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의 세계화는 고유한 전통을 바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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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의 세계화는 고유한 전통을 바탕으로
  • 김행자 (미주한국시문학회 회장)
  • 승인 2007.07.26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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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행자 (미주한국시문학회 회장)
21세기를 문화의 시대라고 부른다. 나라의 문화수준이 국가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국가 사이에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면 먼저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문화가 정치, 경제 못지않게 큰 비중을 갖게 되는 것도 문화의 힘 때문이다.

문화는 유전되는 것이 아니고 끊임없이 환경에 적응되는 과정에서 습득되어 가는 것 이라면 하와이 사탕수수밭에서부터 발자취를 추적해야겠으나 초기이민 후 현재까지 미주한인 사회에 형성된 문화예술의 사조나 흐름은 체계적 정리가 아직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

학계나 문화예술분야에서 뜻있는 분들의 헌신에 의해 정리됨이 바람직하다. 1903 년 1월13 일 미국 상선 겔릭(Gaelic) 호에 실려 하와이 오하우섬 호놀룰루에 도착한 최초의 102명의 한인 이민단을 시작으로 이 시기에 들어와 허리 휘는 노동으로 하루에 69센트, 한 달 20달러의 사탕수수밭 노동자 생활을 하던 초기 이민자들은 피땀 흘려 번 돈을 모아 조국의 광복을 위해 보냈고 자녀 교육에도 열성 을 다했다.

한일합방과 해방 그리고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 동란을 겪은 1950년대 이전의 이민사회에서의 문화예술 행위는 여건상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2003년 미주 한인이민 100주년을 맞아 하와이를 비롯한 워싱톤 D.C.,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뉴욕, 아틀란타, 샌프란시스코, 필라델피아 등 전국 8개 지역에서 기념사업회가 결성되고 선조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펼쳐진 다양한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들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동포들의 문화의식을 일깨워 준 좋은 계기가 되었다.

마음은 그리운 조국에 두고 몸만 떠나온 이민 1세대가 이제 미주한인 인구가 200만을 상회하는 거대한 집단으로 성장했다. 그러면 이민 한 세기를 마감한 미주한인사회의 자화상은 어떤 모습이며 그 세월 속에서 부대끼며 뿌리내려온 문화예술이 어떤 흐름을 형성하여 왔을까. 한번쯤 스스로에게 질문해 볼만하다.

이민 역사가 100년이 되었어도 이민 1세들의 의식은 여전히 모국 지향적이다. 고도로 발달된 기계 기술로 더 심화되었다고 하겠다. 이 땅에서 자라나 교육받은 자녀들은 하루 빨리 동화되어 주류에 들어가 함께 구성원으로 어깨를 겨루기를 바라지만 1세들은 최소한의 동화로 두 문화 속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 고립된 소수민족의 이미지를 벗어나 미국사회의 성숙한 구성원으로써 지역사회에 관심을 갖고 미국을 조국으로 생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정서는 이를 어렵게 만든다. 우리문화예술을 돌아보면서 지금이라도 우리의 위치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이 땅에서의 문화예술은 역사의식을 가지고 미래지향적으로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위에 창의성이 더해진 승화된 이민문화를 창출해야 할 것이다. 장인정신을 가지고 우리들의 문화예술행위가 지속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은 물론 동포사회의 지원이 뒤따르지 못함도 문제로 지적된다. 뜻있는 예술단체들이 출범해서 몇 년 못가 재정난으로 스러지는 것을 보아온 안타까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손가락 하나로 세계가 접속되고 본국으로부터 예술 공연이 이어지고 있으며 위성방송으로 본국과 동시에 뉴스를 시청하고 한글 신문을 보며 거의 생활에 불편함이 없으니 동화의 필요성도 그다지 느끼지 못한다. 1965년 이민법 개정 결과 70년대에 대거 유입된 이민 1세 대부분의 자녀들도 이제는 다 자라서 주류사회의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어 1세들은 생존의 현장에서도 벗어나 경제적,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되고 자연스럽게 문화생활에 관심이 옮겨져 그런 현상에 부응한 문화예술계의 활동이 점점 활기를 띄고 성황을 이루고 있다.

다만 우리 문화에만 집착하는 근시안적인 향유에서 벗어나 다문화를 수용할 수 있을 때 성숙한 문화민족으로 한인사회가 성장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민족 다문화시대를 사는 오늘날의 막을 수 없는 문화의 흐름이다.
우리 문화 예술이 추구해야 할 세계화는 우리의 고유한 전통을 바탕으로 한 소재나 정신이 세계인들의 보편적인 정서에 닿아 공감할 수 있도록 재창작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앞으로 우리문화예술계가 극복해야 할 큰 과제라 하겠다.

문학분야의 예만 보아도 "네이티브 스피커"(Native Speaker)와 "제스쳐 라이프"(A Gestuer Life) 두 권의 장편소설로 미국 문단의 주목 받는 작가로 떠오른 이창래가 펴낸 세 번째 장편소설 "Aloft"가 미국 언론과 평단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것도 이민자의 삶에서 벗어나 인종을 넘어 인간을 조명한 보편적인 미국인의 삶으로 소설의 지평을 넓혔다는 데 높은 평가를 주었다.

2002 년도 뉴베리상 수상자인 동화작가 린다 수 박도 자신이 문학에서 지향하는 것은 '한국인이라는 자의식을 넘어 모든 인간이 공통적으로 갖는 정서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했듯 예술활동에 있어서 보편성의 중요성을 이 땅의 예술가들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예술분야 중 특히 문학의 경우는 언어의 예술이어서 번역의 어려움을 안고 있다.

작가들은 더 치열한 작가정신을 가지고 좋은 문학작품을 생산해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의 고지를 향해 정진해야 할 것이며 그런 좋은 작품들을 선정해 제2의 창작으로 일컬어지는 좋은 번역을 위해 유능한 번역가를 양성하고 지원하는 사업이 하루 속히 미주 한인사회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 조상은 옛부터 예술을 사랑하는 민족이었다. 상고시대의 제천의식은 오늘날 종합예술의 기원이 되었다. 면면이 이어온 우리 민족정신이 승화된 문화예술의 참모습은 동족상잔으로 갈라진 반세기의 두 물줄기를 한곳으로 모아야 함이 우선이다.

반세기가 넘는 골 깊은 이념의 차이를 생각하면 난제 중의 난제이다. 통일이 국경 해체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통일 독일이 잘 보여주고 있다. 1989년 11월 9일 동독이 국경을 개방한 이후에도 양 독 주민들은 아직도 문화 충격으로 인한 갈등 속에 어려운 사회 통합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온전한 문화예술의 꽃은 남북의 사회 문화 교류를 통한 한민족의 동질성 회복과 신뢰를 구축한 통일 한국에서 피워내야 참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본국의 예술인들 보다 제약을 덜 받고 우리 전통 문화 예술의 세계화를 위한 전초 기지에 나와 있다는 이점을 극대화하여 미국 정부 차원에서 북한과의 문화 교류를 통일에 대비한 큰 틀 속에서 다양한 교류협력이 이루어지도록 미주 한인사회가 모색해야 할 과제라 하겠다.

활성화 된 남북한 문화교류와 미주한인 동포의 원만한 대북 문화예술교류는 자연스럽게 통일을 이끌어내는 측면 지원을 담당할 것이다. 문화예술을 통한 동질성 회복이 이념의 장벽을 허는 첩경이 될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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