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독광부 복지사업 희망서 제출 앞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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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독광부 복지사업 희망서 제출 앞둔
  • 이현아 기자
  • 승인 2008.02.2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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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글뤽아우프 성규환 회장

"지역, 역사, 업적 등 고려해 엄정한 심사해야"

성규환 독일 글뤽아우프 회장을 최근 만나 파독광부 복지사업에 관한 의견과 계획을 들어보았다.

-노동부가 21억 예산의 파독광부 복지사업에 대한 생각과 계획은.
기존단체가 설립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그 단체가 사업을 총괄할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지역적 분열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각 지역의 사정에 대해 노동부에서는 모를 수 있습니다. 곧 노동부로부터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3월경 독일에 방문해 설명회를 개최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번에 국가에 귀속되는 미지급적립금은 일이 고되 3,4년을 버티지 못하고 캐나다, 미국 등으로 떠난 광부들이 다 찾아가지 못했거나, 죽어서 환급되지 못한 연금으로, 개개인으로 보면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지만, 수천에 이르는 광부들의 미지급금이 3,40년 간 쌓인 것입니다.

정부는 남은 돈을 귀속하고, 파독광부를 위한 복지사업에 21억의 예산을 책정했습니다. 이번에 노동부가 책정한 예산에는 파독광부로 남아 있는 사람 모두에게 권리가 있습니다. 때문에, 한국으로 되돌아온 사람들, 일을 견디지 못해 제 3국으로 간 사람들, 독일에 뿌리를 내린 사람들 그 외에도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는 이들이 이번 혜택을 알고 몰려 들 것이고, 노동부의 입장에서는 이들을 모른 척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미 많은 광부들이 죽었기 때문에 단 한 명의 광부라도 있다면 파독광부 단체로 대해야 할 것입니다. 단지, 내 욕심으로는 오도 가도 못한 채 독일에 남은 사람들, 거기서 빠져나간 사람들보다는, 거기서 버티고 2세까지 넘어간 이들을 더 큰 배려를 해 주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광복 60년, 파독광부 45년 글뤽아우프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현재 글뤽아우프 회원은 1천400명 정도로 정확한 숫자는 파악이 안 됩니다. 처음 독일로 출발한 7천936명의 기록을 있지만 이후의 규모를 파악한 자료는 없습니다.

광복 60년, 파독 45년을 기념해 파독광부 역사를 담은 책자를 지난 해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때는 ‘내가 왜 이렇게 약한가’, ‘내가 왜 이래야 하나’ 가슴을 치며 하소연하고 싶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사업입니다.

가끔 ‘내 역사 이렇게 얘기하고 싶은데 왜 우리 정부서는 아무도 돕지 않나’ 서운합니다. 일본, 사할린 모두 아픈 역사지요. 그래서 큰 돈 들여서 조사도 하고, 이야기도 듣지만, 우리에게는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외교부에 “내 사비 들여서라도 하겠다”고 울면서 얘기했습니다. 아직 1원 한 장도 정부의 돈을 받은 바는 없습니다.

내 돈 맡겨 놨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단체는 내 개인의 문제와는 다르기 때문에 떳떳하게 도와달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번 노동부 사업에 책자 발간 사업 등을 제출할 텐데, 채택이 된다면 좋겠지만 안 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글뤽아우프가 35년의 역사와 노력이 반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파독광부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나는 부산의 주류회사에서 근무하다가 독일 가서 광부 하면 돈 많이 준다기에 독일로 갔습니다. 1진들은 많이 배운 사람들이라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제3국으로 많이들 흩어진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후발주자로 간 우리들은 배우지도 못하고, 현지 업주들의 경계나 관리 감독도 엄격해 도망갈 수 없었습니다.

나는 지금도 한국에 오면 호텔이 아니라 변두리 모텔에 묵으며, 아침으로 모텔 근처의 토스트를 사 먹습니다. 다른 이들은, 늙어 궁상이라 하겠지만, 난 결코 잘 사는 사람이 아닙니다. 내가 받는 연금이 60만원이고 광산근로자 평균 연금은 100만원 미만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회원들은 “어디 가서 못 산다고 하지 말아라”고 합니다. “한국 가서 살아야지”하는 생각에 집도 못 사는 사람들, 거기 남은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입니다. 2세대는 못 배우고 고생한 1세대의 교육열과 노력 때문에 많이 배우고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2세대에게 “밥 먹듯이 굶었다”고 얘기하면 “누가 그렇게 살라 했나”고 합니다.

하지만 그때는 그래야 했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전하기 위해 책자 발간 사업이 필요합니다. 나는 돈이 한 푼이 없더라도 할 자신이 있습니다. 과거의 고생이 “이건 내가 못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없도록 만들어 준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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