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의 칭찬을 받을 공관장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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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민의 칭찬을 받을 공관장이 있다면!
  • 베커스 김영자
  • 승인 2008.05.2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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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자(독일 레겐스부르크대 명예교수, 본지 칼럼니스트)
당연히 알리고 칭찬을 해야 한다. 재외 교민이라면 해외 공관 공무원들의 신뢰도가 그리 높지 않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행여나’ 하고 몸을 추스리는 태도에 우리 재외동포는 익숙해진지 오래다.

최근에 들린 소식은 가뜩이나 힘든 재 독일 한국학과의 현실에 큰 도움을 준 사실로 충분히 필자의 감동을 앞세웠다..

지난해 말인가? 재외동포신문에 한 기사가 실렸다. 주위에 칭찬을 받을 공관원이 있으면 추천하라는 내용이었다. 그후 중국 주재영사에게 이 영광이 돌아간 걸로 기억이 난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좀 부러운 마음도 없지 않았다. 내 주위에서도 재까닥 어느 공관원에게 이런 즐거운 '영광의 기회'가 주워질 수 있다면... 하고서.

국내에서는 한국의 세계화 정책에 열을 올린지 10 년이 넘었다. 결과는 어디까지 왔는가? 경제도상에서는 한국의 위상이 세계 경제대국과 어깨를 겨눈다. 그러나 문화 세계화의 위상은 어떤가?

특히 해외에서 한국을 연구하는 학계의 '한국학' 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몸을 추스리고 있다. 멀리 말고 독일의 예만 들자. 3,4년 전만해도 독일내에는 한국학과를 전공과로 운영하던 대학교가 5 곳에 있었다.

한국학 연구소 책임교수들 두 명이 정년퇴임을 하는 동시에 두 대학교에서는 교수자리가 사라졌다. 다른 한 대학교는 병폐합이 된 셈이다.

현재 두 대학교에서 전공과로, 한 대학에서 부전공으로 제대로 목소리도 높일 수 없는 상황에서 '버티면서 견디고' 있었다. 반면에 대학내 중국학과, 일본학과나 국제언어원에 한국어강좌는 느는 추세이다. 주말 한글학교, 시립교육원에도 한국어 성인반의 개설이 늘고 있으니 그나마도 다행이랄까?

그렇지만 이 한국어교육과정이 운영되는 대학기관에서는 교수들의 무관심, 무 경제력이 강권으로 나타나면서 학과로 신설 또는 부전공과로 등급을 높일 기회는 ‚기적’에 맡길 수 밖에 없다, 한국의 세계화가 여기에서 머물고 있다.

지금도 신물이 날 정도의 쓴 '실패이력'이 떠오르면서 깊은 곳 어디선가 서러움이 울컥 한다. 1986년부터 한국 대학교와 자매결연을 체결하면서 한국어강좌 를 개설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국 소국’이라도 건축할 의도로 총장, 몇 친한파 교수들과 갖은 '투쟁'을 벌렸다.

10년이 지나 남독일 바이어른 주 문교부에서 드디어 우리 대학교에 비이어른 주, 아니 전세계에서 가장 큰 한국학연구소의 청사진을 내려보냈다. 친한파는 흥분했고, 지방신문은 대대적으로 기사화 하고, 주 한국 독일대사관 문정관은 당시 학술진흥재단 국제과장에게 이 경사를 당장 알렸다.

그러나 일본이 없는 한국학연구소를 반대하는 교수들, 혹 자기 연구소의 기존 교수자리가 희생이 될까 우려하는 이기적인 교수들이 들고 일어섰다. 결국 대학운영위원회에서(Hochschul-Senat) 7대5로 한국이 패배해 이 거창한 한국학연구소 설계도는 종이조각으로, 아마도 대학교 서류창고에서 지금도 잠을 자고 있을 것이다.

총장, 친한파 교수들이 ‚투쟁’을 하고 있을 때 필자는 재독 한국대사에게 수 차례 간청을 했다. "돈 달라지 않으니 총장께 격려와 외교적인 협조를 해주십사" 하고. 그러나 대답은 "우리가 할 일이 없다"는 말 뿐이었다. 내 민족의 세계화 무능력, 무관심이었으나 이제 탓 해서 뭐하리요.

현재 본대학 한국학과는 교수진이 3 명, 강사진이 7명, 200여명의 학생 수로 최소한 유럽 내에서는 가장 거대한 몸집 연구소이다. 이 본 대학교 한국어번역과를 튼튼하게 궤도에 올리느라 물심양면으로, 그리고 현지 학계의 행정상항을 투철하게 파악하고 협상을 해준 '재치있는 외교관' 재독 본 공관장 손선홍 총영사, 이재용 영사의 노고를 진심으로 치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