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를 연주하는 미 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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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를 연주하는 미 동포
  • 송지영 재외기자
  • 승인 2007.08.1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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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윤, 지난해 10월부터 대중에게 선보여

‘이 세상의 모든 소리가 곧 음악이다.’
보라윤의 생각이다. 사람들은 소리와 음악은 다른 것으로 분류한다. 보통 사람들에게 소리는 탄성체를 지나가는 의미없는 파동에 불과하다. 하지만 보라윤에게 있어서 소리와 음악은 이렇다할 경계도, 차이도 없다. 보라윤은 세상의 모든 소리가 곧 음악이고 휴대전화, 자전거, 물통, 그릇 등 주변의 모든 사물이 악기라고 말한다. 그녀는 늘 새로운 소리를 찾아내기 위해 시도하고 노력한다. 다른 사람들이 관심없이 흘려버리는 평범한 소리가 보라윤을 통해 보물같은 소리로, 보석같은 음악으로 돌변한다.

휴대전화도 악기가 될 수 있다
보라윤은 얼마 전 휴대전화로 음악을 연주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휴대전화 연주를 시작한건 작년 10월 호주 멜버른 국제 아티스트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열린 콘서트 ‘51번째 꿈의 주’에 참가하면서부터이다. 휴대전화 연주는 보라윤에게 있어서 자전거 연주나 물통 연주를 시도했던것처럼 예전부터 꾸준히 계속되어오던 지극히 일상적인 시도였다. 보라윤은 “휴대전화의 버튼 소리가 재미있게 느껴져 연주를 시도하게 되었으며, 프라잉팬, 전자톱, 막대기, 물통 등 다양한 물건들이 연주에 사용되는데 휴대전화라고 예외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대단할 것 없다는 듯 연주 동기를 밝혔다. 하지만 휴대전화연주를 처음 접한 사람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보라윤의 휴대전화 연주는 파장처럼 세상으로 퍼져나갔다.

보라윤은 지난 2월에는 브룩클린아카데미 오브 뮤직(BAM)에서, 지난 5월에는 뉴욕 다운타운 공연장 히어아트센터에서 휴대폰으로 자작곡인 ‘플링코’를 연주했다. 지난 6월 말 고향인 시카고를 찾은 보라윤은 핸드폰으로 ‘고향의 봄’을 연주에 쇼케이스 형식으로 진행된 연주회에 자리한 한인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연주를 시작하기 전 보라윤은 사람들에게 휴대전화를 꺼내달라고 했다. 사람들은 여느 공연들처럼 ‘연주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휴대전화의 전원을 끄라는 것이겠지.’ 생각했을 터다. 하지만 보라윤의 요청은 남달랐다. 휴대전화를 진동으로 하지도, 전원을 끄지도 말아달라고 했다. 벨소리가 울리면 울리는대로 그냥 두면 된다는 말이었다. 보라윤은 우연히 울리는 휴대전화의 벨소리도 자신의 연주와 더불어 음악이 될 수 있을꺼라고 덧붙이며 연주를 시작했다.

‘고향의 봄’으로 하나된 시카고 공연장
‘플링코’에 이어 앵콜 요청으로 ‘고향의 봄’을 연주하는 보라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박수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 앞에서 휴대전화를 연주하던 보라윤은 중간중간 ‘하하하’소리내어 크게 웃기도 했다. 보라윤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종류의 소리를 소개하는 듯 했다. 보라윤의 연주와 관객이 하나가 되는 순간 휴대전화는 더이상 통신수단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완전한 악기인 동시에 사람과 소리를 연결해주는 열쇠임이 틀림 없었다.

