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재외동포 모국수학, 외국인유학생과 경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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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재외동포 모국수학, 외국인유학생과 경쟁한다
  • 이현아 기자
  • 승인 2008.01.3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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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교육교류사업 증대로 외국인유학생과 더불어 동포유학생도 대폭 증가

지난 해 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재외국민특별전형에는 5천59명을 모집했다. 이는 2005년의 6천32명에 비해 약 1천 명 정도가 축소된 규모. 국내에서 수학하지 않은 재외동포 자녀들에 별도의 전형방식으로 적용하는 재외국민특별전형은 6천32명(2005), 5천467명(2006), 5천228명(2007)으로 꾸준히 감소해 왔다.

가톨릭의대는 2009학년도 입시부터 재외국민전형 중 의대를 제외하기로 했다. 대학 관계자는 “재외국민전형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학전문대를 도입해 학부에 의대생을 뽑을 수 없게 되면서 재외국민 전형에서 의대만 선발을 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재외동포 학생들이 선호해 왔던 의대들이 재외국민전형을 적용하지 않기로 하고 있는 데에 이어, 로스쿨 도입이 확실시 된 법대 역시 재외국민전형 실시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한 재외국민 입시정보제공 사이트에 따르면 2011년부터 이과계열의 특정 선수과목을 이수한 후 PCAT 시험을 거쳐야 4년 과정의 약대에 다닐 수 있게 돼 사실상 2009년부터는 재외국민 전형의 약대 적용도 어려울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재외국민 입시생들 사이에서 “교육인적자원부나 국내 대학 모두 재외동포유학생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점점 줄고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실제로 동포유학생 통계 수치를 조사․분석한 한국교육개발원에서는 ‘국내 체류 재외동포학생 통계수치에 대한 관련기관의 요청에 따라 조사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아직까지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재외동포학생의 통계자료를 요청한 기관은 없었다”고 답했다.

“외국인유학생, 어서오세요~”

국제교육진흥원은 2007년에 이어 올해에도 ‘Study Korea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세계 8개국 10개 도시에서 한국 유학을 유치하기 위한 유학박람회 개최한다.

진흥원 김동희 씨는 “전반적으로 한국 유학을 희망하는 지원자가 많은 일본은 물론이고 최근 1천만원 규모의 국비장학사업을 시행한 카자흐, 사우디 지역이나 한류의 중심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 베트남, 몽골 등지의 한국 대학 홍보가 호응을 얻고 있다”고 지난해의 성과를 전했다.

2004년 대통령령으로 마련된 외국인유학생 유치사업 ‘Study Korea 프로젝트’는 2005년 외국인유학생을 증가시키는 원동력이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법무부가 발표한 2007년 재한외국인 입국 통계에 따르면 총 체류외국인은 1백6만 6천291명으로 2006년보다 17.2% 증가했으며 이 중 외국인 유학생은 6만 1천29명으로 2006년보다 46.6% 증가해, 전체 체류외국인 수를 견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학위 과정 이상의 고등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은 2004년 1만 1천121명이었던 것이 지난 해 3만 2천56명으로 비약적인 증가를 보였다. 교육부는 2010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5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가 있기까지 진흥원은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

10개국어의 언어로 서비스 되는 인터넷 한국유학안내시스템(www.studykorea.go.kr)은 물론 한국유학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 학생은 현지에 주재한 한국 공관에서 한국유학정보를 담은 책자 ‘study in korea'를 받아 볼 수 있으며 인터넷 한국어학습 사이트 www.kosnet.go.kr을 통해 한국 유학에 반드시 필요한 한국어를 미리 학습할 수도 있다.

유학 관련한 정보 제공 뿐만 아니라 유학생활에 대한 지원도 강화된다. 진흥원은 올해부터 ‘정부초청외국인장학생’ 규모도 확대된다고 밝혔다.

