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만원 버스를 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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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만원 버스를 타고 싶다
  • dongpo
  • 승인 2003.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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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희숙  대상·미국

난 흔들리고 싶다
만원 버스에 몸을 맡기고
흔들흔들 부대끼며
경직된 삶의 근육을 느슨하게 풀고 싶다

우울한 휴일 오후
무심하게 버스가 떠난 자리
새 몇 마리가 내 빈 그림자를 쫓고
난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저 버스를 타면
내 젊은 날의 친구
경산행 87번 시내 버스
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장난기 짙은 기사 아저씨가
부-우-웅 브레이크를 밟으면
이리로 와- 저리로 와- 쏠리며
고르게 자리를 만들어 주던 만원 버스

어깨와 어깨의 부딪침 속에서
고단함과 휴식의 헷갈림 속에서
뽕짝과 젊음 속에서
구린내와 철학 속에서

고단한 몸 서로 어깨를 내주어도
아무렇지도 않던
그 사람들이 보고 싶을 땐
난 만원 버스를 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