동혁(Donghyek Lim)은 1996년 국제쇼팽콩쿠르에 2위로 입상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2001년 프랑스 롱-티보 콩쿠르 1위 수상과 더불어 같은 해 솔로 리사이틀 상, 오케스트라 상, 프랑스 작곡가 해석 상, 파리음악원 학생 상, 마담 가비 파스키에 상 등 5개 부문을 석권하는 기록을 남겼다. 임동혁은 모스크바 국립음악원의 명교수 레프 나우모프가 “황금 손을 가졌다”고 극찬할 정도로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현재 줄리어드 아티스트 디플로마 과정에 재학중이며, 유럽, 북미, 아시아를 넘나들며 스타 피아니스트로 자리 잡고 있다.

또 같은 세대의 비올리스트 중 가장 뛰어난 인물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는 리처드 용재 오닐(Richard Yongjae O'Neill)은 일찍부터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한국에서는 2005년 KBS <인간극장>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그는 한국전쟁으로 고아가 된 후 아일랜드계 미국인에게 입양된 여인의 아들이자, 넉넉하지 않은 환경임에도 줄리어드 음대 대학원 역사상 최초로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한 천재이다. 2006년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 어워즈를 수상하는 한편, 7년간 뉴욕에 거주하며 예술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뉴욕시 의회로부터 명예로운 시민상을 받기도 했다.

4세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한 스테판 재키(Stefan Jackiw))는 2000년 런던 필아모니아 오케스트라와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며 유럽 무대에 데뷔했다. 당시 그는 타임즈의 첫페이지를 장식하고 영국 스트라드지가 “14세의 바이올리니스트가 폭풍처럼 런던 음악계를 강타했다”고 평할정도로 감각적인 무대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2002년에는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 어워즈를 수상했으며, 현재는 솔리스트로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예술의 전당에서 서울시향과의 협연을 통해 한국 데뷔 무대를 선보인 스테판 재키는 당시 96세의 나이로 공연장을 찾은 고 피천득에게 그가 생전에 애호하던 쇼팽의 녹턴 20번 C# 단조를 선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첼리스트 패트릭 지(Patrick Jee)는 해리스 골드미스(Harris Goldsmith)로부터 ‘타고난 거장’이라는 찬사를 얻은바 있으며, 현대음악에 대한 열정도 남달라, 시인 김소월의 시에 곡을 붙인 재미 작곡가 제임스 라(James Ra)의 ‘Evocation’ 등 다수의 20세기 작품들을 초연 및 레코딩 했다. 패트릭 지는 현재 시카고 리릭 오페라 오케스트라 첼로 부수석으로 활동 중이며, 미국, 캐나다, 아시아, 유럽 등 각국을 오가며 왕성한 연주를 펼치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자니 리(Johnny Lee)는 5세에 바이올린을 시작해 8세때 콩쿠르에서 처음 우승할만큼 재능이 남달랐다. 그러나 다른 학문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어 하버드 의대에 조기 입학했다가, 다시 클리블랜드 음대에 입학해 2003년 수석으로 졸업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2005년부터 한국인 최초의 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종신 단원으로 활동중이며, 매년 콜로라도 음악제, 시카고의 그랜트 파크 음악제에 참가하고 있다.

다쑨 창(DaXun Zhang)은 2001년 국제 베이시스트 협회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우승한 더블베이시스트로 워싱턴 포스트지로부터 “만약 베이스 계에서 최후의 1인을 뽑아야 한다면, 그 자리는 그(다쑨 창)의 것”이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출중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2007년 에이버리 피셔 그랜트 어워즈를 수상하기도 한 그는 첼리스트 요요마의 실크로드 프로젝트 멤버이자 노스웨스턴 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디토는 한국 각지의 연주관에서 ‘숭어’ 외에도 모차르트의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2중주 K.423, 베토벤의 현악 4중주 9번 ‘라주모프스키’에게 바치는 노래를 연주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연주 일정은 오는 15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18일 성남아트센터, 20일 부산시민회관, 21일 대구학생문화센터, 24일 천안시민회관, 25일 하남문화예술관, 다음 달 1일 울산현대예술관, 2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등으로 이어진다.

더불어 이번 디토의 전국 연주 일정과 함께, 지난 12일 바이올리니스트 자니 리는 호암아트홀에서 한국 데뷔 솔로 독주회를 열었으며, 첼리스트 패트릭 지도 오는 13일 호암아트홀에서 한국 데뷔 무대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