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한국어시험 '시행권' 놓고 민.관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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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한국어시험 '시행권' 놓고 민.관 갈등
  • 이석호 기자
  • 승인 2007.07.0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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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체계화 이유로 직접시행
고용허가제를 위한 한국어시험 시행기관을 일원화하려는 정부 방침에 해외 한국어 보급 및 시험 시행을 맡아온 민간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마찰을 빚고 있다.

노동부는 최근 고용허가제 대상자 선발을 위한 한국어시험에 대해 한국산업인력공단을 창구로 활용해 정부가 직접 한국어시험을 시행할 수 있도록 구체화하고, 그동안 시험을 관리해온 한국어세계화재단과 한글학회 등에 “고용허가제 한국어시험 시행기관을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 일원화할 방침이다”고 통보했다.

이에 한국어세계화재단과 한글학회는“시행기관 일원화 방침은 한국어교육 및 보급에 역행하는 결정”이라고 반발하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글학회는 관계자는 “그동안 외국인 송출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는데 송출업무와 시험 관리를 한 기관이 맡는 것은 비리를 더욱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한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상 한국어능력시험 실시기관은 주관 부처인 노동부가 ‘선정’토록 규정돼 있다”며 “노동부 산하 기관인 산업인력공단이 시험과 송출업무를 함께 한다는 것은 입법 취지에 어긋난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어세계화 관계자도 “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자체적으로 시험을 관리하는 것은 시험의 신뢰성을 깨는 일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부는 고용허가제 대상국이 최근 증가하는 것에 대한 시스템의 체계화를 이유로 시행기관의 정부 일원화계획을 계속 진행해나갈 방침이다.

실제로 산업인력공단은 지난달 2일 캄보디아 근로자 2천497명에 대한 한국어시험을 처음 주관하는 등 정부가 직접 시험시행에 참여할 뜻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앞서 노동부는 최근“외국인력 송출국가로 MOU(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인 키르키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 미얀마, 동티모르 등의 국가들에 대해서도 앞으로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게 될 예정이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오는 29일로 예정된 우즈베키스탄에서의 한국어시험도 맡게 됐다.

한국어시험은 외국인근로자가 국내 취업을 위해 치러야 하는 필수과정으로, 한국어세계화재단, 한글학회은 고용허가제가 시행되기 전인 2005년부터 노동부와 계약해 베트남, 몽골,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스리랑카 등 6개국에서 한국어시험을 시행해 왔다.

외국인근로자의 한국어시험 시행은 이들 민간단체에게 해외에 한국어교육과 보급 단체로서 상당부분 인지시키고, 단체를 운영할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돼 온 것이 사실이다.(해당 국가 당 1만여 근로자들이 평균 1.5회 정도의 시험을 봤음)

한국어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정부가 외국인근로자의 노동송출 문제를 일원화함으로써 관리 시스템의 체계를 확립하는 문제만을 생각해서는 안된다”면서 “한국어 세계화와 보급을 위한 범국가적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말한다. 이들은 또 한국어교육의 교과과정의 평가와 교육을 따로 시행하면, 교육을 받는 학습자들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도 덧붙이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 노동력의 국내 유입 문제가 더욱 민감한 문제인 현실에서 정부의 결정이 주목되고 있다.
한편 정부의 인력정책위원회는 지난 2월 올해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10만 9천600명으로 지난해보다 4천600명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