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자 천국'에서 '이민자 지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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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자 천국'에서 '이민자 지옥'으로
  • 류수현 재외기자
  • 승인 2007.07.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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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개혁법 무산으로 불법 이민자 추방공포 엄습
21 년 만에 성사될 것으로 기대됐던 이민개혁법안이 무산되면서 231 주년 독립기념일을 맞은 이민자의 나라 미국이 ' 이민자 천국' 에서 '이민자 지옥' 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1천200만 불법체류자들의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간 미 의회의 이민개혁법안 좌초에 더불어 미국의 각 주에서 불체자들의 설 땅을 없애려는 조치들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미 애리조나주에서는 불법 고용을 형사 범죄로 간주해 처벌하는 강력한 이민관련법률이 발효됐다. 민주당 소속 재닛 나폴리타노 주지사가 지난 2일 서명한 이민법안은 내년 1월부터 주내 모든 고용주들이 근로자 채용 시 합법취업자격을 연방정부 데이터 베이스를 통해 확인하도록 규정했다 . 이 법안에는 특히 적발되는 위반 고용주들은 즉시 비즈니스를 폐쇄해야 하는 강력한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

이는 불법체류자들의 취업과 고용주들의 불법 고용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시도가 불체자들이 가장 많이 늘어나고 있는 지역들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국토안보부가 대대적인 이민단속에 전력 투구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예측하면서도 "향후 2년간은 불법이민단속의 고삐를 죌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어 본보기로 적발되는 수많은 불법체류자들이 추방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

미국이 갈수록 이민자 지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은 비단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단속 강화 뿐만 아니라 합법이민 신청자들에게도 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이민개혁법안의 좌초로 인해 합법적으로 이민을 신청하고, 지난 수년간을 기다려온 400만 명의 기대가 하루 아침에 사라지고 있으며, 취업이민 영주권 문호이 오픈된 첫 날 전면 폐쇄해 버리는 연방정부의 황당한 조치가 취업이민 신청자들에게 막대한 피해와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이민개혁법 무산으로 악화일로로 치닫을 수 밖에 없는 이민문호가 취업이민 전면 폐쇄라는 연방정부의 유례없는 조치까지 겹쳐 합법이민 신청자들을 궁지에 몰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이제 '이민자의 지옥' 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혹평받고 있다.

이처럼 접수당일 소진된 '전문직 취업비자(H-1B) 대란'에 이어 취업이민 대혼란까지 벌어지자 포괄적 이민개혁법안 대신 개별 이민법안으로 취업이민을 확대할 것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미 업계와 로비업체들은 현재 의원들을 상대로 활발한 로비를 통해 H-1B 비자와 취업이민의 연간쿼터를 대폭 늘리는 이민법안이 추진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특히 미 상공회의소는 이민개혁법안 좌초 직후 "H-1B 비자 확대안을 별도로 추진해야 한다"는 캠페인을 시작하고, 현행 6만5천개의 비자 수를 19만 5천개로 늘리는 법안을 성사시키기 위해 로비를 벌이고 있다.  미 업계를 대리하는 로비업계들은 또 현행 14만개인 영주권 쿼터를 2배 이상인 29만개로 확대하려는 법안이 추진될 수 있도록 집중적인 로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취업이민 쿼터 확대와 함께 영주권 신청자의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가 쿼터에 적용되지 않는 방법으로 한해에 8만개 이상의 영주권 번호를 추가 사용하는 방안이 도입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업계의 이 같은 압력에 대해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조 로프그렌 하원 이민소위원장이 올해 별도로 추진할 개별 이민법안을 선정하고 이에 대한 추진시기를 결정하기 위해 심도적인 내부 논의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리콘밸리 출신인 로프그렌 위원장은 첨단업계의 강한 압력을 받고 있으며 이민태스크포스팀장인 루이스 구티에레즈 하원의원은 히스패닉계 이민자 사회로부터 개별 이민법안 추진에 대한 큰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미 주요 언론들은 이 개별 법안이 연방하원에서 먼저 추진되면 이르면 이달 중 또는 오는 9월초부터 본격적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