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눈으로 '다문화사회'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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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눈으로 '다문화사회'를 본다
  • 이현아 기자
  • 승인 2008.04.1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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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사회 속 아동문학의 역할' 세미나
다문화사회의 아동문학을 돌아보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한국아동문학학회는 지난 12일 서울교육대학교 인문관에서 ‘다문화 사회 속 아동문학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제10회 한국아동문학학회 학술발표대회를 가졌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기조발표를 맡은 서울교대 황정현 교수의 ‘다문화 사회 속의 아동문학’을 비롯해 한국교원대학교의 박상재 교수가 ‘한국 창작동화에 나타난 다문화 양상’을, 대구대학교 김종헌 교수가 ‘동화 속 다문화 가정의 표상연구’를 각각 발표했다.

“다문화를 소재로 2000년 이후에 발표된 한국 동화를 중심으로 이들 동화에 투영된 다문화 가족의 갈등상황과 애환,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권문제 등의 양상을 살펴보고자 했다”는 박상재 교수는 해외입양아 쌀뱅이의 이야기 『쌀뱅이를 아시나요』, 국제결혼여성인 새엄마와 주인공인 하나의 갈등을 그린 『우리 엄마는 여자 블랑크』, 국제결혼가정의 다문화 자녀인 ‘망이’가 사회로부터 배척당하고 끝내 외국으로 쫓겨가는 절망적 이야기를 다룬 『똥바가지』 등의 작품을 통해 다문화시대를 살아가는 경계인들을 짚어보고 이들이 묘사되는 상황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다문화 인식을 설명하고 있다.

박 교수는 이 작품들이 “우리의 동포들도 과거 일본이나 소련연방, 미국, 독일 등의 그늘진 땅에서 인권을 무시당하고 멸시 천대를 받으며 살았던 아픈 과거가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일제국주의에 의해 자행된 정신대 만행이나 하와이 사탕수수밭에서 우리의 선조에게 착취했던 인권은 유린이고, 우리가 동남아에서 온 그들에게 저지른 오만과 폭행, 착취는 인권유린이 아니란 말인가”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종헌 대구대 교수는 “동화 속에 나타난 다문화가정의 구성 유형과 부부의 구체적 성격이 어떤 표상으로 나타나는지를 살펴 그 문학적 한계도 함께 짚어보고자 한다”며 동화를 통해 드러나는 다문화 사회의 표상을 추적했다.

황정현 서울교대 교수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나의라임오렌지나무』를 예로 들며 “이 작품이 세계적인 명작으로 평가 받는 것은 다문화 사회라는 현상적 특수성 속에 내재하고 있는 올바른 인간관계가 무엇이고, 또 어떻게 형성되며 궁극적으로 ‘진정한 자기’의 모습을 발견하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며 다문화 사회 속에서 어떤 아동문학들이 어떻게 창작되어야 할 것인가를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유럽사회에 널리 알려진 재독동포 출신 소설가 이미륵의 작품이 다문화사회의 관점에서 해석되기도 했다. 2부 순서에서 '이미륵의 소년소설연구'를 주제로 자유발표에 나선 전북대 최명표 교수는 해방 후에도 망명자로서 환국하지 않은 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지속적으로 표현한 이미륵의 소년소설 작품들을 주제 삼아 이민 1세대 작가들에게서 검출되는 문화적 충격과 정체성의 혼란 보다는 고향에 대한 향수 차원에서 해석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동화작가인 박월선 씨는 "이미륵은 향수를 달래기 위해『압록강은 흐른다』를 쓴 것이 아니라 조국이 인간의 숭고함을 지향하는 나라임을 서정적 묘사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고 상반된 주장을 펴며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