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강제이주 70주년 학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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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강제이주 70주년 학술대회'
  • 이현아 기자
  • 승인 2007.06.2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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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닌 새로운 시대 협력자로”

15일 열린 ‘고려인 강제이주 7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는 고려인 이주의 질곡과 애환의 삶을 더듬어 보는 한편, 현재 CIS지역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세대 간 단절과 이 과정에서 한국 사회의 위치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이 날 발표자로 나선 심헌용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연구원은 강제이주 이후의 삶에 대해 “민족정체성을 상실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해외동포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일”이라고 말문을 연 후, 지난 15년 동안 이들 고려인에 대한 연구에 대해 “여전히 한계를 지니고 있으나, 성과를 가진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심연구원은 현재 고려인사회의 역동적인 모습을 설명하며 “지금은 강제이주를 정주로 바꿔 인식해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현재 알려진 고려인 이주사의 연혁에 대한 문제제기가 일기도 했다. 강제이주가 아닌 CIS지역 고려인 정주에 기준을 둘 때 고려인 이주사는 70주년보다 훨씬 더 길어진다는 것.


고려인 이주 70주년의 근거가 되는 1937년 강제이주 이전에도 한민족의 중앙아시아 지역 진출에 대한 역사적 흔적은 다양하다. 1811년 ‘홍경래의 난’을 계기로 조선인 유민이 형성된 이후 평양지역을 걸쳐 만호 이상의 거주 기록이 남아 있으며, 이를 전후해서도 적게는 10여명에서 많게는 13가구 정도의 부락을 이뤄 살았던 흔적이 있다. 이를 통합해 본다면, 고려인 이주는 100년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이런 기록들이 영토구획을 결정짓는 중요한 사료인 만큼 이에 대한 연구가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강제이주’에 대한 지나친 각론 역시 현재 CIS지역에서 새로운 주체로서 삶을 영위해 가고 있는 고려인후손들에게 달가운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었다.


한 관객은 질의․응답 시간을 빌어 “새로운 세대가 시작되며 역사, 민족에 대한 인식이 변했다”고 지적하며 “현지에서는 ‘중앙아시아 이주’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과거보다는 현재 CIS지역의 성공적인 정착과 발전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조명을 필요로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런 주장과 관련해 한국학중앙연구원 대학원에 재학중인 박마야씨가 토론자로 참석해 "CIS지역의 젊은 고려인들의 경우, 과거의 역사에 대해 천착하기보다는 해당 지역에서의 본인들의 역할이나, 한국 사회와의 교류 등에 더욱 몰두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전히 이런 인식 변환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김상철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어과 교수는 “가해자나 피해자로서가 아니라 역사를 끌어안고 서로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나 ‘강제이주’에 대한 기억이 완전히 불식되는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무엇보다 중앙아시아 지역 고려인들의 ‘자치영역 확대’를 중요한 요소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