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행정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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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행정의 두 얼굴
  • 한상대
  • 승인 2008.03.2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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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대(본지 편집위원, 명지대 교수)

이민행정은 상반된 두 얼굴을 갖고 있다. 국익 우선과 범 인류주의, 자국 중심과 이민자 중심, 보호주의와 개방주의, 문화보존과 다문화 수용, 사회 통합과 흡수, 현실주의와 미래주의, 개발과 환경, 단속행정과 관계행정 등이다.

수민정책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단일민족국가가 갖는 속인주의(혈통주의)와 미국, 호주, 캐나다 같이 이민국가가 실시하는 속지주의가 있다.

성격상 속인주의 국가가 더 배타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행정은 그런 배타성을 안 보이며, 비교적 너그럽게 대처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공적 이민행정을 위해선 먼저 정부 부처간, 중앙정부와 지자체, 정부와 시민간의 협조가 필요하다. 국제적으로는 지역 내 인구이동 파악, 송출국과 협조체제, 출입국공무원 연수와 파견이 필수다.

수민문제는 인도주의를 외면 안 하면서도 국익도 챙기는 균형 잡힌 전략이 필요하다. 벌써 우리나라의 국내거주 외국인이 백만 명을 넘어섰다. 이 수치는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수민국 입장에서는 인구증가, 경제, 문화발전을 목적으로 외국인을 불러들인다. 국내의 부족한 노동력 수급, 기술 이전, 고용 창출, 자본 유입, 문화의 다양화, 자국의 국제도시 성장, 수민국과 교역증진을 바란다. 그러나 한편 그들이 들어옴으로써 사회와 노동계에는 각종 갈등이 발생하고, 정체성의 혼동, 국부 유출, 사회 인프라 유지비 증가도 문제가 된다.

세계화 시대에는 국제노동력 유통망 발달로 인구이동이 자유로워졌다. 삶의 공간이 전 지구로 확대 되면서 영토적 국가의 기능이 약화된 현상이다. 노동력의 흐름은 거의 못사는 나라에서 잘 사는 나라로 향한다. 타민족과 다문화사회의 경험이 없는 우리나라는 이민족 인구가 갑자기 늘어나면 혼동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런 현상이 세계화 시대에 피할 수 없는 추세라면 우리도 옳게 대비함이 마땅하다. 우리나라경우에는 결혼이민자와 외국인 노동자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농촌 결혼의 40%, 전국으로 따져도 10% 이상이 외국인과 결혼하고 있다.

베트남, 필리핀, 태국 배우자가 요즘은 어디에서나 눈에 띈다. 여성 결혼이민자는 자녀교육을 통해 언어, 문화, 가치관을 받아들여 한국에 소속감을 가진다. 이들은 인맥을 통해 다문화 상권, 소수민족 산업집단 구축에 공헌한다. 이런 면에서는 남성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부는 이혼등 가정파탄 이후 같은 민족 배우자 초청, 고리이민, 국내체류 외국인과 결혼하여 배타적 소수민족사회를 형성하는 부정적인 예도 있다.

이와 동시에 불법체류자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우리와 같은 혈통인 조선족이다. 불법체류자 중에는 합법적으로 입국하여 체류기간이 지난 사람 외에도 불법 입국한 경우도 많다.

서류 위조, 밀입국, 인신매매 등인데, 이들 뒤에는 보통 이민 브로커 국제범죄 조직망이 도사리고 있다. 불법체류자 문제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가 골치를 앓고 있다. 단속을 강화하면 이들을 도와주고 있는 NGO, 종교계가 인도주의를 앞세워 투쟁을 한다.

완화하면 국익에 상충될 수도 있다. 우선 정부는 국민에겐 다문화교육을 실시하고, 이민행정 전문인 양성을 시급히 서둘러 어림없이 부족한 일손을 메우어야 한다.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한 다문화 가정을 위한 다문화학교 설립도 서둘러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