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월드' 유료화에 남아공 동포사회 거세게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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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월드' 유료화에 남아공 동포사회 거세게 반발
  • 이석호 기자
  • 승인 2008.06.04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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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버그 등 아프리카 동포들 "교육용 방송을 중단!" 항의

아프리카에서 사실상 무료 시청을 해 오던 국제방송 채널‘KBS월드'를 KBS 측이 정식 유료 서비스 가입자에 한해서만 수신할 수 있도록 제한 조치하자 현지 동포사회가 이에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현지 동포사회는 "KBS 측이 'KBS월드'의 유료 전환을 가능토록 하는 세톱박스와 수신카드 보급 등 후속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송출 방식부터 변경, 이 방송을 통해 한국어를 교육해 온 한글학교 등이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연일 항의에 나서고 있다.

위성 안테나를 통해 'KBS월드'를 시청하던 아프리카 전체 동포들은 무료 방송 중단 이후 동포 40여명이 지난달 28일 프리토리아 시내 한국대사관을 방문해 KBS의 조치에 항의하는 첫 시위를 벌인데 이어, 31일에도 요하네스버그 한글학교에서 항의 집회를 벌였다.

남아공화국한인회 역시 28일 “KBS가 이달 초 'KBS월드' 채널 암호화 방식을 변경, 가입비와 시청료를 낸 정식 가입자에 한해 방송을 수신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요하네스버그와 프리토리아 동포 300여명으로부터 KBS 월드 유료화에 항의하는 서명을 받았으며 더반, 케이프타운 등지로도 서명운동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기면 남아공한인회장은 “'KBS월드'를 시청하려면 가입비 60달러, 월 시청료 20달러 외에 새로운 송출방식에 맞는 수신카드와 셋톱박스를 확보해야 하는데, 남아공에서는 이를 구하기 어렵고, 서울이나 두바이에서 개별적으로 공수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며 "그런데도 방송 중단부터 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아프리카라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KBS월드'는 그간 동포들이 고국 소식을 접하고 자녀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교육 수단으로 유용하게 활용돼 왔다”면서“동포들이 돈을 내고도 'KBS월드'를 시청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수신을 차단한 것이 공영방송으로서 과연 온당한 처사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KBS는 29일, 암호화 방식 변경으로 'KBS월드'를 무료로 시청할 수 없게 된 남아프리카공화국 동포들의 반발과 관련해서 “'KBS월드'는 원래 유료방송”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KBS 측은“'KBS월드' 채널은 세계 각국에서 수혜자 부담 원칙에 따라 실비 개념의 수신료를 부과하고 있으며, 암호화 방식을 적용해 불법수신 방지를 해왔다”면서 “해킹에 의해 암호가 유출돼 불법 수신 사례가 늘고, 콘텐츠 저작권 보호가 불가능해져 5일을 기해 CAS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면서 불법으로 수신하던 동포들이 더 이상 수신을 못하게 된 것”이라고 경위를 밝혔다.

KBS는 또 "4월 7일부터 4주간 자막방송과 홈페이지를 통해 충분한 사전 고지를 했다"면서 "새로운 암호화 방식을 적용하면서 방송을 볼 수 없게 된 시청자들이 연락을 해옴으로써 많은 동포들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시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KBS는 “사전고지 내용에는 수신기를 구입할 수 있는 판매업체 관련 정보와 유료가입 안내도 포함돼 있었다”면서 “대부분의 아프리카 시청자들은 방송 수신이 끊긴 후에야 연락을 해와 도움을 주더라도 상당기간 시청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재외동포 한국어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한 전문가는 "YTN과 같은 일부 방송 채널의 경우,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송출 서비스를 한다는 명목으로 막대한 예산이 재외동포재단으로부터 지원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런데도 실질적으로 각국 동포들이 교육용 프로그램으로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공영방송 프로그램을 유료로 시청해야 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며, 정부 차원에서 동포 수신료 지원 등 개선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YTN의 경우, 재외동포들에게 실시간 한국어뉴스를 제공하고, 한국어 보급 극대화 목적에서 재외동포재단으로부터 연간 14억 6천여만원을 지원되고 있으나 공영방송인 'KBS월드'에는 예산 지원이 이루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