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 인종 차별국 오명 벗는 계기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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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 인종 차별국 오명 벗는 계기 마련해야
  • 김동열 재외기자
  • 승인 2007.09.20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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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프로풋볼리그(NFL) 시즌이 지난주에 막을 올렸다. 지난 몇 년 동안 이름 값도 못했지만 옛 명성 때문에 아메리칸 팀으로 불리던 달라스 카우보이(Dallas Cowboys)가 올해 첫 경기에서 같은 조의 강호 뉴욕 자이언트를 45대 35로 크게 꺾으면서 초반부터 흥미를 더 하고 있다.

미 프로풋볼리그에 생소한 한국 국민들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수 년전 한국계 혼혈아 하인스 워드(Hines Ward)가 철강도시로 유명한 명문 피츠버그 스틸러(Pittsburgh Steelers)에서 활약이 돋보이면서 시작 됐다.

하인스 워드는 한국인 엄마와 흑인계 미국인 사이에서 태어났다. 한국정부 통계에 따르면 하인스 엄마처럼 국제 결혼한 한국여성 숫자는 3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돼 있다. 외국인 남편과 결혼하기 위해 호적을 정리한 수치로 상당히 많은 편이다.

출국지로는 미국이 가장 많고 이어서 중국과 일본이 뒤따르고 아주 적게는 유럽이 포함된다. 현재 거주국에서 결혼한 이민 2세들까지 포함하면 아마도 두배는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결혼한 여성이 한국을 떠난 후 첫 번째로 부딪치는 어려움이 바로 언어 소통과 인종 차별이다.

생소한 생활환경은 물론 남편의 가족들과도 언어문제로 가장 큰 고통을 겪게 된다. 환경의 큰 변화에서 오는 문화 충격을 잘 견디는 여성이 있는 반면 동화 되지 못하여 고립된 생활을 하다가 우울증에 빠져 더 큰 고통에 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필자는 몇년 전 산호세에 거주하는 한 국제결혼 여성을 인터뷰 한적이 있었다. 지금은 60세 중반을 넘었지만 당시 19살 어린 나이에 한국 주둔 미군과 결혼하여 콜로라도 오지에서 첫 신혼생활을 시작할 때의 두려움을 들은 적이 있었다. 필자가 말하는 두려움이란 어떤 물리적인 형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문화 혼돈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그녀는 “보수적인 부모의 허락을 받지 못한 내쫓겨나기 식 결혼을 했기 때문에 한국으로 되돌아 올 수도 없는 벼랑 끝의 나무에 매달린 절박한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녀는 착한 시부모들의 헌신적인 사랑과 이해 속에서 한참 지난 후에 겨우 고독의 암울한 터널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녀가 주위의 염려와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결국 스스로의 일상생활 페이스를 찾은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자식을 낳은 후였다고 말했다.

2년 전 미국을 들뜨게 한 슈퍼 볼 경기 중 우리의 눈이 본드를 붙인 것처럼 떠나지 못한 이유는 우리를 닮은 선수가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색깔은 우리와 달랐지만 그 얼굴 모습은 틀림없는 한국인이었다. 그의 미소며 그의 껑충 뛰는 모습은 우리의 자식과 차이가 없었다.

경기 자체는 기대에 못 미치는 졸전으로 계속 됐고, 승부는 선수들의 기량이 아닌 심판의 잘못된 판정으로 게임이 흘러 가면서 흥미는 줄었지만 한국 국민에게는 그 한국계 선수 때문에 잠시도 한눈을 팔 수가 없었다.

특히 터치 타운 패스를 받고 기뻐 뛰는 모습이 화면에 비쳐지면서 그의 MVP 수상은 비켜 갈 수 없는 행운으로 보였다. 귀에 익숙한 이름 하인스 워드가 최우수선수로 발표되고 확인 되는 순간 한국 국민들은 모두 환호성을 쳤다고 한다. 그는 깔끔한 매너와 인터뷰를 통해 어머니가 한국인이고, 오늘의 자신을 있게 했다고 떳떳하게 말했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가 슈퍼 볼의 MVP가 되는 순간 1천만 달러의 사나이가 되었음은 물론 한국이라는 국가브랜드는 1억 달러를 지불하고 홍보한 것과 같은 가치 상승의 효과가 있었다. 그의 승리는 매질도 서슴치 않고 자신에게 헌신한 어머니의 감동적인 인간승리라고 말할 수 있다.

그녀가 남편 따라 온 미국 결혼생활은 초장부터 돌이킬 수 없는 이혼의 아픔 속에 빠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전부를 아들에게 주었다. 그러나 그 아들은 엄마의 사랑과 정성보다 동네 아이들과 자신의 얼굴 색깔이 다른 것이 싫었다고 고백했다.

아이들의 놀림에 그가 괴로운 것만큼 그의 엄마는 생계 유지가 더욱 괴로웠을 것이다. 2년 전 슈퍼볼의 자랑스러운 MVP탄생을 보면서 우리와 똑같은 얼굴에, 같은 말을 사용해도 남편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는 한국여성들에 대한 선입관이 위험했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했다.

국제 결혼한 한국여성들이 외국도 아닌 한국에서 겪는 차별도 이제는 한국사회에서 퇴출 시킬 때가 되었다. 한국인들도 존재하지도 않는 단일민족이라고, 짝퉁 순수 혈통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여론 조사도 나왔다. 지난 1년여 한국에서 체류하면서 그리워했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미 프로풋볼리그와 뜨거운 경기 분위기였다.

다이나믹하고 터질 것 같은 박진감이 넘치는 풋볼 시즌 개막과 함께 올 시즌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는 하인스 워드가 MVP로 뽑혀 한국의 국위 선양은 물론 아직까지도 국제사회로부터 지적 받고 있는 인종 차별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또 다른 기회가 마련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