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칼럼) 술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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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칼럼) 술과 차
  • 홍석화 토종연구가
  • 승인 2007.07.1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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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세끼 밥만 먹고 살 수는 없기 마련이라 이른 바 ‘특별식’이란 게 생겨났고, 그 대표적인 게 떡(과자)과 술 그리고 茶가 아닌가 합니다. 떡이나 과자는 주곡인 쌀, 밀, 찹쌀, 보리, 옥수수… 등을 주식인 밥이나 빵과는 조금 색다른 방법으로, 색다른 모양새로 만들어내서 신선한 맛과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술과 차(茶)는 그냥 생수(生水)를 마시기에는 조금 심심하기도 하거니와, 특히나 사람들과 어울리며 담소를 나눌 때나 의식·행사를 치를 때면, 또한 본격적인 식사를 하기에는 조금 이른 때면(즉 식간에) 마시는 음료라 할 수 있겠지요. 따라서 지구상의 각 지역마다 수많은 종류의 술, 차가 생산·소비되고 있는 대표적인 기호식품이라 하겠고, 담배와 더불어 아주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는 사랑받는 일상식품으로 여겨지게 된 거구요.

그런데 우리가 누구와 술을 마시는 것과, 차를 마시는 경우는 일단 조금 성격이 다를 것입니다. 물론 이 둘이 함께 이뤄지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요. 그러니까 술과 차의 엄연히 다른 점의 그 바탕을 추적해보고자 하는 게 이 글의 초점입니다.

먼저 차(茶).
여러분, 동양화의 기본 수련과정 중엔 사군자(四君子)라는 게 있지요. 매(梅), 난(蘭), 국(菊), 죽(竹).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이 4가지를 자고로 가장 향기가 드높고 쓰임새가 좋아서 오죽하면 식물에다가 군자(君子)라는 애칭(?)을 덧붙였겠습니까?

한 가지 제 경험담을 얘기하자면, 그 키우기 어렵다는 조선 토종 풍란을 한번 애지중지 한 겨울에 정성 들여 키워 봤는데, 천만다행으로 꽃가지가 쑤욱쑥 올라오더니 하냥 꽃이 피기 시작하는 거였습니다. 헌데 그 향기라니…… 그 조그만 체구에서 피워내는 향기가 정말 ‘뇌살적’이더군요. 입이 저절로 벌어지며 나도 모르게 “아하! 이게 바로 난초 향기라는 거구나. 그래서 그 많은 선인(先人)들이 난초를 칭송하고 지금도 격조 높은 사람들이 값진 선물을 할작시면 난초를 선물하곤 하는 거구나…”라고 중얼중얼 거렸지 뭡니까.

경험담 또 한 가지. 이른 봄 남도 여행 중에, 매화꽃 만발한 곳엘 가게 됐는데, 흐르는 물 한 사발을 떠서 거기에 매화꽃 딱 한 송이를 따 넣고 마셔 보니…… 우와! 그 향기라니……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짜릿했습니다. 그게 이른 바 매화생차(梅花生茶)라는 거였습니다.

차의 출발은 이렇듯 생차(生茶)였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생차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경우란 지극히 힘들게 되어버려서 또한 오랜 기간 보관하며 즐길 수 있게 하도록 만들어진 게 우리가 일반적으로 지금 마시고 있는 온갖 종류의 차들입니다.

서양차의 상징인 커피, 동양차의 상징인 녹차 그 어떤 경우든 다 마찬가지이고, 따라서 어떤 종류의 원료를, 어떤 지역에서, 어떤 방법으로 손질을 하였느냐에 따라 천차만별 각양각색의 차를 우리가 음미하게 되는 거겠지요.

또한 대부분의 차엔 각성제, 이뇨제, 파혈제 등 우리 몸의 신진대사에 도움을 주는 좋은 성분들이 함유되어 있기 마련이고, 특히나 ‘녹차’에는 최근 항암작용까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옛 선인들의 축적된 경험의 지혜가 얼마나 탁월한 것이었는지, 심지어는 차선일체(茶禪一體)라 불리기까지 했는지 어림어림 짐작이 가게 됩니다.

여기서 차의 대표이자 상징인 녹차의 술의 관계를 제 나름대로 정리해보자면, 위의 그림에서 수(水:地) 음(陰)의 기운을 지니고 있는 게 차입니다. 차는 그 본성이 차고, 머리를 맑게 해주고, 사람의 기운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성질을 지니고 있지요. 그러니까 차는 따수웁게, 모자라는 화의 기운을 더해줘야 균형과 조화를 이루게 되는 거구요.

반대로 술은 화(火:天) 양(陽)의 기운을 지니고 있기에 그 본성이 뜨겁고, 머리를 흐트러뜨리고, 사람의 기운을 상승시키게 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지요. 그러니까 술은 차가웁게, 알콜도수를 될수록 낮추어서 모자라는 수의 기운을 더해줘야 균형·조화를 이루는 거지요.

그러니까 술에 취하면 사람의 기운이 하늘(天)로 올라가, 땅(地)에 발을 디디고 살아가는 사람(人)이 땅에서 발이 떨어지게 되고, 자연스레 이리비틀 저리비틀 몸을 못 가누게 되고, 몸에서 열이 나고 양기(陽氣)가 승하게 되니까, 자칫 과하면 우격다짐에까지 이르기 마련이구요.

맺음.
혹간 가다 술꾼들은 차를 멀리하고, 차도인(茶道人)들 중엔 술꾼들을 ‘악마’로까지 여기는 이도 있는 바, 양쪽 다 지나친 극단주의자임이 분명하고요.

술은 술대로, 차는 차대로 그 성질과 격조가 다르되, 한쪽에 치우칠 즈음에 특히 술 취했을 때, 차를 즐겨하는 버릇을 들이게 되면, 그 다음날 몸도 가뿐하고, 취중 실수도 줄어들기 마련이니, 이것이 바로 균형과 조화의 중도(中道). 사람이 취해야 할 태도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