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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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동상이몽
  • 이창근 코참회장
  • 승인 2008.01.1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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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민이 부쩍 늘어가는 요즈음이다. 이런 추세로 가면 곧 10만이 넘어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교민이 늘어가는 수에 비례하여 사건사고도 늘어난다. 근래에 조폭을 수입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어이없는 시도도 벌어졌다. 이번의 조폭 개입사건은 동업자들끼리 서로 이해관계가 상충되고 오해가 겹쳐서 일어난 일이라고 추정되며 이해 당사자들끼리 다시 만나서 해결을 했으면 좋겠으나 법정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불법적인 부분은 차제에 특별 관리하여 이런 일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여야 하겠다.

동업 중에서 가장 위험한 경우가 기술자와 자본주와의 동업이다. 동업도 자본을 얼마씩 내어 놓고 전문경영인을 고용하면 파국이 적어지는데 기술자 혹은 전문경영인에게 지분을 얼마 주는 형태의 동업은 처음에는 즐겁게 시작되나 갈수록 문제가 쌓이게 된다.

동상이몽이 깊어지고 문제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보통 인간의 한계이다. 기술자는 내가 아니면 절대 이 일이 진행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자본주는 내 돈이 아니면 진행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기술자는 자본주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본주는 그까짓 기술 가진 사람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분쟁의 씨앗은 지분을 합리적으로 나누어 가지지 않을 때와 한쪽의 약속 불이행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계약서대로 이행하지 않을 때의 벌칙조항도 필요하며 계약서는 변호사가 작성하여 앞으로의 문제에 대한 대비를 하여야 한다. 어설픈 계약서와 의기투합형의 형님 동생으로 가다보면 머지않아 이놈 저놈으로 가게 된다.

서로가 합의되지 않을 때에는 사업 경험이 많은 원로를 찾아가서 해결을 부탁하고 여의치 않으면 법정으로 가야되나 오해의 골이 깊어지면 법보다 주먹이 앞서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며 조폭의 힘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도 하게 되는 것이다.

필자도 호찌민에서 조폭에게 당한 경험이 있다. 필자의 경우는 이해당사자의 분쟁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필자를 굉장한 부자로 오해한 낙오자들의 음모에 의한 사주였다. 필자는 그 때 조폭에게 납치되었다가 회칼의 시퍼런 날 앞에서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진실을 밝혀주면서 지혜로 빠져 나왔다.

내가 말한 사실이 하나라도 거짓이 있다면 언제든지 나를 죽여도 좋다고 설득하고 집과 주소를 모두 알려 주었다. 진실을 파악한 그 조폭들은 사주한 사람의 거짓을 알게 되었고 급기야는 그 조폭이 필자를 위하여 목숨을 바쳐 일하겠다는 제안을 받았었다. 하마터면 조폭의 두목이 될 뻔한 일이 있었다. 10년 전의 일이었으니 조폭의 추억이 새롭게 살아난다. 그런데 힘없는 단체장보다 조폭두목이 되어서 건방지고 버르장머리 없는 친구들을 혼내주고 억울한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 보기도 한다.

한국인들의 동업은 의기투합 형이 많아서 깨지는 경우가 많다. 이제 한국계 법률회사들도 많이 진출했으니 동업을 하려면 로펌에 가서 될수록 자세한 계약서를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동업을 하게 되면 누구나 동상이몽을 꾸게 되며 또한 아전인수 격으로 생각하게 되어 자기의 공이 더 크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내가 좀 밑지면 되지 뭐 하는 생각을 하면서 시작하게 되나 세월이 지나면서 상대편의 떡이 점점 더 커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결혼생활도 마찬가지다. 부부간에도 재산을 분배해야 될 지경에 도달하면 부인은 가사로 인한 공이 돈을 벌어다 준 남편의 공보다 더 크다고 생각하고 남편은 그 반대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혼을 하면 재산을 반반씩 나누어 가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판결이 나게 되고 부자 서양인들은 이혼을 하게 되는 경우의 재산 분배에 대한 사항을 결혼 전에 미리 계약서를 만들어 후환을 방지하기도 한다.

금액이 적은 분쟁에서도 동업으로 인하여 친한 사이가 멀어지게 되는 이유는 사람의 생각은 얼굴 모양만큼이나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간단한 메모를 하여 피차 돈 문제에 있어서는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굉장히 친하게 지내다가 금전문제가 개입되면 돌이킬 수 없는 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친한 사람들끼리는 될수록 돈 문제를 명확히 하여 오해가 발생할 여지를 예방하여야 하겠다.

어떤 분은 오래 전에 빌려준 돈이 있는데 이 핑계 저 핑계 되면서 갚을 생각을 하지 않아서 조폭을 사용하여 채권회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조폭을 이용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을 사안도 사실 있는 것이다. 오죽 답답하면 조폭을 동원하겠다는 생각이 들겠는가. 당자가 되지 않으면 실감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교민사회에 조폭이 등장하면 억울한 일을 해결하는 역할도 있겠지만 사리사욕을 취하기 위한 도구로도 사용되기 때문에 개인적인 손실보다 국가적인 손실을 가져오며 국가의 이미지 훼손은 교민의 생활에 악영향을 미칠 수가 있게 된다.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라고 하며 독배를 마신 뜻을 새겨 보아야 한다. 어떤 경우든 폭력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원로를 찾아가서 분쟁되는 부분을 서로 이야기 하여 자기의 생각이 항상 옳은지를 제 삼자를 통한 검증을 받아 볼 필요가 있다.

금액이 커지면 커질수록 문제는 더욱 풀기 힘들어진다. 원로를 찾아갈 때에는 양자가 소정의 금액을 지불하고 중재를 부탁하는 것이 좋겠다. 사실 한 쪽 이야기만 듣고서 판단하기가 힘들다. 양쪽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에 삼자 모두 모여서 열린 마음으로 토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내가 가능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분쟁이 심화되면 감정이 개입되고 감정이 이성을 누른 상태에서 원로를 찾게 되면 양측 모두 해결을 부탁한 원로를 욕하고 다른 원로를 찾아가게 될 것이고 그렇게 몇 번을 겪고 나면 자기편을 들어주는 변호사를 찾아가서 변호사끼리 법정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미국에서는 걸핏하면 변호사를 고용한다. 사후의 변호사 고용보다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변호사가 계약서를 작성하게 하고 분쟁이 일어나면 그 변호사가 중재하게 하는 풍토를 마련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