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추석유감 - 더불어 함께
상태바
[시론] 추석유감 - 더불어 함께
  • 조남철
  • 승인 2007.09.20 17: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조남철(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 본지 편집위원)
중추가절이라, 이제 얼마 있으면 추석이다. 오랜 세월 우리 민족과 함께 한 가장 큰 명절 중의 하나이다. 신문지상에는 이번 추석 연휴는 휴가를 사용하면 9일까지 쉴 수 있다는 기사가 등장하고 오래 전부터 추석연휴 철도와 항공기의 예매를 알리는 광고도 요란하다. 벌써부터 교통체증을 걱정하는 주위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니 가히 민족의 큰 명절이라 할 만하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추석 때 농사일로 바빴던 일가친척이 서로 만나 하루를 즐겼는데 특히 시집간 딸이 친정어머니와 중간 지점에서 만나 반나절을 함께 회포를 풀고 가져온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즐기는 것을 중로상봉(中路相逢), 즉 반보기라고 하였다.

우리 속담에도 ‘더도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 라는 말이 있는데 일 년 동안의 땀 흘린 수확을 거두는 시기의 명절이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하긴 쾌적한 가을날씨에 오곡이 무르익고 산과 벌판에 먹을 것이 가득했으니 그럴 만도 했겠다 싶다. 어쨌든 중추가절의 계절이다.

그러나 이런 큰 명절의 밝은 빛 속에는 가고 싶은 고향에 가지 못하고 만나고 싶은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이들의 긴 한숨과 그림자가 스며있다. 하긴 예전의 큰 명절 부근에는 고향에 갈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강도짓을 하다 경찰에 잡혔다는 가슴이 찡한 이야기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 일도 있기는 하였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누구에게나 고향과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어느 민족에게나 고향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즐기는 명절이 있을 터이다.

그리고 이것은 한국의 100만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낯설고 물 선 이국땅에서 고된 몸을 가누며 매일 매일을 보내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도 보고 싶은 가족과 사랑하는 그리운 가족이 있을 것이다.

물론 추석명절이 이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한국인에게만큼 가슴 설레는 명절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낯선 타국 땅에 와 있기 때문에 한국인의 요란한 추석쇠기가 이들 외국인에게는 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럴 때에 아주 반갑고 고마운 소식이 들린다.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 안산시는 9월 13일·부터 16일까지 3박4일 동안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에서 근무하는 12개국 13명의 모범 외국인근로자 가족 23명을 초청해 상봉행사를 갖는다고 한다.

‘산업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모범 외국인근로자의 가족을 초청해 상봉의 기회를 제공해 타국 생활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근로의욕 증진과 사기진작을 통한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외국인근로자 가족을 초청하게 됐다’고 하는데 그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추석의 의미에 걸 맞는 의미 있는 행사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그동안에도 일부 지방 자치단체에서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들에게 친정방문 등과 같은 모국방문 행사가 추진된 일은 있었다. 그러나 외국인 근로자 가족을 단체로 초청하는 것은 지자체 중에서 안산시가 처음이라고 하니 시장 이하 관계자들의 열린 사고가 고맙고 감사하다.

명절이 일종의 축제라면, 특히 추석이 하늘에게 일년 동안의 수확을 감사하는 제사에서 비롯된 명절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이 추석을 가까운 일가친지와 함께 보내는 것도 좋지만 낯 선 이국땅에서 고되고 외롭게 지내는 외국인들과 함께 하려는 나누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나누는 마음, 그것은 오랜 시간 남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전통이었으며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성숙한 지혜일 것이다. '더불어 함께’, 중추가절의 우리들 서로의 마음에 가득 울려 퍼지는 따뜻한 구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