보라윤은 2004년형 삼성 E-105 기종만을 이용해 휴대전화 연주를 한다. 보라윤의 말에 따르면 핸드폰마다 독특한 음과 성격이 있는데, 자신이 예전에 사용하던 삼성 E-105기종만의 소리가 좋아 다른 기종으로는 연주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단종된 모델이기 때문에 일반 매장에서 구할 수 없어 e-Bay에서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연주 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할 예정
휴대전화 연주가 계기가 되어 보라윤은 삼성전자의 후원으로 다양한 활동을 할 계획이다. 보라윤은 지난 26일 뉴욕 소재 링컨센터에서 삼성전자의 후원으로 열린 공연을 성황리에 끝마쳤다. 보라윤은 이날 공연에서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티벳 명상주발, 오르골, 물, 피아노, 기타, 바이올린 등 다양한 악기를 이용한 연주로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휴대전화 연주에도 새바람이 일고 있다. 보라윤의 연주 모습을 본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기종으로 휴대전화 연주를 시도하고 있는 상태이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휴대전화 연주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보라윤은 대회의 심사위원 자격으로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라윤은 휴대전화 연주가 널리 퍼져 많은 사람들이 연주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타인의 휴대전화 연주를 심사하는 것은 무척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대회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Sound architech라고 불리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보라윤의 음악을 듣고 또 평가한다. 휴대전화로 곡을 연주해 월스트리트저널 등 언론을 통해 보도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보라윤에게는 이미 ‘one-woman orchestra’라든지 ‘디지털 원더우먼’이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하지만 보라윤은 자기 자신을 ‘sound architech’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한다. 건물을 짓는 건축가가 아닌 다양한 소리를 하나의 음악으로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그녀는 휴대전화 연주는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의 일부이며 소리들이 서로 어우려져 조화를 이루는 것에 대에 흥미가 있기 때문에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사용해 소리를 만들어내려는 새로운 시도를 계속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자신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독특하고 다양한 실험예술도 시도하고 있다. 보라윤은 바람과 움직임에 의한 소리의 차이를 표현하고 관객들에게 입체 음향 효과를 전달하기 위해 7명의 소프라노들이 자전거 위에 올라타 브룩클린의55,000스퀘어피트에 달하는 지역에서 계속 이동하는 형식의 공연을 준비해 공연 큐레이터로서의 자질을 증명하기도 했다.

만능 연주가이자 작곡가
보라윤은 물통, 티벳 명상주발, 종 등 사물을 이용한 연주를 즐기지만 사실 수많은 악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실력파 연주가이기도 하다. 5살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 어렷을때부터 바이올린과 성악을 공부했으며, 뉴욕으로 이주해 이타카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하면서 악기연주 뿐만 아니라 성악과 작곡 등 다방면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갔다. 또한 이타카 대학 재학시절 작곡 서클을 창립회 활동을 하며 작곡에 두각을 보였는데, 2002년 존레논 국제 작곡경연대회에서 입상한데 이어, 제 11회 빌보드 작곡경연대회에서 Poetry vs. Coincidence라는 곡으로 재즈 부문에서 입상하고, Arion Music Award 를 수상하면서 작곡가로서도 주목을 받게 된다.

자신의 음악관 담은 음반 발매도 계속
보라윤은 기존 예술 관념이나 형식을 부정하는 아방가르드 음악과 현대적 클래식 음악을 추구하는 음악가이다. 그녀는 자신의 음악세계를 음반을 통해 표현해내며 음악에 대한 열정을 이어가고 있다. 1999년 ‘Bora Yoon’이라는 제목의 솔로 데뷔 앨범을 제작한 이후 실험적 재즈와 트립합* 앨범인 ‘JAAM’을 2000년에 발매했으며, 2001년 ‘apARTments’, 2003년 ‘Proscenium’, 2006년 ‘Sound Nouveau’등 앨범을 통해서도 음악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준비중인 발매 예정 앨범에는 직접 작곡한 휴대전화 연주곡이 수록될 예정이다.

앞으로의 계획과 다짐을 묻는 질문에 보라윤의 눈이 반짝인다. 링컨 센터 플라자에서의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보라윤은 고국에서의 공연도 계획중이다. 보라윤은 서울 아트 페스티벌 참가차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또한 앞으로 예정되어 있는 공연의 매순간 최선을 다할뿐만 아니라 새로운 소리와 악기에 대한 끊임없는 탐색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은 휴대전화음악을 쫓을 때, 보라윤은 또다른 새로운 소리를 찾아 세상으로 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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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립합: 80년대 백인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테크노에 흑인 특유의 힙합 리듬을 넣어 만든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