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피그말리온 정부
상태바
[칼럼] 피그말리온 정부
  • 윤조셉 국제통상전략연구원장
  • 승인 2008.01.17 13: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의 왕 피그말리온은 사랑에 대해서 체념하고 오직 조각에만 심혈을 기울여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했고, 자신이 조각한 여인상을 사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소원을 비는 축제가 벌어졌을 때 피그말리온은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자신이 조각한 여인상을 사랑하게 되었으니 아내가 되게 해 달라고 간절히 빌었고 기도를 마친 피그말리온이 여인상의 손등에 입을 맞추자 놀랍게도 손에서 체온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마침내 전체 조각상이 사람으로 변했다고 한다.

여기에서 '피그말리온(Pygmalion) 효과'라는 말이 유래되어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하여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을 지칭하게 되었다.

1968년 하버드대학교 사회심리학과 교수인 로버트 로젠탈(Robert Rosenthal)과 초등학교 교장을 지낸 레노어 제이콥슨(Lenore Jacobson)은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한 후 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무작위로 한 반에서 20% 정도의 학생을 뽑았다. 그 학생들의 명단을 교사에게 주면서 "지적 능력이나 학업성취의 향상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이라고 믿게 하였다.

8개월 후 이전과 같은 지능검사를 다시 실시하였는데, 그 결과 명단에 속한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평균점수가 높게 나왔고 학교 성적도 크게 향상되었다. 명단에 오른 학생들에 대한 교사의 기대와 격려가 중요한 요인이 되었던 것이다.

반대의 뜻으로 스티그마 효과(Stigma effect)라는 것도 있다. 스티그마는 '치욕, 오점, 오명'이란 뜻을 가진 단어인데, 피그말리온 효과와 반대로 부정적인 인식과 예측이 결국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즉 '안 돼, 안 돼' 하면 결국은 안 되고 만다는 것이다.

스티그마 효과는 자신감을 상실하는 범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는 사람, 남이 못되는 것을 보고 은근히 좋아하는 사람, 자신의 잣대로 세상을 재는 사람도 모두 스티그마 효과의 범주에 속한다.

미래 정보화 사회는 컴퓨터나 기계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공동체 의식을 잃고 사회 융합보다는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으로 변하기 쉽다.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려하기 보다 갈등하고 무관심해지며 타인에 대한 배려나 이해를 잃어가는 경향이 있다. 사회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사소한 일에 흥분하고, 쉽게 타인을 원망하여 문제의 원인을 자신보다 상대방의 탓으로 돌린다.

기존 공동의 가치라고 여겼던 사회결속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스스로 믿는 가치관이 급속히 바뀌어 불평불만이 높아지며 학연, 지연의 커뮤니티에 대한 집착으로 사회통합이 어려워진다. 이런 이유로 세계 각국은 국민통합(National Integration)을 국가 정책의 시발점으로 삼고 있다. 국민통합 없이는 경제성장도 없기 때문이다.

호주는 2007년 12월 신정부 취임과 더불어 부수상 쥴리아 길라드(Julia GILLARD) 책임하에 사회통합부(Social Inclusion)를 출범시켰고 이를 통해 정치권과 기업 뿐 아니라 고령자, 여성, 장애인 및 청소년을 포함하는 다양한 국민통합의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호주뿐 아니라 20여 개국에서 이미 국민통합이 경제효율성과 생산성의 근간임을 인식하여 개별적으로가 아니라 경제정책과 맞물린 국민통합을 위한 구체적 조직개편이 이루어지고 있다.

2월에 출범하는 신정부도 ‘경제 살리기’와 ‘국민통합’을 제일 중요시 하리라 믿는다. 경제성장과 국민통합의 균형점을 찾아, 스티그마 효과가 아닌 피그말리온 효과를 살리는 정부가 될 것을 간절히 기원한다. 커다란 공약도 중요하지만 지난 정부가 간과하였던 국가 철학으로서 국민통합, 서로를 격려해주고 국민들이 신이 나도록 칭찬해주는 ‘피그말리온 정부’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