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포 권봉옥 씨 법무부 단속 피하려다 추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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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동포 권봉옥 씨 법무부 단속 피하려다 추락사
  • 이현아 기자
  • 승인 2008.01.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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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국관리사무소 무리한 불법체류자 단속이 결국 화 불러


불법체류 중국동포 권봉옥(50)씨가 지난 15일 오후 법무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의 단속을 피하려다 자신이 일하던 서울시 연지동의 한 모텔 8층에서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당한 권 씨는 이 날 단속반을 피해 객실로 들어간 후 모텔 관계자가 마스터키를 가지러 간 사이 끝내 창밖으로 몸을 던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은 “출입국 직원들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객실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자 마스터키를 이용, 문을 열고 들어가 확인했더니 객실 창문을 통해 뛰어 내린 것 같다”면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를 당한 권 씨는 딸의 치료비로 진 빚을 갚기 위해 지난 1990년 경 한국에 입국하려다가 인민폐 10만원 정도를 사기당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가 2000년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했다. 그러나 권 씨는 이후 산업연수생 프로그램에서 이탈, 그동안 미등록 상태로 일을 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신분의 권 씨는 지난 2004년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 디스크 수술을 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체류자 신분 때문에 신고조차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어 대한민국의 이른 바 ‘불법체류자’라는 신분이 인간의 기본권까지 훼손하고 있다는 논란이 다시금 일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는 지난해부터 법무부의 단속 과정에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크고작은 사고들이 마침내 피단속자의 죽음이라는 안타까운 결과를 불러와 동포사회와 관련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25일에는 수원출입국관리소 단속반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경기도 발안 중국인교회에 난입, 강제연행을 피하기 위해 3층 옥상에서 뛰어 내린 중국 미등록이주노동자 2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강원도 춘천시 정화조 공장에서 일하던 중국 이주노동자 오홍화(40) 씨가, 경찰 단속을 피해 2층에서 뛰어내리다 중상을 입는 등 단속 과정의 인명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선희 중국동포의집 서울센터 소장은 “쥐도 도망갈 구멍을 내 주지 않고 몰면 달려든다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단속을 하더라도 생명을 위협하는 단속 방식을 사용해선 안 된다”며 “더 이상 도망갈 곳 없는 이주노동자들을 사각지대로 몰아넣는 무리한 단속방식이 이번 추락사의 원인이다”고 지적했다.

한편, 권 씨의 이날 사고 소식을 듣고서 북경대학에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진 권 씨의 딸과 남편은 지난 21일 저녁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