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수도원 초청 방문한 해인사 스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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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수도원 초청 방문한 해인사 스님들
  • 황성봉 재외기자
  • 승인 2007.07.19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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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만대장경 안치 사찰로 널리 알려져 있는 대한불교 조계종 법보종찰 합천 해인사의 도영스님, 승가대학 총장 법진스님, 남일스님 등이 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로쉬수도원 초청으로 독일을 방문했다.

이들 스님들은 해인사와 로쉬수도원 관계자들을 만나 자매결연을 통한 지속적인 문화교류 및 학술교류를 협의했으며, 베를린, 마인츠, 프랑크푸르트, 마부르크 등지를 방문해 한국불교와 한국문화유산을 홍보하는 다양한 활동을 폈다. 이들은 또한 이번 방문을 통해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공동으로 지난 달 해인사 고려팔만대장경 목판들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널리 홍보했다.

이번 해인사 스님들 독일 방문은 지난 2004년 서울에서 해인사와 로쉬수도원이 세계문화유산보호 파트너십을 체결함에 따라 당시 로쉬수도원 측이 한국을 방문한데 대한 답방 형식으로 이뤄졌다. 자매결연 체결 당시 양측은 두 나라의 학생 문화 교류, 학술심포지엄 공동 개최 등 본격적인 교류협력방안을 논의했었다.

그 결과 두 나라의 학생 문화 교류를 위해 2005년부터 독일 괴팅엔 하인베르크 김나지움(Hainberg-Gymnasium Goettingen)과 한국대원외국어고등학교가 매년 번갈아 가며 교환학생을 보내 세계문화유산지인 해인사와 로쉬수도원을 탐방하고 있다.

해인사(802년)와 비슷한 시기인 8세기말 무렵 설립된 로쉬 수도원은 중세 카롤링거왕조시대의 희귀한 양식을 간직한 건축물로, 1991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목록에 포함됐다.또 해인사 '장경판전(목판들을 보존하고 있는 건물명)'은 지난 1995년 12월 세계문화유산지로 등록되었으며, '고려팔만대장경 목판'들은 지난 6월 15일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해인사와 로쉬수도원 교류에 깊이 관여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50여 년의 사제생활을 통해 한국어가 유창한 진 토마스 신부(왜관 성 베네딕도 수도원)는 "스님과 수사들은 같은 수도승들"이라면서 "수도승들은 속세를 떠난 사람들이나 유럽에서나 동양에서나 사회를 멀리한 수도승들이 각 나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토마스 신부는 이어 "사찰 없는 한국문화, 수도원 없는 유럽의 문화를 생각할 수 있겠냐”고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사찰과 수도원의 역할을 강조했다.

해인사 스님들은 방문 이튿날인 지난 6일 로쉬수도원 환영리셉션에 참석했다. 100여명의 한국인, 외국인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는 해인사 스님들과 헤르만 셰퍼 로쉬수도원장, 진 토마스 신부, 유네스코 독일 위원회의 디터 오픈하우저 대변인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신미아 차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디타 오픈하우저씨는 환영사를 통해 "해인사와 로쉬 수도원의 자매결연은 종교적, 정치적으로 가장 성공한 프로젝트다"고 역설했다.  도영스님은 "로쉬수도원이 해인사처럼 큰 수도원인줄 알고 왔는데 와보니 작다"며, "하지만 그 작은 수도원을 문화유산으로 잘 지켜낸 독일인들에게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법진스님은 "영어로 한국 불교사에 관해 설명한 후 '모든 것은 바뀌고, 모든 것은 비어 가고, 모든 것은 비었다"라는 가르침을 전하며, 머무름이 없이 선행(바라밀)을 실천하라는 '무주묘행"을 설법하였다. 또 진 토마스 신부는 한국불교에 관해 강연했으며,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신미아 차장은 DVD를 준비해 해인사와 팔만 대장경에 관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7일 독일카톨릭의 중심인 마인츠교구 노이마이어 주교가 해인사 스님들을 마인츠성당으로 초대했다. 이날 해인사스님들은 구텐베르그 박물관을 방문하여 로쉬수도원 쉐퍼스박사, 에바마리아 하네브 마인츠 구텐베르크 박물관장과 세계문화유산 비교 연구, 공동 전시회 개최, 학생교류 사업 및 박물관 실습 등의 다양한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협의했다.

8일에는 뷔르츠부르크 뮌스터 쉬발차흐수도원을 방문, 베네딕도 수도원생활을 체험했으며, 이어 9일에는 마부르크대학에서 스님들을 초빙해 종교학자들과 본격적인 협력 방안 및 학술 심포지엄, 전문인워크숍을 논의했다. 오후 7시부터는 프랑크푸르트 카툴릭 사회봉사회관 4층에서 60여명의 재독동포들을 대상으로 법진 스님이 강연회 형식의 설법을 했으며, 이 자리에는 이응원 원불교 교무를 비롯하여 정토회 회원들, 그리고 기독교인들도 참석했다.

10일 오후 7시에는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저에서 김종해 총영사가 해인사 스님들과 하이델베르크대학 교수 레더로제 박사, 이청자 박사 등 역사·문화 학자, 언론인들을 초청하여 두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간담회를 가졌으며, 11일 오후에는 베를린 자유대학 한국어과와 동양미술학과가 공동 주최한 특강이 열렸다. 이날 특강에서 법진스님은 미국 UCLA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한국불교에 관해 강연했으며, 한국불교문화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인사 사찰 및 승려생활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