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해외분교 가시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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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해외분교 가시화되나
  • 이현아 기자
  • 승인 2008.04.1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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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학 분교 설립계획‘잰걸음’속 어려움 여전
지난 10일 한양대학교는 그 동안 협의과정에 있던 파키스탄 분교 설립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한양대는 정보통신대학, 기계공학 등 공대를 파키스탄에 설립하며 시설 및 부지에 대한 지원 등 3조원을 투자하는 파키스탄 측이, 교원과 교육과정, 실험 및 실습 기자재는 한양대 측이 부담한다.

양측은 오는 8월까지 최종 사항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지난해까지 움직임에 머물던 국내 대학의 해외 분교 설립이 이처럼 최근들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서울대가 밝힌 미국 LA 분교 설립 계획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 총장은 최근 도입한 모금캠페인을 위해 추린 서울대 22개 사업 중 하나로 ‘해외분교 설립’을 명시했다. 서울대 측은 이번에 제시된 사업 중 모금상황에 따라 사업을 폐기하거나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혀 그간 구체적인 계획이 드러나지 않았던 서울대 해외분교 설립 건의 향후 방향이 정해질 예정이다.

고려대 이기수 신임 총장도 지난 2월 취임식에서 LA 분교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동포들이 집중 분포하는 지역인 데다가 동포사회를 거점으로 해외진출에 성공을 거두게 되면 브랜드 가치 향상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이유다. 서울대 이장무 총장의 경우 임기인 2010년 이전까지 기숙사 시설까지 갖춘 분교를 설치하겠다고 말했으며, 이 총장 또한 동포자녀를 비롯한 우수 해외인재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동명대학교의 경우는 강정남 이사장이 해외분교 설립을 언급하고 나섰다. 동명대는 최근 일본 벳푸대, 몽골 국립대, 뉴질랜드 오타고대, KT, KTF, 한국IBM 등 국내외 유명 대학 및 기업들과 학술교류협정을 맺고 IT를 기반으로 성장전략을 꾀하고 있다.

강 이사장은“동명대 학생들에게 외국어 연수를 제공해 국제화 감각을 키울 수 있도록 우선 필리핀과 중국, 말레이시아, 일본에 해외 분교를 설립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방송통신대 장시원 총장도 지난해 12월“해외동포들에게 평생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해외분교 설치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혀 해외분교 설치대학 대열에 진입했다. 방통대는 이와 관련해 올해 예산 편성(안)에 해외분교설치 관련 연구 예산을 올렸으며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 속에 조만간 본격적인 해외분교 가능성에 관한 연구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해양대 오거돈 총장은 최근 해기사 인력이 부족한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 해외분교 설치 추진 계획을 공개적으로 언급했으며, 대구 사이버대학교 이영세 총장은 “앞으로 해외 입양아들을 위한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으로 어디서든 접속할 수 있다는 사이버 대학의 특성을 살려 세계 어디서나 우리 대학 분교를 통해 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꿈이다”고 지난해 5월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당시 대구 사이버대학교는 미국 버지니아 노바대학과 온라인 석박사학위 과정 개설 관련 협정을 맺은 데 이어 호주 코원대학, 중국 연변교육대학 등과 협정을 맺고 국제교류에 박차를 가하던 차였다.

이같이 다수 대학들이 해외분교 설립을 내세우고 나서는 것은 최근 일고 있는 국제화 경향을 따르면서 해외교류를 고유한 특성화 전략으로 수립하는 한편, 재정확충에 기여하겠다는 포석 때문이다. 이들 대학 외에도 숭실대는 베트남에, 한국정보통신대는 리투아니아에 분교를 설립할 계획을 공개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동포들이 다수 분포한 LA 등지에서 시작돼 최근에는 동남아지역 등 개발도상국 쪽으로 확산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현지 정부나 사회의 반응도 적극적이다.

광운대의 경우, 우즈베키스탄에 분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우즈베키스탄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이 친서를 보낼 정도로 적극성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통신대가 분교 설립을 추진 중인 리투아니아는 설립과 운영비 전액 부담을 약속했다.

국내 대학 및 교육시장의 다양한 인프라 수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서울 명성교회는 캄보디아에 기독교 종합대학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9월부터 14개 학과 840명 신입생을 선발하게 될 ‘캄보디아 기독 종합대학(가칭)’은 캄보디아는 물론, 베트남, 라오스, 중국 등 동남아시아 전역을 대상으로 기독교 전문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다.

우송대는 지난 2004년 체결한 라오스 국립대학과의 양해각서를 바탕으로 라오스 제2국립대학 설립에 적극 참여해 교육 기자재는 물론 교육 소프트웨어까지 전 분야에 걸쳐 국내 교육 시스템을 전수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우송대뿐만 아니라 포스코데이타, 포스코건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등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같은 대학들의 움직임은 그러나 근본적으로 국내 고등교육시장의 한계에서 비롯된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득과 실 양쪽이 비슷하게 점쳐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겨울 좌초된 명지대의 뉴욕 건축대학 분교 설립 계획은 후발주자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명지대의 경우, 현행법에 따라 해외 분교 설립시 건물의 최소 면적은 학생 1천명이 공부할 수 있는 2만㎡ 부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등의 국내 대학 설립과 비슷한 수준의 규정을 적용받았다. 최근 중국 베이징대 내에 캠퍼스를 조성한 이화여대도 법 조항에 묶여 분교를 설립을 포기해 해외분교 설립 취지가 구호성 내지는 개인적 희망사항으로 일시에 사라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