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신서울풍물지(6) : 원정출산 장려해야지 왠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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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신서울풍물지(6) : 원정출산 장려해야지 왠 수사?
  • 최연구
  • 승인 2003.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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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미국으로 원정출산을 간 한국임신부들이 집단적으로 이민국의 조사를 받았다는 소식이 보도되면서 이에 대한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지리상의 대발견 시대도 아닌데, 대한민국의 임신부들은 왜 태평양건너 신대륙 아메리카로 원정을 떠나는 걸까.
사실 원정출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작년에만 5000명이나 원정을 갔고 올해는 더 늘어 7000명선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원정출산 산모들 중 상당수는 강남의 부유층이고, 이들의 남편은 의사, 군의관, 교사, 방송국PD 등 대부분 중산층 이상이라고 한다.
원정출산이 성행하다 보니 알선업체들도 호황을 누리고 있고 그중에는 무허가 업체들도 많아 결국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무허가업체는 여행업 허가도 받지 않은 채 버젓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이나 캐나다로 원정출산을 가면 시민권을 얻어 교육, 세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고 남아의 경우는 군대도 면제된다'고 광고하면서 원정출산 희망자들을 모집했다고 한다.
업체들은 산모 1인당 1500-3000만원을 받고 미국 LA등지로 출산을 알선해 주었다. 경찰은 원정출산 산모들과 남편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으나 대부분은 조사에 불응하고 있는 실정이라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업이 의사인 한 산모의 남편은 "원정출산을 장려해야지, 왜 수사를 하느냐. 미국 가서 더 나은 교육받고 오면 한국에도 득이 되는데 왜 조사하느냐"며 호통을 쳤다고 한다.
떠날 사람은 떠나기 마련이다. 더구나 세계화시대에 원정출산을 막을 수는 없으며, 원정출산이 불법인 것도 아니다. 문제는 원정출산이 한국사회의 근본적 모순 때문에 야기된 기형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비민주적 병영, 살인적인 부동산 가격, 북핵, 대량실업 등 고질적인 문제가 원정출산을 조장하고 있지 않은가. 원정출산자들을 비난하기보다 대한민국을 역원정출산하고 싶은 나라로 만드는데 힘 기울이는 것이 더 현명한 생각일 것이다. 최연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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