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노동자 한국어 교육, 총체적 접근 요구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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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노동자 한국어 교육, 총체적 접근 요구돼
  • 조항록
  • 승인 2007.11.2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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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항록(국제한국어교육학회장, 본지 편집위원)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07년 9월 30일 현재 외국 노동 인력은 불법 체류자 6만 7천168명을 포함하여 총 40만 8천915명으로 국내 임금 노동자 약 1천600만 명의 2%를 넘는 수준이다.

이 중에서 특히 주목이 되는 것은 교수, 연구, 기술 지도 등 전문인력이 2만 8천836명인데 비하여 단순 기능인력은 37만 5천559명, 연수 취업 3만 4천940명으로 생활 여건이 그리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단순 노동 인력이 주를 이룬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국에서 돈벌이를 하는 것보다 한국에서 돈을 버는 것이 훨씬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우리 나라를 찾아와 언어 장벽, 문화 장벽 등을 겪으며, 노동 현장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 나라의 입장에서 긍정적인 측면만을 본다면, 이들은 흔히 3D로 불리는 기피 직종에 종사하면서 우리 나라의 산업 발전에서 일익을 담당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주 노동자 증가의 배경이나 본질에 대한 해석은 다양할 수 있으나 아무튼 단순 숫자의 측면이나, 국내 임금 노동자 대비 비율의 측면이나, 지속적인 증가 추이 등에 비추어 볼 때 이주 노동자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 인자로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갖는 여러 특성은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구성 인자로서의 기본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문화 사회에서 여러 장벽을 겪고 있는 자에 대한 인도적 차원, 우리 경제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자에 대한 국가 사회적 책임의 차원, 이들의 생활 여건 개선이 노동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궁극적으로 국가 발전에 더 기여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는 실용적 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관심의 필요성이 커진다.

이들에 대한 다양한 차원의 관심 중 이들에 대한 한국어 교육은 위의 모든 관심을 다 포괄하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이들의 한국어 능력은 작업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능력을 갖춘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이 체계적인 한국어 학습 기회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으며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한국어 역시 이들이 처한 특수한 근무 여건에 비추어 볼 때 직장에서의 업무 수행과 관련한 영역으로 국한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비록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이 최근에 다양한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고는 하나 이의 실제적 측면이나 이들이 처한 특수한 여건으로 인하여 교육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 관점을 바꾸어 한국어 교육계의 입장에서 볼 때 이들에 대한 한국어 교육은 기본 인프라와 소프트 웨어의 측면에서 엄연한 한계를 갖고 있어 하나의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국내 한국어 교육이 대학 부설의 한국어 교육 전문기관 중심으로 발전되어 왔고, 이들 교육기관이 이주 노동자 한국어 교육 현장에의 참여가 크지 않았다는 데 근본 이유가 있다.

50년의 한국어 교육 역사가 진행되는 동안 한국어 교육의 전문성은 한층 높아졌으나 교육과정의 개발, 교육 자료의 개발, 교수 방법론의 개발 등은 1차적으로 대학 부설 교육기관의 교육 실제 또는 국외의 한국어 교육 현장에 맞추어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주 노동자에게 적용되어야 하는 한국어 교육 모델은 대학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기존 한국어 교육계에서 이루어낸 성과가 이주 노동자 대상의 한국어 교육에 그대로 유입되기가 어렵다. 즉 기존 연구 개발된 교육과정이나 교재를 그대로 적용 내지는 사용할 수 없고 교수방법 역시 그대로 활용하기가 어렵다.

여기에 더하여 기존 한국어 교육계가 이주 노동자 한국어 교육의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의 제시, 자원의 투입도 그리 활발하지 않아 결국 이주 노동자 대상의 한국어 교육은 시민단체, 종교 단체, 일부 지방자치단체 산하 기관과 자원 봉사자의 몫으로 자리매김되어 오는 상황이 되었다.

어찌 보면 이주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은 이들이 전적으로 견인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비록 최근 들어 국립국어원, 한국어세계화재단, 국제노동재단,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정부 관련 기관 내지는 단체와 일부 대학에서 다양한 배경으로 이주 노동자 한국어 교육에 참여하고 있으나 그 규모가 제한적이고 참여의 내용 역시 지엽적인 것들이 많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엄연한 한계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보다도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기존 한국어 교육계와 이주 노동자 대상 한국어 교육 현장 사이의 협력이 여전히 크게 진전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 연구의 차원도 그렇고 교육 실제의 차원도 그렇고 양자가 근본적인 협력 모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기초 연구도 필요하고 주요 쟁점에 대한 대안 모색도 그러하고 교육 인력에 대한 상호 교류도 필요하다.

어느덧 이주 노동자 집단은 거대해졌다. 이제 이들에 대한 한국어 교육은 한국어 교육계의 총체적인 협력을 통할 때 가능할 정도로 규모도 커졌고 쟁점도 심화되고 있다. 아니 한국어 교육계 차원을 넘어 국가, 기업 등이 협력할 때 가능할 수준으로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주 노동자 한국어 교육을 위한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하고 마스터 플랜의 수립이 요구된다. 대증적이고 지엽적인 차원에서의 접근보다는 원론적이고 체계적인 차원에서 현장-산-학-관 사이의 총체적인 협력이 요구된다. 앞으로도 이주 노동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이들에 대한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이 계속 커질 것이라고 볼 때 총체적인 접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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