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조선족을 위한 변명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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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조선족을 위한 변명 하나
  • 조남철 편집위원장
  • 승인 2008.02.1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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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남철(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 본지 편집위원)
요즘 들어 한국인들이 중국동포, 조선족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느낌이다.

어느 구직신문에는 사람을 모집하며 ‘중국동포 사절’이라는 문구를 적어 놓기도 하여 한국내 조선족동포에 대한 비판과 실망의 감정이 위험수위를 넘은 느낌이다. 그런가하면 조선족 동포들의 혐한 분위기는 오히려 일반 중국인들의 그것보다 훨씬 심하다.

조선족 사회붕괴의 원인도, 상대적으로 높은 이혼률의 원인도 모두 한국과 한국인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선족 동포들의 인터넷 게시판을 보면 차마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분노의 감정들을 만나게 된다. 이는 매우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의 개혁개방과 한중 수교 이후 많은 수의 조선족 동포들이 ‘코리안 드림’을 위해 한국을 찾았고 현재 국내 거주 조선족 동포의 수는 30만에 이른다. 이들이 한국에 대해 갖는 편견과 분노, 동시에 한국인이 조선족 동포에 대한 편견과 무시는 우리 민족의 내일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750만 명에 이르는 재외동포 중 조선족 동포의 수는 220만 명에 가깝다. 21세기 한국과 가장 가깝고 필요한 이웃 중의 하나가 중국이다. 그리고 중국의 조선족 동포 또한 21세기 한민족을 위한 아주 쓸모있는 중개자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더 이상의 조선족 동포들과의 갈등은 한 중 양국과 7000만 한민족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특히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들의 경우도 비슷한 경우이긴 하지만, 조선족 동포들의 대부분이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에 제 나라 조선이 힘없어 제 백성을 먹이지 못하고 지켜주지 못해 낯선 땅 남의나라로 이주한 후손들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면, 조선족 동포들에 대한 우리 한국민들의 보다 따뜻한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일부 조선족 동포들의 경우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 조선족 동포 지식인은 “대부분의 한국인들의 인상 속의 중국동포 이미지는 ‘게으르고 상식이 안 통하는 사람들, 돈이라면 모든 것을 마다하지 않고 공중장소에서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 감쪽같이 도망치고 잠적하며, 단결심이 적고 내홍(內訌)이 많은 사람’들로 각인되어 있다”고 지적하며 조선족 동포들의 분발과 변화를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양식있는 지식인의 용기있는 지적이다.

이제 우리 한국인들도 조선족 동포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또 그들을 이해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를 통해 조선족 동포들과의 이런 저런 문화와 의식의 차이를 좁힐 필요가 있다. 그들의 한국에 대한 분노와 증오 또한 우리들의 상상을 뛰어 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갖는 가장 큰 반감의 이유는 그들 조선족 동포들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짓밟는 같은 민족의 무례함이다.

많은 조선족 동포들에게 있어 한국은 일확천금의 꿈을 이뤄 그 동안 중국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아 온 설움을 단번에 떨쳐 버릴 수 있는 ‘꿈의 나라’이다. 또한 세계 10위 규모의 경제력을 지닌 발전한 고국, 한국은 대다수 조선족 동포들에게 민족적 자긍심과 우월감을 갖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한국은 그런 조선족 동포들에 기대와 긍지를 단숨에 짓밟아 버린다. 조선족 동포들이 그들로서는 일생 모으기도 어려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고국인 한국 땅에 도착했을 때, 그들이 느끼는 생소감과 소원감은 말할 수 없이 크다.

특히 그들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수속을 위해 처음 만난 고국의 동포들은 방금 전까지 비행기 안에서 ‘고국에 왔다’는 기대감에 마음을 설레었던 이들에게 찬물을 끼얹고 만다. 어느 먼 나라 난민들의 입국을 심사하는 듯한 공항공무원들의 위압적이고 냉담한 태도와 불친절에 인간적 수모와 분노를 느끼게 된다.

더욱이 같은 ‘중국 여권’을 가진, 그리고 언어가 통하지 않은 한족 중국인들은 별 문제없이 입국 심사대를 통과하는 것과 달리 언어가 통하는 조선족 동포들은 온갖 곤경을 치루게 되는 경우에 이르면, 그들이 분노는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법무부 출입국 관리 사무소에 안내되어 재심사를 받는 이들의 대부분은 놀랍게도 중동국가에서 와 ‘테러범’으로 의심받는 아랍인들과 조선족 동포들이다. 이는 한국 공무원들의 편견과 불신이 작용한 것으로 ‘코리안 드림’의 부푼 꿈을 안고 온 한겨레 조선족 동포들에 대한 모욕이며, 인격적 살인이다. 그래서 많은 조선족 동포들에게 ‘고국의 이미지’는 불친절한 공항 및 출입국관리소의 공무원들의 차별과 멸시인 것이다.

200만 조선족 동포를 비롯해 700만 재외동포는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한 귀중한 자산이다. 특히 220만에 이르는 조선족 동포사회는 한중 양국의 우의와 이해를 위해 크게 공헌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조선족 동포를 위한 변명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