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의 국외 확산에 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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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의 국외 확산에 관한 단상
  • 조항록
  • 승인 2007.10.18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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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항록(국제한국어교육학회장, 본지 편집위원)
얼마 전에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한국어를 특허협력조약의 공식 공개 언어로 채택하였다는 뉴스를 접했다. 기존의 8개 언어에 추가하여 한국어와 포르투칼어를 포함하였다고 한다.

기존 8개 언어 중 일본어와 독일어를 제외하면 모두 유엔이 공식적으로 정한 국제공용어이고, 그 밖의 언어도 사용 인구의 면에서 한국어보다 많거나 비슷하다는 점에서 한국어의 채택은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국이 세계 4위의 특허 출원국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한 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필자는 세계지식재산권기구의 한국어 채택을 접하면서, 이를 계기로 다양한 영역에서 이제 우리의 국력 신장에 걸맞는 한국어 위상 제고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한국어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현장을 보고는 우리의 국력이 신장되었고, 우리가 그만큼 대접을 받고 있구나 하는 뿌듯함을 확인하고 싶다. 여기에 단적인 하나의 예를 들고자 한다.

한국어 교육계에 종사하고 있는 필자는 외국에 드나드는 일이 잦고 그때마다 내가 다니는 곳에서 한국어가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를 확인하곤 한다. 한국인 여행객이 많거나 한국 기업의 진출이 많은 중국의 몇몇 공항에서 한국어 안내 표지판을 종종 본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가 대접을 제대로 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뿌듯함은 호텔에 들어가면서 곧 실망으로 바뀌곤 한다. 방에 비치된 두꺼운 안내 책자, 전화기에 깨알같이 쓰인 작은 글씨에 일본어는 있으나 한국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분명히 이곳은 이제 일본인 못지않게, 아니 최근에는 일본인보다도 한국인 여행객이 더 많다고 하는데 일본어 안내는 있고 한국어 안내가 없음에 실망을 한다. 이러한 상황은 남아시아 각국을 방문할 때도 다르지 않다.

비록 공항에서의 한국어 표지판을 찾을 수 없지만 호텔에서 만나는 외국인 대다수가 한국인임에도 호텔 안내 책자에는 역시 일본어만 있고 한국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차라리 일본어 표기가 없이 영어 안내문만 있으면 덜 섭섭하겠지만 분명히 최근에는 한국인을 주 고객으로 한다고 함에도 한국어 안내가 없는 것이다.

필자는 이 대목에서 공공외교(public diplomacy)를 생각하게 된다. 즉 외국 현지의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 모두의 외교적 활동의 중요성이다. 공항의 표지판은 현지 정부의 결정에 의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노력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원이 뒷받침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호텔 등 민간 영역에 대하여는 우리 정부의 관심과 노력이 미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외국 현지의 단체나 민간에게 어떤 외교적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은 대상 범위의 설정 자체부터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이러한 노력은 한국 내의 다양한 단체나 기업, 민간인, 현지의 우리 단체나 민간인에 의하여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국인 여행객이 많은 지역에서 현지 한국 공관이나 한인단체 등이 적극 나서서 우리 말 안내 표지 확대 운동을 한다면 현지 업소나 공공단체 등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주 고객을 한국인으로 삼는 경우 환영받을 일이 될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가끔 인터넷상으로 한국인 관광객이 많은 외국 현지에 한국인을 상대로 한 한국어 광고 문구나 표지판이 엉터리 한국어로 표기된 것을 접할 때가 있다. 한국어의 적절한 사용이 요구되는 지역이 많음에도 한국어의 적절한 보급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음을 입증하는 예이다.

외국에서의 한국어의 적절한 사용, 이는 우리 정부만의 관심사가 아닌 우리 모두의 관심사로 자리매김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