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의 '영어 광풍'
상태바
[기고] 한국의 '영어 광풍'
  • 최미자
  • 승인 2008.02.20 19: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최미자(재미 수필가)
인수위원회에서 제시한 영어교육정책으로 영어권에 사는 사람으로 한마디 올린다. 고국에서 필자는 중등학교교사였다. 배고픈 서민들에게 영어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안타깝지만 어느 대통령도 인간성을 회복하는 효과적인 교육은 탐구되지 않고 경제부흥에만 힘써 왔다.

지난날의 가난 때문인지 돈에 환장한 사람들 같다. 밖에서 바라보는 조국은 외형적으로 너무나 잘 사는 것 같지만 서구화 된 문화와 개인주의로 일부 사람들은 나라가 미쳤다고들 걱정한다. 정신적인 삶의 가치를 잃어가기 때문이다. 영원한 유산은 그 나라의 아름다운 문화가 아닐까.

정부는 우리문화와 국민의 정체성을 찾는데 교육적 목표를 두어야 할 것이다. 겨우 ‘엄마’라는 말을 시작하는 아이들까지 영어를 가르친다는 미친 세월들이 언제부터인가. 영어로 자란 우리 아이들의 미래의 정체성을 좀 상상해 보았는지. 영어는 미국과 영국의 국어이다.

미국에서는 국어인 영어를 모르는 문맹자를 걱정하며 지금 해마다 예산을 투자하고 있는 판인데. 우리나라는 대통령이란 분이 잘 살기 위하여 외국어인 영어를 배워야한다고 외치니 걱정이다. 우리농촌을 부흥하는 사돈네 팔촌은 동남아국가에서 해마다 밀려오고 있다. 그 자녀들은 어머니 나라 말을 배우게 될 것이다. 단일민족도 국어도 차츰 사라질 일을 생각하면 기가 막히다.

영어는 외교부와 교육부, 관광차원에서 또 해외무역과 외국인을 상대로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절실히 필요하다. 모든 국민에게 영어를 배우도록 하는 투자는 자원과 시간낭비이다. 외국어가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에게만 집중 교육을 해야 한다.

문제는 돈 좀 있으면 너도나도 해외유학을 떠나려는 망국병이다. 애국심이 없기 때문이다. 해외연수를 다녀 온 사람들을 우선으로 직장에서 선발 된다는 한국의 엉터리 시책도 바꾸어야 한다. 각부서 마다 필요한 능력으로 사람이 제각각 인정을 받아야 하리라.

제나라의 국어를 철저히 배우고 사람됨이가 먼저이다. 지금 삼성과 엘지의 핸드폰으로 한국의 위상이 세계로 날리고 있기에 외국인들은 한국의 문화와 한국어를 배우려고 한다. 핸드폰에 편리한 문자 메세지를 처음으로 개발한 것도 한국어가 아닌가. 프랑스말로 외국인 관광객을 대하는 당당한 프랑스 사람들의 자부심을 배워야겠다.

필자는 외국에 살지만 편리한 모국어를 날마다 사용하며 모국 음식을 먹는다. 아직도 영어가 부족하지만 당당히 살아간다. 나이 들어서야 한국문학을 공부하고 한국어로 수필을 쓴다. 내 삶의 궁극적 가치와 질을 추구하면서. 이십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겨우 귀가 터졌을 뿐이다.

이처럼 외국어는 실제 생활과 오랜 세월 속 연습이 필요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재능은 아니다. 배우자가 미국인 아내와 남편이라고 반드시 그들이 영어를 잘하지도 않는다. 외국어 능력은 사람마다 다른 재능이고 기술(skill)이기 때문이다. 외국어를 배우는 일도 쉽지 않고 골치 아픈 일이다.

영어를 강조하기 이전에 우리 고전과 양서를 많이 읽고 역사를 익힌 후에 외국어를 배워야 할 것이다. 영어 강국이 아니라 이웃을 존중하고 공중도덕을 잘 지키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으로 소문이 나야 할 것이다. 기름 한 방울도 안 나는 나라에서 자가용을 굴리며 큰 평수의 아파트에 사는 것만이 잘 사는 국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