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해외진출 ‘봇물’ VS 동포은행 경영수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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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은행 해외진출 ‘봇물’ VS 동포은행 경영수지 ‘위기’
  • 오재범 기자
  • 승인 2008.01.2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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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지난 17일 모스크바에서 박해춘 우리은행장과 이규형 주러시아 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러시아우리은행'설립 기념리셉션
정부의 규제완화에 따라 국내 금융사가 지난해 이어 올해도 해외진출을 가속화함에 따라 동포들의 금융환경이 더욱 편리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 일본의 한인 동포은행들은 올해도 경영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험난한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중국 현지은행‘중국우리은행’을 설립한 우리은행은 지난 17일 러시아 모스크바에 현지은행을 설립하고, 한국지상사와 한인동포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게다가 지난달 21일에는 하나금융지주가 미국 LA 한인 동포은행인‘커먼웰스 비즈니스은행’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또 기업은행은 신년 조직개편을 통해 앞으로 중국 현지법인 신설 및 각국 현지은행 은수 추진, 인도와 몽골, 러시아, 베트남 등 진출사업을 맡을 해외사업부를 지난 13일 신설하는 등 해외시장을 겨냥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처럼 국내은행은 지난 2007년 한해동안 33건의 신규진출을 포함해 지난해 11월까지 243개사 금융사가 세계 31개국에 진출하고 있다. 이중 은행은 118개, 증권사 52개, 보험사 58개 등으로, 중국, 아시아가 159개로 전체의 65.4%를 차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장환 조사역은 “이처럼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이 늘어나는 것은 정부가 국내은행의 규제완화가 가장 큰요인이다”고 풀이했다.

그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8월 국내은행 해외점포신설 서전협의기준을 간소화를 시작으로 지난해 11월에는 금융지주회사의 회국자회사 편입을 허용했기 때문이다”는 것이다. 게다가 올해 정부는 빠른시일 내 은행법개정을 통해 사무소 신설기준 완화, 금감원 해외사무소를 금융회사 진출 지원센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는 방침이어서 이같은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현지 동포은행들은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선, 미국 내 4대 한인은행으로 불리는 한미, 나라, 월셔스테이트, 중앙은행은 지난 몇 년간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다.

이는 한국에서 건너온 자본과 한인타운의 상업용 부동산담보 대출과 자영업대출 등에 힘입은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터진 미국 서브프라임사태에 이은 장기적인 주택경기 침체로 인해 상업용담보가 부실화 돼 이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손성원 한미은행장이 지난달 “주택경기 침체가 한인 경제권의 침체로 이어지며 한인 은행여건이 매우 악화되고 있다”며 동포은행들의 위기 상황을 짐작케 했다.

더욱이 미국 내 일본, 중국계를 대상으로 운영하던 은행들마저 한인동포들을 대상으로 영업분야를 확대하고 있어 동포은행들의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일동포가 100만 가까이 살고 있는 일본의 경우, 일본정부의 총련을 겨냥한 속칭‘파칭코업계 흔들기’가 재일동포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부터 일본금융계가 파칭코업체에게 대출을 금지하는 분위기가 동포사회로 확산되면서 재일동포와 총련이 운영하던 1천 200여 파칭코업체가 문을 닫은 것을 비롯해 동포경제의 60%를 차지하는 업체 상당수가 경영이 어려워졌다.

이같은 어려움이 수년째 계속되자, 동포경제와 가장 밀접한 동포은행들도 불황이 계속돼 새로운 방향을 찾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지난달 25일 요코하마상은 신용조합과 호쿠리쿠상은 신용조합이 합병해 새롭게‘중앙상은 신용조합’으로 변신했다. 새롭게 탄생한‘중앙상은 신용조합’은 예금 1천 155억엔, 대출금 839억엔, 자기자본비율 5.38%과 영업지역이 7개현 14개 지점으로 늘어난 효과를 거뒀다.

이날 홍채식 재일한국인신용조합협회장은 “합병을 위해 노력해준 재일관계기관에게 감사한다”는 내용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민족은행들은 앞으로도 합병을 통해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경영상의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안정화를 도모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또 재일민단은 올해 신년 인사에서 “파칭코를 위주로 한 유기업의 불황에 대응하기 위해‘레져산업 건전화추진협회’를 결성하고, 재일한국인신용조합협회의 가맹 신용조합의 생존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밝힌바 있어 동포금융의 회생에 노력한다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미국, 일본 등의 동포금융이 어두운 터널을 어떻게 지나갈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