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안' 통과 그 이후를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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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안' 통과 그 이후를 점검한다
  • 이현아 기자
  • 승인 2007.10.1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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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안의 통과와 실시 이후로 다문화’바람이 거세다.

지난 5일 뉴욕타임스는 한국인이 외국인 이민에 대해 가장 우호적이라는 설문 조사를 보도했다. 미국의 민간연구소가 발표한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47개 조사국 중 이민자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낮았다. 같은 조사에서 지난 2002년 한국은 37% 정도가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으나, 이번에는 크게 줄어 25%에 그쳐 급속도로 다문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음을 뒷받침했다.

이러한 ‘다문화 현상’을 대변하듯 추석을 맞아 외국인들이 참여하는 화합 한마당 잔치를 개최한 보령시 이후 10월 내내 다채로운 외국인 관련 축제들이 잇따라 펼쳐졌다.

포천시와 인천시는 각각 외국인 관련 축제를, 진안군과 구미시 등은 다문화 축제를 펼친 한편 여성가족부는 ‘결혼이민자 가족 사회통합 지원 전국대회’를 열어 활동가들의 고충을 듣기도 했다. 이후로도 국립국악원은 오는 21일에, 안산시는 28일에 각각 외국인을 위한 공연과 체육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2006년 11월 행정자치부가 외국인 지원 표준조례를 만든 이후 각 지자체는 관련 조례 법률을 마련하느라 부산한 모습을 보여 왔다. 부산, 울산, 대전, 전남, 남해 등이 9월 ‘거주외국인 지원 조례 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이며, 춘천 등은 발 빠르게 동 법안을 가결했다.

특히 안산시는 지난 7일 대구에서 열린 ‘2007 지방의 국제화 포럼’에서 내향적 국제화 사업 추진과 관련해 전국 최우수 도시로 선정돼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외국인 밀집 거주도시인 안산시는 외국인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거주 외국인 지원조례 제정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으며, 외국인들의 정착지원과 내․외국인 지역 공동체 조성 등을 위해 다각적인 시책들을 추진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다문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관계 단체들의 갈등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 다문화 관련 축제를 개최한 A시는 같은 주제로 몇 년 동안 축제를 진행해 온 현지 시민사회 단체와 마찰을 빚었다. 시민사회 단체는 A시의 계획을 “다문화 없는 다문화 축제”라고 주장하며, 거주외국인 동원을 거부하는 등 실력행사로 일관해 빈축을 샀다.

결국 기간과 비용을 다소 축소해 축제를 개최한 A시는 축제 이후 참석했던 외교 사절들을 홍보하고 있다. ‘다문화’가 대중의 관심을 끌자 이를 내세워 외국인 투자자들을 끌어 모아 투자유치 효과를 본 셈이다.
거주외국인지원조례 입법을 앞둔 각 지자체들도 그 세부조항에 있어 시민사회단체와 의견 조율을 마치지 못해 갈등의 단초를 안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렇게 관련 단체들이 ‘다문화’ 주도권을 놓고 힘겨루기 하고 있는 동안 막상 결혼이민여성과 그 가족, 그리고 지역 주민들은 여전한 한국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지원 조례가 잇따라 마련되고 있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여성결혼이민자에 대한 지역사회의 수용성 연구’에 따르면 피조사자가 속한 지역의 정부나 공공기관의 결혼이민자에 대한 정책적 배려에 대해서 결혼이민여성 당사자나 가족들은 물론, 동 지역 주민들조차 “잘 못 느끼겠다”는 대답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남양주 ‘샬롬의 집’에서 진행된 결혼이민여성 및 가족 간담회에서는 국적 심사 기간을 줄여달라는 호소부터,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교육과 네트워크 구성 문제까지 다양한 층위의 어려움들이 토로됐다. 더불어 한국 사회의 다문화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활동가는 “가부장적인 한국질서에 편입시키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한글교육이나 문화교육이 이루어지기보다는 우선적으로 편견을 깨뜨려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이 땅에 온 사람으로 보는 시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한외국인들에 대한 인식의 벽을 전제한 이러한 주장으로 미루어 보면 현재 범람하고 있는‘다문화’ 현상의 실체가 의심스럽다.

지난 13일 한국여성정책 연구원은 ‘다민족․다문화사회를 향한 한국사회의 도전과 전망’에 대한 세미나를 열었다. 이번에 논의된 연구과제는 “관련 연구기관과의 협력 하에 이주민에 대한 우리사회의 전반적인 패러다임과 시민의식을 점검하고 다민족ㆍ다문화사회의 진전을 위한 변화가능성을 모색하며, 이를 증진하기 위한 총체적인 정책을 개발하고자 한다”는 취지 하에 오는 2009년까지 실시되는 정책 지원 프로젝트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동연구원의 오계택 연구원은 "한국 사회는 예상보다 우호적으로 우리 사회의 외국인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만을 놓고 한국 사회가 다문화 사회가 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연구팀을 지휘하고 있는 황정미 연구위원 역시 “현재로서는 이민자를 상대적 약자로 인식하고 있으며, 크게 불거진 갈등 문제가 없으나 후에 2세대, 3세대까지 정주하는 사회가 도래했을 때, 그래서 아직 잠재되어 있는 외국의 소수민족 문제와 같은 갈등이 표면화 됐을 때, 지금의 관용적 태도가 계속 지속될 지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황 연구위원은 현재 드러나는 친밀감이 일자리, 사회적 위치 등에 치열하게 경쟁하는 대상으로 느낄 정도로 발전했을 때를 대비한 정책적 마련이 필요하다.

최근 진행된 다문화 관련 축제
10/7 포천시 “피부색, 언어 뛰어넘는 ‘어울마당’”
10/11 여성가족부 “결혼이민자 가족 사회통합 지원 전국대회”
10/12 진안군 “다문화 가족 어우러짐 한마당 축제”
10/7 인천 “아시아 이주민 문화축제”
10/5-7 이태원 “지구촌 축제”
10/21 국립국악원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특별공연”
10/28 안산 “외국인 노동자 생활 체육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