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홍승목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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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홍승목 총영사
  • 오재범 기자
  • 승인 2008.02.2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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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 4회 발로 뛰는 영사상 수상자
홍승목 총영사 주요 경력△1953년생(53) △서울대 법대, 대학원 법학과(국제법) 전공△본부 법무담당관실, 국제법규과, 동남아과△주함부르크 총영사관 영사△주필리핀대사관 1등 서기관 겸 영사 △외교통상부 조약과장△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과장△미국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현, 주필리핀 대사관 총영사 겸 공사

본지 주관‘제 4회 발로 뛰는 영사상’수상자가 결정된 지난 26일 필리핀에서 근무 중인 홍승목 총영사와 전화를 통해 선정 소감을 들었다. 홍 총영사는 “제가 당연히 해야 될 일을 했을 뿐인데 이렇게 상을 줘 오히려 고맙다”며 추천해 준 현지 한인 동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먼저 내비쳤다.

-필리핀 근무가 처음은 아니라고 들었다.
저는 지난 90년 초 마닐라에 처음 부임해 약 3년간 영사로 근무 했습니다. 그 당시에 필리핀 대사관에 직원이 15명 있었는데, 제가 유일한 영사였습니다. 그래서 한인 관련 업무를 혼자서 담당해 관련 업무가 많았던 동시에 필리핀 한인사회를 두루두루 다닐 기회도 많아졌습니다.

지금도 필리핀 한국대사관에 열다섯 분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6명이 영사업무를 보고 있으며, 저는 지금 총영사 겸 공사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지난 92년 필리핀 거주 한인동포와 현지 필리핀인과의 문화교류를 시작한 행사‘한비문화축제’의 최초 개최에 큰 역할을 했다고 들었다.
제가 처음 왔을 때, 교민사회 단결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한인사회 규모는 적었지만 아는 사람이 아니면 서로 만나는 것을 기피할 정도였습니다. 그 원인이 무얼까 고민 끝에 사기꾼이나 범법자들이 너무 성행해 그런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 단속을 집중적으로 하는 동시에 한인체육대회나 음악회 모임을 장려했습니다.

그랬더니 한인사이가 많이 좋아지더라고요. 그래서 당시 한인회에 이런 분위기를 우리끼리만 하지 말고, 필리핀 사람이랑 함께 화합할 수 있는 행사를 해보자고 제의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난 92년 가을 처음으로 생겨난 것이‘한비문화축제’입니다.

축제에서 필리핀사람은 한국노래를, 한국사람은 필리핀노래를 부르는 노래자랑 대회를 하게 됐습니다. 제가 다음해인 93년 초에 떠났으니까...저는 1회만 보고 떠났지만, 다시 필리핀에 돌아와서 열린 15회 대회를 보니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행사예산이 많지 않아 지속이 쉽진 않았을 텐데, 이를 계속 이어온 한인회에 감사했습니다.

15년이 넘게 과거방식 그대로 진행된‘한비문화축제’도 앞으로는 상대방 문화, 전통 등 발전되는 모습을 가지고 진행되길 바라는 마음을 동포언론과 한인회 측에 이야기 했습니다. 올해부터 행사 방향이 바뀌면, 그 의미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많은 추천서에 지난해 여름 필리핀 이민청의 한인소매업자 단속에 대해 적극 대응해 한인사회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컸다고 밝히고 있다. 어떤 상황이었나?
현재 필리핀에서 외국인이 소매업을 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이는 현지 정부의 법이 시대에 맞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우리공관이 '한국인이 이 곳에서 소매업을 많이 하고 있는데 필리핀 법이 맞지 않다'고 항의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언급한 지난 해 발생했던 필리핀 이민청의 한인소매업자의 단속에는 한국인의 범법사실을 단속한 게 아니라, 일부 이민청 직원들의 불법적인 단속이 많이 일어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이민청 직원들이 정당한 내부절차를 걸치지 않고 단속을 했던 겁니다.

당시 대사관에서 한인동포 피해신고를 10여건을 받았지만, 실제로 알아보니 이민청 직원들에게 금품을 뜯긴 한인소매업자가 무려 100여명이 넘어가는 큰 사건이었습니다. 저는 이 상황에서 이민청 직원들이 불법적으로 진행한 것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한 것 뿐입니다.

우선, 필리핀 근로자의 한국비자 발급을 중단시켰습니다. 그리고 필리핀 정부에게 “필리핀 이민청 직원이 금품수수를 위해 한국인 소매업자를 불법적으로 단속한다”고 통보했습니다. 저는 또 “이같은 비정상적인 단속이 필리핀 내 한인사회에서 계속 일어나면 우리 정부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불법체류자로 일하는 필리핀 사람이 1만 5천명 이상인 상황에서 그런 일방적인 단속에 대해 외교적으로 대응했던 것입니다. 그러자 필리핀 정부는 이 같은 항의 후 1주일 뒤 잘못을 시인하고, '더 이상 불법적인 행위가 지속되지 않도록 방지하겠다'고 약속했고, 이민청의 불법적인 단속이 멈추게 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해외 영사들을 대상으로 하는‘발로 뛰는 영사상’수상소감은?
필리핀 현지 소매업 불법단속 같은 일은 제가 해결해야 할 문제고, 이 문제는 제가 책임져야 한다고 믿고 일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번 일 같은 경우는 잘못하면 외교문제까지 발전할 수 있는 위험부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열심히 생활하는 한인동포들을 위해서 노력했기 때문에 잘 해결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곳 한인동포들이 추천을 해주신 것이지, 제가 특별히 잘 한 것은 없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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