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노래하는 ‘그림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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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노래하는 ‘그림의 시인’
  • 서나영 기자
  • 승인 2007.07.12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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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화가 노은님 <물소리, 새소리>전
1970년 23살의 한 여성은 우연히 신문에서 독일 파견 간호보조원 모집광고를 보고 독일로 떠날 것을 결심했다. 그렇게 파독간호사로 처음 밟게 된 독일땅, 어린아이가 세상을 처음 보듯 모든 것이 새로워 문화적 충격에 빠졌던 동양처녀는 37년이 지난 지금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유명화가가 됐다.
 
재독화가 노은님(61)씨가 12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리는 ‘물소리 새소리’전과 함께 같은 제목의 시화집 출간을 앞두고 잠시 한국을 찾았다. 유럽화단에서 ‘동양의 명상과 독일의 표현주의가 만나는 다리’, ‘그림의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듯, 그에게 삶은 곧‘시’이면서 ‘그림’이다.

“그림은 나한테 밥하고 같은 존재예요. 없어서는 안되는... 다시 태어나도 그림을 그릴겁니다” 인생에서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뭔지 알고 있다면, 그 사람은 인생의 숙제를 다 한거라고 말하는 노은님 작가는 힘들었던 삶의 현실에서 오아시스와 같이 다가온 그림을 통해 인생의 숙제를 풀어나갔다.

처음에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초상화를 그리고 싶어서, 나중에는 간호사일과가 끝나고 할 일이 없어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으로 가득한 그의 방을 우연한 기회에 방문한 간호장이 병원 한 켠을 전시장으로 꾸며 '여가를 위한 그림'이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를 열어줬다.

이듬해 함부르크 국립조형예술대학 한스 티만 교수의 추천으로 그 대학에 입학했고, 본격적인 화가의 길을 걷게 된 그는 현재 모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 때부터 노은님 화가는 ‘모든 생명체는 그 본질이 하나’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작품활동을 해 왔다.

꾸미는 것을 싫어하고 자연스러움을 좋아하는 그의 성격은 그림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하늘의 새, 바다속 물고기, 나무와 꽃 등을 소재로 그린 그의 작품들은 과감한 생략과 명징한 색채로 동화적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생각 없이 그어내린 것 같지만 사실 즉흥적으로 그린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많이 보고 부딪힌 만큼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해요. 음식도 시간이 지나면 소화가 되는 것처럼, 그림도 재촉하지 않고 몇 년동안 생각만 하다가 갑자기 그리기도 하고, 전시회를 한 작품도 항상 함께 호흡하면서 고치고, 또 고치는 작업을 계속합니다" "완성은 없어요. 과정일 뿐이죠”

대부분의 이민자들이 그렇듯 그도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었다. 하지만 결론은 남과 비교해서 자신을 찾으려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 그는 정체성으로 혼란스러워하는 이민 2,3세대들에게 “불행과 행복은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라며 “자신만이 갖고 있는 것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아무도 나를 알아봐주지 않는 낯선 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산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죠. 저같은 경우는 기댈 곳이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내 힘으로 모든 것을 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아온 것이 지금까지 저를 지켜주는 힘이 됐습니다”

5년전 결혼한 같은 대학 동료교수인 남편과 함께 새가 유난히 많은 미헬슈타트의 고성에 있는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며 여름을 난다는 그에게 "고국에서 살고 싶지 않느냐"고 물었다. 여행을 좋아해 전세계를 한바퀴 하고도 절반을 돌았다는 그는 "동양계 사람만 봐도 옆에 다가가 말을 시키고 싶을 만큼 한국이 그립다"면서 한마디 덧붙인다.

“하지만 제가 돌아갈 곳은 결국 그림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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