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비자 강화에 울상짓는 인천항 '보따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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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비자 강화에 울상짓는 인천항 '보따리상'
  • 이석호 기자
  • 승인 2008.05.2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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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앞둔 중국측 선상비자 포함 단기비자도 규제
지난 3월 중국의 복수비자에 이에 취해진 선상비자 발행 중단 및 보따리상‘손짐’제한 조치가 중국동포과 국내 저소득층의 생계 수단으로 활용되던‘보따리 무역’을 위협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 보안문제와 외국인 출입국 감시 정책에 따른 중국의 외국인 출입국 규제책이 엉뚱하게 '따이공'들에 불똥이 튄 셈이다.

현재 중국동한중소무역상인연합회에 소속된 공식 회원(일명 따이공) 수는 약 4천명으로 이 가운데 중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 1천500명 가량이다. 일부 지역에 따라서는 80%가 조선족동포 상인들이 차지할 정도로 한국 국적자가 줄고 있는 대신 중국 국적자의 분포가 넓어지고 있다.

그나마 중국에서 비자를 발급받아 무역을 하고 있는 중국동포들은 당장 일감이 끊기는 최악의 상황을 면했지만 한국 국적 보따리상들은 이미 대다수가 일자리를 잃게 될 처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중국정부가 올림픽 테러 보호정책이라는 명분으로 액체 등 대부분의 수화물을 제한하고, 수입 양도 대폭 제한하면서 현재 보따리무역을 계속 하는 동포들마저 타산을 맞추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어 트게 타격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6일 인천항 수화물장에서 만난 조선족 전모(32) 씨는 “예년에 비해 중국이 수입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평균 80만원 정도하던 소득마저 절반으로 떨어진 상태다”며 울상을 지었다. 그는 “지금 같은 상태로는 가정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라면서 “올림픽 이후 이러한 장벽을 풀어주겠다는 중국 정부의 발표만 믿고 버티고 있을 뿐, 올림픽 후에도 이 같은 조치를 취하면 전국의 ‘따이공’들은 모두 실업상태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걱정했다.

게다가 국내서 복수비자가 만료된 따이공들은 선상비자 마저 금지돼 당장 생활이 막막한 상황이다. 외국인에 대한 중국의 통제와 감시는 복수여권 소지자 뿐만 아니라, 단기여권 소지자의 경우에도 '어느 호텔에서 묵고, 어떤 목적으로 중국을 방문하는지'를 자세히 적어야 허가될 정도로 외국인 통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선상비자는 배가 입항하면 국제여객선 승객들의 편의를 위해 중국 출입국 관리 공무원이 승선해 30일간 유효한 단기비자를 즉시 발급해 주는 제도로 인천~중국 10개 카페리 항로에서 시행돼 왔다. 그러나 지난 달 웨이하이, 다롄, 친황다오, 잉커우, 칭다오, 롄윈강 등 노선에서 비자 발급을 중단한 이후 이 달 들어서는 톈진, 옌타이, 스다오, 단둥 등 나머지 4개 항로도 중국정부 방침에 따라 비자 발급이 전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덕관(67) 한중소무역상인연합회 회장은 중국의 입국제한 조치에 대해 “중국정부의 이러한 태도에 한마디도 맞대응 하지 못하고, 국민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우리정부의 태도가 더 큰 문제”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지난 1998년부터 일정한 세금을 낼 테니 보따리상을 제도권 안에 넣어달라고 주장했지만 외교적 마찰을 이유삼아 보따리상을 보호해 주는 정책을 전혀 펼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분개했다.

그는 나아가 20~30대가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청년들이 뛰어들고 있는 중국소무역업을 보호하지 못하면 청년실업자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고, 약 10억 달러의 경제적 이익을 내고 있는 보따리상을 죽이면 중국 진출 한국기업들의 활동도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동안 선상비자는 중국대사관을 통해 발급받든 비자에 비해 시간 및 비용 상의 이점이 커 급하게 중국에 가야하는 여행객들을 여객선 카페리로 이끄는 효과도 있어 선상비자 발급 중단 이후 여객선 페리업계의 매출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임수영 범영훼리 여객관리팀 대리는 “선박비자 금지는 또한 따이공 뿐만 아니라 일반 여행객들의 발길마저 끊어놓고 있어, 베이징올림픽은 ‘악재 중의 악재’로 불리오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정부가 무비자까지 추진하다가, 하루 아침에 비자를 강화하는 정책을 줄줄이 들고 나서는 태도를 수긍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보따리상들은 한중 수교 이전부터인 90년대부터 한중 정기항로 개설과 동시에 민간인 인적·물적 문화교류에 큰 역할을 해 왔으며, 이들은 주로 노트북, 전자제품, 생필품, 고가의 기계부품 등을 중국시장에 팔고, 한국으로 들어올 때는 배삯 등을 벌기 위해 농수산물을 개인이 소지 가능한 중량만큼 가지고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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