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김구도 동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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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김구도 동포가 아니다
  • 송옥진 기자
  • 승인 2003.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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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27일 ‘재외동포연대 추진위원회(상임대표 이광규)’ 회원 80여명은 법무부의 ‘재외동포법시행령 등 개정안 입법예고’에 항의해 청와대 근방인 종로구 효자동 우리은행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추진위는 성명을 통해 이번 개정안이 그동안 차별을 받아왔던 재외동포들은 계속 차별하고 외국국적동포의 직계비속의 범위를 2대로 축소하는 등 개악되었다고 주장했다. 또 헌법재판소가 지난 2001년 11월 29일 ‘재외동포의출입국과법적지위에관한법률 제2조 제2호, 재외동포의출입국과법적지위에관한법률시행령 제3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는데도 법무부가 법률 자체를 개정하지 않고 그에 따른 시행령만 개정하는 등 위헌적 판단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구촌 동포청년연대 배덕호 사무국장은 “개정안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에 이주한 200만 재중동포, 50만 재CIS동포, 무국적 재외동포를 여전히 법혜택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조부모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자의 직계비속 2대로 한정지음으로써 1922년 호적법이 정리되기 이전에 해외로 이주한 동포들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광규 대표는 “조선족 동포는 상해임시정부를 수립하는데 공을 세운 사람들이고 현재도 한국의 산업에 종사하면서 기여하는 사람들”이라면서 이들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촉구했다.
이번 시위에 참여한 동포들은 외국에서 민족긍지를 갖고 학교도 세우며 살아왔다며 조국에 대해 섭섭함을 내비쳤다.
조선족 동포 2대인 유봉숙씨는 “잘사는 나라 동포만 동포인가, 중국, 러시아 동포는 동포가 아닌가, 손자 손녀는 도대체 누구란 말이냐”고 항의했다. 동포 3세인 전호림(43세)씨는 “조선땅이라고 찾아왔는데 이리 대하니 서운타.”고 밝혔다. 동포 3세인 유계순(67세)씨는 “동포 문제를 잘 풀어야 북한과 화해하고 통일이 된다.”면서 조선족 동포의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재일교포인 양지애씨는 “동포에 대한 차별없이 일본의 조선적 동포들도 포함하는 쪽으로 개정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중국동포의 집 전도사 남대환씨는 “재외동포법은 동포의 권리를 찾도록 개정되어야 한다. 이번 개정안은 헌법소원을 다시할 여지가 있다.”고 말하고 “다만 중국정부가 개입하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의견을 비쳤다.
주변의 행인들도 동포법에 대해 동포라는 특수성이 있으니 민족적 차원에서 풀어야 한다고 동조했다.
전직 공무원인 올해 72세의 정달영씨는 “저들이 동포가 아니고 뭐냐? 우리는 다같은 단군의 자손이 아니냐?”면서 해외동포에 특혜를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고등학교 1학년인 남학생들은 입을 모아 “너무하다. 동포를 다른 나라 사람처럼 대한다. 나도 유학갈 생각인데 유학생들도 그렇게 대할까 겁난다.”고 밝혔다.
한편 세계 한인회 대표들이 결성한 세계한인지도자협회 재외동포법개정 특별위원회(대표 김길남)는 국회와 각 당에 보낸 서한을 통해 혈통주의에 입각한 차별없는 재외동포기본법 재정을 요구했다. 집회에 참석한 위원회의 권명호 총무는 “이 법대로라면 김구 선생도 동포가 아니다. 영사가 무슨 필요고 국회의원은 한인회에 인사올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 법이 제대로 개정되지 않으면 재외동포들도 외국인인나 마찬가지고 국내사업이 어렵게 된다. 이 점을 해외 현지 동포 사회에 여론을 형성하고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외동포법 개정안의 쟁점사안은 ‘과거국적주의’다. 국내 해외 이주 역사가 1860년대에 시작되었지만 호적은 1922년에 정리되었다. 이 때문에 조부모의 국적이 대한민국 사람이어야 한다는 규정으로 초기 이민자에 해당하는 재중동포, 재CIS(구 소련에서 독립한 독립국가연방)동포, 무국적 재외동포 등이 동포에서 제외되게 된다. 따라서 법대로라면 1922년 이전에 이주한 김구, 안중근, 안창호, 신채호 등은 동포에서 제외된다. 김구, 안창호 선생 등이 사정이 있어 돌아오지 못했다면 그들은 우리 동포가 아닌 외국인으로 남게 된다.
재외동포연대 추진위원회는 집회 후 청와대에 관련 내용을 담은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