한국 고등교육기관에 유학하기를 희망하는 외국인유학생을 대상으로 선발하는 ‘정부초청장학생’은 전체 1천200명(학위과정, 어학연수 과정 포함) 규모로 왕복항공료, 생활비(월 80만원), 연구비(21/24만원), 정착지원금(1회 20만원), 귀국준비금(1회10만원), 어학연수비(분기 40만원), 등록금지원(입학금제외), 의료보험료(월1.5만원), 지도교수 수당(교수 5만원, 행정관리 1만원) 등을 우리 정부에서 지원한다.

학부생의 경우 정부초청장학생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추천대상국의 국적을 소유해야 하며, 심신이 건강한 만 25세(초청 당시)인 자로 현지의 12년제 교육과정을 전 과정 평균 성적 상위 10% 이내로 이수(예정)한 한편, 영어능력(TOEFL CBT 213 또는 iBT 80 이상, IELTS 6.0 이상) 또한 우수해야 한다.

사실상 재외동포학생 유리하다

재외동포 교육 내실화, 국제교육 교류협력 활성화, 외국인 유학생 유치 강화, 기관 책무성 및 혁신역량 강화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는 국제교육진흥원의 최근 예산안을 보면 한민족 정체성 확립 분야가 2006년 10억 7천500만원에서 2007년 10억 7천200만원으로 대동소이한 반면, 국제교육교류활성화 분야는 122억 4천400만원에서 118억 5천400만원으로 상승한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국제교육교류활성화 및 연관 사업 예산은 2008년에 이르러 전체 185억 가량이 책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외국민 유학생에 대한 항목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외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 항목이나 규모는 늘었다는 의미다. 사실상 재외동포의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도 있는 노릇.

이에 대해 국제교육진흥원 정부초청장학생 선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용훈 씨는 “어느 사업으로 편중되고 있다기보다는 전반적으로 대한민국의 국가적 위상에 따른 시대적, 세계적 요구에 따른 변화라고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학생 유치 사업의 실제 수혜자는 여전히 동포들이 상당수다”라면서 “한국어능력이 기존의 ‘우대’ 항목에서 ‘기본’항목으로 변했고, 정부초청 장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현지 공관이다 보니 자연스레 한국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가진 재외동포 학생들이 유리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국내 학위과정 이상의 고등교육기관에서 수학하는 재외동포학생은 외국인유학생 추이와 마찬가지로 2005년을 기점으로 눈에 띠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7년 국내체류 재외동포 학생은 최고치인 1천995명을 기록해 2005년에 실시되기 시작한 ‘Study Korea프로젝트’가 외국인유학생 뿐 아닌 동포 유학생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한국행 유학을 독려한 셈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선대학들 역시 재외국민 특별전형을 ‘세계화’, ‘글로벌’ 간판을 단 외국인 전형으로 바꾸거나 폐지하는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내용을 보면 사실상 한인 유학생들에 대한 선호도 가 여전히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해 10월 워싱턴에서 입학설명회를 가진 고려대는 "외국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오기를 원하는 학생들 가운데 (좋은) 인재가 많고, 동포학생들 중에서도 한국의 명문대에서 공부하기를 원하는 학생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의 재외국민 특례 입학이 역이민, 조기유학 이민학생들의 명문대 진학으로 이어지며 함께 공부하는 내국인 학생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던 것과는 달리,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전형을 통해 국내 대학에 입성한 동포 유학생들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도 좋다.

서울의 명문 사립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한 마디라도 한국어를 할 줄 아는 동포들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특례입학으로 들어온 것도 아니다보니 다른 유학생들이나 교환학생들처럼 (타지에서의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챙겨주고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영자 독일 레겐스부르크대학교 교수(한독 학술교류 책임자)는 모국수학을 준비하고 있는 동포 학생들에 대해 “한국어나 한국문화에 대해 미리 알아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아무 준비 없이 (한국에 온) 학생들이 허송세월 할 수 있다”며 “한국에 가 한국어를 배우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독일의 경우 자매 결연을 맺은 대학들로 진학하는 동포 학생들이 많다”고 현지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