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만 사절단 문전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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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만 사절단 문전박대
  • 심필섭(대만정치대학 금융연구소)
  • 승인 2008.03.0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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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대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이 지난달 25일 거행되었다. 취임식은 한국의 경제가 크게 성장한 때문에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보다 특별하게 이루어졌다. 한국경제의 신화처럼 한 청년이 경제인에서 서울시장 당선에 이어 국가 원수까지 되었다. 실로 본인 뿐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뜻 깊은 날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의미 있는 취임식 관련 안타까운 소식이 대만에 들려왔다. 대만 축하사절단이 중국의 압력에 의해 취임식 참석을 거절당했다는 것이다. 국내외 언론은 대체로 어쩔 수 없는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대만에 거주하는 한국인에게는 여간 민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만에서 한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 경제적 동반자이자 경쟁자로서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 선거 전부터 취임식까지의 전반적인 내용들이 뉴스로 생생히 다루어졌으며, 대만 현지인들은 주변의 한국 사람들에게 그 소식을 묻기도 하였다.

그런 대만 현지에서 대통령 취임식 참석 거절 소식은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대만의 친구들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고, 한국인 역시 별다른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취임식 전 정식초청을 한 한국정부는 중국의 압력을 이유로 이미 한국에 도착한 왕진핑(王金平) 입법원장(국회의장)과 천탕산(陳唐山) 국가안정회의 비서장의 참석을 사양했다.

하지만 한국사회가 어떠했는지 돌이켜 보자. 이제껏 역사교육을 통해 중국 역사와는 구별되는 역사를 강조하고, 미디어에서도 민족 수호 컨텐츠가 넘쳤다. 그런 대한민국에서 외교적 압력에 의해 자신이 초청한 손님을 문전박대 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차라리 '중국 때문'이라는 핑계는 대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명분과 실리라는 외교적 딜레마 속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어떻게 하면 적절하게 타협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 중국이 이 같이 큰 행사를 앞두고 북한과 대한민국을 함께 초청 했을 경우, 우리도 똑같이 북한의 참석불가를 요구할 수 있을까? 또한 중국 정부에게 요구했을 경우, 단호하게 북한을 내칠 수 있을까?

새로운 정부의 출범과 함께 우리 국민 모두가 경제도약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 외교적 발전 역시 시급하다. 경제로 얻은 것들을 외교로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부디 우리가 가진 것을 잃지 않는 지혜로운 외교를 펼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