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사회의 청소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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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사회의 청소년 문제
  • 한상대
  • 승인 2007.07.2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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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대(본지 편집위원, 명지대 교수)
처음 외국에 나가서 2세들의 태도에 당혹해 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의례 한국 아이인줄 알고 말을 걸었는데 한국말 실력과 어른 대하는 태도가 한국 아이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서양 교민사회에서 자라고 교육받은 2세들의 문제점을 살펴본다.

사춘기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장 급속히 성숙되는 중요한 시기이다. 낭만과 정서, 자아의식의 확립, 가치관, 성개념, 유머감각, 죄의식, 수치의식, 학업성취, 취미발견 등이 다 이 시기에 이루어지게 된다. 이 때 생긴 의식이 그 사람의 일생을 지배한다. 이 시기를 서양에서는 틴에이지(Teen age)라고 부르며 만13세부터 19세 사이가 여기에 해당된다.

교민사회는 이런 급성장을 밑받침 할 수 있는 올바른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당연하다. 청소년에게는 안정된 가정생활, 부모와의 대화, 면학분위기, 올바른 교사, 만족스러운 동료그룹(peer group), 건전한 이성관계, 균형 잡힌 정서생활이 필요하다. 이민오기 전 한국에서도 이런 여건을 갖추기 힘든 일인데 이민생활에선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이민사회에서는 부모나 자식이 각기 나름대로 문제를 안고 있다.

부모의 문제점으로는 한국에서 받은 교육수준에 비해 단순 노동을 하고 있다는 무력감과 좌절감이다, 새로운 생활, 언어, 문화에 적응하기 힘든 문제와 직업에 매달려야 하는 시간적 제약 때문에 본의 아니게 자녀 문제를 방관하게 된다. 부모는 현지 교육제도를 모르기 때문에 자녀교육에 적극 참여가 불가능하며 현지언어 능력부족으로 자녀가 다니는 학교와 대화가 불편해진다.

부모는 자신의 무능력 및 좌절감의 보상심리로 자녀에게 지나친 복종과 좋은 학교 성적만을 요구한다. 이 결과 자녀들의 건전한 정서발전에 장애가 된다. 제 2의 조승희 사건이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잦아지는 부부싸움, 자녀 눈에 비친 부모의 열등성, 즉 영어(현지어) 습득력과 사회적응력 미달은 부모에 대한 존경심을 잃게 만들고 그 부모가 한국적 가치를 전달할 때 자녀에게 설득력이 없어지기 쉽다.

청소년들은 현지 친구와 현저하게 다른 자신의 모습과 언어, 학교성적 부진에 따르는 소외감으로 인하여 자신감을 잃게 된다. 증세가 심하면 열등의식, 수치감, 분노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언어는 학교보다 가정에서 배우는 비중이 오히려 크다.

현지언어를 못하는 부모와 교민사회 어른들에게 돈이 제일이라는 배금사상을 배우고 ‘물질주의와 개인주의’가 현지사회의 기본가치인 것처럼 왜곡되어 받아들여진다. "자녀교육 때문에 이민 왔다"는 부모의 이민사유를 자녀는 위선적으로 느끼게 되며 여기에 대한 반발로 한국적인 것에 대한 부정, 경멸 및 기존세대에 대한 반항으로 나타난다.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동료를 학교와 교회에서 자유롭게 만나면서 불만은 가속된다. 그들은 자연히 반사회적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서양사회의 개인적인 풍조는 자기의 안락과 편리 만을 찾는 이기주의로 청소년들을 몰고 가고 고통과 노력 및 인내를 통해 얻어내는 건전한 인격, 지식 흡수에 대한 가치를 잘 모르고 자란다.

서양에서 자란 많은 2~3세들은 자기 민족이 갖고 있는 생리에 대해서는 거리감과 소외감을 갖고 현지사회, 문화, 생리에는 자연스럽게 적응하여 아무런 저항을 느끼지 않는 겉은 노랗고 속은 흰 ‘바나나’가 된다. 현지에서 성장한 그들에게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민족교육을 강화하면 문제가 달라 질 수도 있다. 한국어를 구사하고 김치중독이 되어 있는 교민사회 청소년은 사춘기에 이르렀을 때 ‘정체성 위기(Identity crisis)’ 를 별로 안 겪고 탈선을 덜 하는 현상을 주목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