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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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바타
  • 신지혜
  • 승인 2007.06.0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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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문득 나는 사라진다. 나는 저편의 나와 자주 교환된다. 왕래한다. 스민다. 녹는다. 내 생각이 허공에서 딱딱한 덩어리로 뭉쳐지거나 크림스프처럼 주루룩 흘러내릴 때 있다. 나는 소리 없이 내 몸 거두어 휘발할 때 있다. 사나운 바람 이랴! 이랴! 채찍질하며 거울 속 사막을 혼자 마구 치달릴 때 있다. 균열된 공중 틈새로 내 사유의 발바닥이 늪처럼 빠질 때 있다. 꿈의 벼랑 끝에서 추락할 때 현실의 그물망에 걸려 내 날개 찢길 때 있다. 길을 둘둘 감고 있는 늙은 바오밥나무야, 내가 너를 여러 번 경험했다는 생각이 들 때 있다. 천천히 공중 선회하는 구름 독수리야, 내가 너로 살았고 입었고 벗었다는 생각이 들 때 있다. 사상거처도 없이, 밤과 낮에 무슨 연고도 없이, 무연히 정박할 때 있다. 내가 수천 아바타로 번쩍번쩍 몸 바꿔 환생할 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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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재미 시인, 본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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