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냉동창고화재로 중국동포 13명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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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냉동창고화재로 중국동포 13명 숨져
  • 이현아 기자
  • 승인 2008.01.09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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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참사 1주기 앞둔 동포사회 큰충격에 휩싸여

여수 화재 참사 1주기를 앞두고 또 다시 중국 동포 13명이 숨지는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화재로 인한 피해자들의 신원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 중 중국동포 및 우즈베키스탄 외국인 노동자들이 다수 포함된 것이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번 화재로 박용호 씨(60) 등 일가족 7명이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건너왔다가 참변을 당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동포사회가 이를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들 가족은 초청 형식으로 차례차례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는 경기도 이천의‘코리아2000’지하 냉동 물류창고에서 일어나 순식간에 40여 명의 희생자를 냈으며, 지난 2003년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 이후 최악의 화재 사고로 기록됐다. 더욱이 생존자 17명 중 10명도 현재 중경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져 피해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경기도는 사고 직후 긴급재난상황실을 가동 사고현장에 대한 현황파악과 향후 대책 수립에 들어갔다. 그러나 화마에 휩쓸린 시신의 상태가 참혹한데다가, 애초에 현장에서 작업 중인 근로자의 인적사항이 일치하지 않아 중국동포 및 우즈베키스탄 근로자의 피해 사실은 사건 다음 날인 8일 오후에서야 밝혀지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관계자들은 “시신의 훼손 상태가 워낙 심각해 가족들의 입국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 소식을 접하자마자 ‘이천 화재참사 외국인노동자-중국동포대책위원회’를 구성한 ‘중국 동포의 집’‘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등 외국인노동자 지원 단체들은 8일 오전부터 사고현장을 지키며 신원 파악과 진상 규명, 가족 입국과 장례 처리, 사망자 및 부상자에 대한 보상처리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장을 방문한 김해성 목사는 “여주 화재 참사 1주년이 되기도 전에 중국동포와 외국인 노동자가 숨지는 대형참사가 발생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면서 “한국 피해자와 달리 사고 수습에 나설 가족이 없는 중국동포와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대책위 구성을 서둘렀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연말부터 태안 기름 제거 봉사에 나서는 등 의욕적인 새해를 맞이했던 중국동포들은 이번 사고로 크나큰 무기력과 불안에 휩싸였다. 김 목사는 “중국동포들이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3D업종에 근무하다 보니 ‘나에게도 저런 사고가 일어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으로 불안과 공포에 빠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목사는 또한 “한국인들이 취업을 기피하는 3D 업종에서 일하는 중국동포 및 외국인노동자들이 산재와 재난에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다”면서 “사회적 약자인 이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산업재해 예방활동과 작업장의 안전설비 강화 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천 시민회관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에 안치된 중국동포 사망저는 다음과 같다.△박정애, △조동면, △이명학, △김진봉, △정향란, △이성복, △박영호,△ 김용해, △엄준영, △손동학, △박용식 △신원미상 2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