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동포들의 민족문화·교육, 현재와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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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동포들의 민족문화·교육, 현재와 미래는?
  • 서나영 기자
  • 승인 2007.10.1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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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 발전과 연대를 위한 국제심포지엄’이 러·중·일 민족문화·교육 전문가와 관련 NGO 활동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2.13일 이틀간 부산 민주공원에서 열렸다.

‘해외동포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은 지난 4일 열린 남북정상회담 선언에 ‘남과 북은 국제무대에서 민족의 이익과 해외 동포들의 권리와 이익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하였다(8항)’는 내용을 명시하는 등 향후 해외동포의 권익 증진을 위한 시민사회의 노력과 해외동포간 연대 필요성이 제기된 시점에서 열렸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심포지엄 첫날은 ‘재일동포들의 민족교육과 민족문화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둘째날은 ‘중국 조선족들과 카자흐스탄지역을 중심으로 한 러시아 고려인들의 민족문화·교육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토론을 펼친 전문가들은 이 자리에서 역사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한채 흩어져 살고 있는 동북아지역 우리 동포들의 현실을 짚어보고, 연대를 통해 이들에 대한 발전적 미래를 모색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오사카 경제법과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CAPP) 김덕룡 객원연구원은 정치적인 이유로 그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조선학교를 중심으로‘재일동포 민족교육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집중 조명해 관심을 모았다.

김 연구원은 “과거 반세기에 걸쳐 조선학교를 통해 진행된 민족교육은 격동하는 시대의 흐름 가운데 확실하게 민족을 지키고, 오늘날 재일조선인사회의 확고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재일 4세가 민족어를 배우고 말하고 쓴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큰 것으로 세계적으로 보아도 이 정도로 자녀에게 민족교육을 해 온 민족집단의 예는 없다”며 “재일동포들에 의해 반세기간 역역히 계승되어 온 조선학교는 재일 코리안의 민족계승의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역사의 교훈으로서 재일사회의 독자성을 확립하는 일에 매진해야 할 지금, 조선학교가 더이상 정치적 이해관계에 좌우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에 황의중 에다가와조선학교지원모금 공동집행위원장은 “이국 땅에 뿌리를 내리는 과정에서 경제적 여력이 없어 민족교육이 등한시 되고, 그 사이 민족교육의 기반은 거의 상실되었는데, 유일하게 일본의 조선학교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민족교육을 놓지 않았다”며 조선학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조선학교 가치’에 대한 적극적 인식, 조선학교가 그동안 피나는 노력의 결과로 지니게 된 성과와 가치들이 한국사회와 전 재외동포사회, 그리고 통일과정, 더 나아가서는 일본이란 국가에 어떠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지 그 잠재적 역량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바탕 위에 남북정부가 공동으로 고민하고 대처하는 틀(남북공동위원회)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족 사회문화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위기와 기회의 시각으로 조선족 사회를 살펴본 김경일 북경대 교수는 “1990년대 이후 중국의 개혁개방에 따른 변화와 조선족들의 대도시 또는 해외로의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조선족문화의 요람이던 농촌의 문화터전이 사라져가고, 조선족학교가 문을 닫는 등 민족문화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며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중국에서 조선족문화는 결국 사라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최근 한국을 찾는 조선족들이 급증하는 현상에 대해 그는 “대부분이 돈벌이를 위해서겠지만 자본주의 사회를 체험하고, 전통문화를 피부로 느끼고 돌아간 조선족들을 통해 조선족사회가 큰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문제는 이들의 회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새로운 공간에의 문화터전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 “한·중교류로 인해 한국인의 중국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조선족의 문화·교육이 위기만이 아닌 기회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중국에서의 한국인사회가 급격히 형성되고 있으며, 그것은 중국의 조선족 문화와 교육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것.

그는 “조선족 사회가 무너져 간다고 단언하는 것 역시 위기만 보고 기회는 보지 못하는 것이며, 존속만 보고 발전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며 “이제는 보다 넓은 시각에서 중국 조선족문제를 새롭게 보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자흐스탄국립대 한국학과 김 게르만 교수는 ‘카자흐스탄공화국의 한국인 계몽과 교육’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모국어를 러시아어로 생각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자기 정체성을 유지해 왔던 카자흐스탄 고려인들이 모국어의 재생을 위해 지난 10여년 동안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아직은 충분치 않다”며 “민족교육으로서의 한국어 및 한국학의 발전을 위해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대학교와 고등교육기관에서 한국어과 및 한국어 전공을 개설하고, 많은 대학들이 한국어에 대한 지식을 가진 전문가들을 양성하고 있는 등 많은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질적인 성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면서 “대부분의 교사들이 자원봉사자로 이루어져 있어 한국어 및 한국어 교수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부족해 현지 고등교육기관의 한국어과를 졸업하고 한국어 교수법을 잘 알고 있는 현지교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고정자 고베대 교수는 ‘재일동포들의 민족문화 전승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식민지시기와 해방 직후, 남북분단 이후, 이쿠노 민족문화제로 나누어 재일동포의 민족문화 전승과 문화운동 배경 등에 대해 고찰,그동안 역사, 정치, 법률적인 문제에 비해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못했던 재일동포의 민족문화에 대한 학문적 시도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최영호 영산대 교수, 김광민 코리아NGO센터 사무국장, 권달인 전 조선교 교사, 임영업 전남대 한상문화연구단 전임연구원, 어린이희망학교의 이광호 교장과 정승천 교감, 이지치노리코 애히메대 교수, 김채원 통일미래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 등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으며, 징용 재일동포의 삶을 조명한 김효산 사진전‘잊혀진 이름’도 함께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