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한국어교육 관계 가설의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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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한국어교육 관계 가설의 재검토
  • 조항록
  • 승인 2008.01.23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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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항록(국제한국어교육학회장, 본지 편집위원)
1990년대말부터 일기 시작한 한류가 한국어 학습자를 증가시켰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한국어 학습자의 학습 동기로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 한류 기반 한국어 학습자의 증가가 얼마가 되는지는 확실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국외든 국내든 한국문화에 관심이 있어 한국어를 배운다는 학습자가 많다는 점을 볼 때 한류가 한국어 교육의 확대에 기여한 것만은 분명하다.

이론적으로 보아도 이러한 가설은 충분히 설득력을 갖는다. 언어는 문화의 대표적인 소산품이며 하위 구조이지만 거꾸로 언어는 문화를 생성, 유지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나의 예로 컴퓨터상의 통신언어는 사이버 문화의 소산으로 등장하였으나 곧바로 통신언어의 급속한 확산으로 사이버 문화가 증폭되었다. 즉 문화적 소산으로서의 언어가 언어 사용의 확대를 거쳐 모태 문화를 증폭하거나 재생산하는 것이다.

비록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는 한류-한국어 관계에 있어 냉정하게 살펴볼 부분이 있다.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한류 열풍이 한국어 학습자를 양산하였다.’라는 논의가 실제로 입증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필자는 한류에 기반한 한국어 학습자의 상당수가 초기에 한국어 학습의 문턱을 넘지 못하였다고 본다. 국외 한국어 교육 현장에서 입문 과정, 또는 초급과정 학습자 상당수가 첫 학기를 끝내지 못하거나 위 단계로 진급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는 아마도 한류는 감성적인 영역이고 예술성, 대중성, 상업성, 실용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데 비하여 한국어 학습은 지적인 영역이고 고도의 노력, 시간, 비용을 요한다는 점에 1차적인 원인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다가 아직까지는 한국어가 국제 사회에서 낯선 언어이고 고도의 규칙성을 갖춘 언어로서 학습 과정에서 넘어야 할 문지방이 초기에 존재하는 데에도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교육의 측면이다. 한류로 유발된 한국어 학습자는 엄밀하게 말하면 실재 학습자라기보다는 잠재적 학습자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시설, 교육 자료, 교수방법, 교사 훈련이 제대로 존재해 왔는지, 존재하고 있는지에 대한 냉정한 성찰이 필요하다.

한국어의 문턱을 두드린 외국인에게 한국어가 ‘어려운 한국어’, ‘재미없는 한국어’로 비쳐지지 않았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류가 태동한 지 10년이 다가오면서 지역적으로 한류 열풍은 식어가고 있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그렇지만 다각적인 노력과 요인으로 한류가 크고 작게 지속된다고 할 때 이제부터라도 한류에 기반한 한국어 학습자를 잠재적 학습자의 위치에서 실재적 학습자로 전환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교사 양성, 교재 개발, 교수법 연구 등을 효율적으로 추진하여 한국어 학습을 ‘어려운 외국어’가 아닌 ‘쉬운 외국어’로, ‘재미없는 외국어’가 아닌 ‘재미있는 외국어’로 인식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온라인, 공중파 방송을 통한 한국어 교육 공급 등 다양한 교육 방식의 개발에도 관심을 가져 효율적인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하여 한국어 교육에의 접근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