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국경없는마을 안의 다문화 실험실 리트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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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국경없는마을 안의 다문화 실험실 리트머스
  • 백기영(작가, 리트머스 디렉터)
  • 승인 2008.01.09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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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현재 한국 내 체류 외국인의 수가 백만 명이 넘어서면서 주민등록인구의 약 2%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 수치는 1년 사이에 15%나 증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수가 인구의 5%가 넘으면 ‘다문화 사회’로 볼 수가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실질적인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는 것도 멀지 않은 장래에 다가올 일이다. 이와 같은 외국인 체류 자들의 증가는 한국 노동현장의 요청으로 유입된 이주노동자, 농촌지역의 국제결혼 가정의 급증 등 다양한 원인에서 찾아 볼 수 있지만, 해외 체류 재외동포가 600만 명(2005년도 통계)이 넘어서는 우리국민의 대외적인 활동으로 인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의 수도 해 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의 빈번한 출입국이 우리사회를 보다 개방적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사회는 아주 빠른 속도로 다문화사회로 변화해 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를 바라보는 한국사회의 반응은 다문화 환경에 대한 위기론을 바탕으로 경계의식을 확산시키거나 이주노동자나 국제결혼 가정에 대한 온정주의적 보호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전 지구가 하나의 생활권으로 급변하고 있는 지금의 국제사회의 현실을 바라 볼 때, 이와 같은 경계의식은 한국사회의 다문화적 변화를 예견하고 미리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에 찾아오는 것이다. 그리고 온정주의는 근현대사의 굴곡진 시간들을 오로지 경제성장으로 해결하려고 했던 우리사회의 경제만능주의, 경쟁을 통한 수직적 위계주의 등이 이주노동자나 결혼 이주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고착화 시킨다.

하지만, 우리 곁의 이주민들은 단일 민족국가를 외치며, 국가 공동체의 발전과 개인을 동일 시 했던 국가주의 안에 함몰된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동반자들이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문화적으로 새롭고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신나는 다문화사회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는 예술가, 이주민 운동가, 학자 등 한국사회의 다문화적 현상을 연구하고 다양한 동시대 예술가들의 국제적인 교류를 장려하기 위하여 지난 해 설립되었다. 불법체류자등 비공식적인 이주민의 수가 55%를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안산의 원곡동 국경없는 마을에 위치한 리트머스는 새로운 다문화 공동체를 실험고자 한다.

지금까지 서구와 유럽을 중심으로 교류하며 모방을 통한 문화적 식민화를 방치했던 것이 우리의 문화적 실상이라면, 우리는 가장 먼저, 우리문화의 독자성과 자부심을 바탕으로 수직적인 것이 아니라, 수평적인 관점의 아시아와 비서구권 문화들과의 교류해야 한다. 이런 문화적 실험은 단순히 전문인들에게만 종속되어 있는 동시대 예술의 해체와 확산을 바탕으로 해야 하기에 지역의 문화예술적 전통이 전무한 안산은 불모지에 가깝다.

다시 말하면, 다양한 나라의 문화와 생활습관을 가진 이주민들이 밀집해 있는 이 지역은 문화적 다양성을 연구하기 적합한 곳이면서도 문화적 해석을 시도해 본 적이 없는 개척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원곡동은 한국사회의 미래로 통하는 통로이자 투영하는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