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세종학당의 효율적 추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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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세종학당의 효율적 추진을 위하여
  • 조항록 (상명대 교수, 본지 편집위원)
  • 승인 2008.01.0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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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어 국외 확산과 관련하여 하나의 화두로 대두된 것이 세종학당이다.

세종학당은 문화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2007년 업무 보고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어 교육의 진흥을 위해 전 세계에 이른바‘세종학당’이라는 한국어문화학교를 설립하여 운영하겠다고 발표한 데에서 비롯되었다. 주무 기관인 국립국어원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100개, 2016년까지 모두 200개를 개설해 나갈 것이라고 원대한 목표를 제시하였다.

한국 정부의 세종학당 추진은 명칭부터가 매력적이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과 교육을 중시하는 우리의 전통을 상징하는 학당이 결합함으로써 함축하는 의미가 크다.

여기에 은연중에 우리 의식 속에 독일의 괴테 인스티튜트나 프랑스의 알레앙스 프랑세스와 같은 전통적인 자국어 보급기관의 명성과 역할에 대한 부러움을 느끼고 최근에는 중국이 전세계에 공자학원을 설립하고 있음을 목격할 때 우리 정부가 세종학당을 추진하겠다는 발표는 한국어 국외 확산을 기대하는 많은 이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그러나 사실 세종학당의 추진에 대한 평가는 이러한 정서적 측면에서의 감흥 이상의 것이다. 그 동안 한국어 국외 보급에 관심을 가져온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우리 정부가 우리 말과 글, 문화의 세계적 전파를 위하여 국가 차원에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였는가에 대하여 회의적이었을 것이다.

문화관광부가 우리 말글을 민족문화 유산의 보존과 국외 전파라는 차원에서 일부를 담당해 왔고 외교통상부가 국제교류의 핵심 아이템 중의 하나로 우리 말글을 세계에 널리 보급하고자 하였으며, 교육인적자원부가 재외동포에 대한 민족교육과 국제교육협력의 차원에서 우리 말글의 교육을 담당해 왔다.

나름대로 성과를 인정할 수 있지만 국가적 차원에서의 한국어 국외 확산의 브랜드가 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배경에서 세종학당의 추진은 지금까지의 한국어 국외 확산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전기가 됨에 틀림없다.

필자는 2008년을 맞아 한국어 국외 확산과 관련하여 세종학당의 성공적 추진을 기대하면서 아래의 몇 가지를 언급하고 싶다.

첫째는 국립국어원에 바라는 바로 세종학당의 추진이 지금까지의 한국어 국외 확산이 가져오지 못한 대중에 대한 한국어 교육 접근성 향상과 이를 통한 한국과 세계 각국과의 문화상호주의에 입각한 문화 연대의 구축이라는 점에서 한국어 교육의 대중성, 편리성을 확보해 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한국어 국외 확산 노력이 대학 등 학교 교육 중심 또는 재외동포 중심에서 한국어 사용의 보편적 확대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의 한국어 국외 확산 노력과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 발전시키는 의미를 갖는다.

더욱이 최근 한국어 교육에 대한 일부 지역의 요구는 겉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즉 한국어 교육의 지평이 넓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한국어 국외 보급 체계를 존중하면서 한국어 교육 지평 확대의 최일선에서 세종학당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한다.

둘째, 한국어의 국외 확산 역할을 수행하는 기존의 중앙 부서/산하기관 및 예산당국에 당부하는 것으로 세종학당의 추진은 지금까지의 한국어 국외 확산 노력의 부분을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우리 정부의 한국어 국외 확산 노력이 가져오지 못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외교통상부, 교육인적자원부, 문과관광부 등에서 한국어의 국외 확산을 위하여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데 또 다시 세종학당에 많은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있는가를 제기한다고 한다.

그러나 외국 주요 국가의 자국어 보급 예산과의 비교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위의 세 부서의 한국어 국외 확산 관련 예산 내역을 자세히 살펴본다면, 최근 국외에서 일고 있는 한국어 교육 수요에 비하여 우리 정부의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기존의 예산 규모로는 대학 내 한국어 교육 기반 조성, 한국학 진흥의 기초 제공 수준과 재외동포 한국어 교육에 대한 최소한의 지원만이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세종학당이 추구하고 있는 목표에 대하여 공감한다면 예산의 지원 및 상호 협력 체계의 구축에 협조하여야 할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우리 정부의 한국어 국외 확산 노력과 관련하여 중복 투자라는 관점에서 보고 있으나 기존의 우리 정부의 노력은 현장 요구의 극히 일부만을 충족시키고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주변에서는 세종학당의 추진과 관련하여 국립국어원에 애정어리면서도 냉정한 성원이 요구되고, 국립국어원의 입장에서는 효율적인 추진을 위한 여러 대안의 모색이 시급히 요구된다. 이미 세종학당이 설립되고 있는 현지에서는 세종학당의 설립 및 운영과 관련하여 국립국어원과 혼선을 빚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세종학당의 추진에 대하여 그 취지와 내용에 대하여 동의한다면 지금은 세종학당이 뿌리를 내리도록 힘을 모아 주어야 줄 시점이다. 좀 더 나아가 세종학당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한 예산의 확보와 인력의 충원에 대한 전향적인 논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와 함께 국립국어원은 세종학당 운영 추진본부의 설치 등 제도적 정비를 속히 서두르고, 전문 인력을 보강하는 등 효율적인 추진 체계를 속히 갖추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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